세 아들 팽팽한 후계구도 최대관심

난형난제로 평가돼 온 효성그룹 3세 형제들의 후계구도에서 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는 효성ITX를 통해 날개를 달고 있다. 효성ITX는 효성그룹에서 (주)효성에 이은 제 2의 상장사로 이 회사 최대주주가 조현준 사장이다. ‘조현준 효과’를 톡톡히 보며 청약 최종 경쟁률은 454.73대1이었다. 공모주는 증시에 사장되면 주가가 공모가보다 오르는 게 보통이다. 그간 재계 일가의 구성원이 손을 대는 주식들이 한동안 급등했다는 사례가 많듯 증권가에서는 효성ITX는 상장 이후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그간 팽팽한 효성 3형제의 후계구도 경쟁에서도 균형이 깨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조석래 효성 회장, 그의 아들 3형제는 조현준 사장이 섬유와 무역PG장을, 조현문 부사장은 중공업PG장을, 조현상 전무는 전략본부에서 신규 사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세 명의 효성 3세 경영인들이 보유한 (주)효성 지분율은 거의 비슷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현준 사장은 6.94%를, 조현문 부사장과 조현상 전무는 각각 6.56%와 6.55%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3형제가 각자 맡은 사업에서 톡톡히 제몫을 해내고 있다.


효성ITX 공모주 청약 마치고 상장

그러나 조현준 사장이 설립하고 등기임원으로 있는 효성ITX의 상장으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상장 이전 조 사장은 효성ITX 지분 55.6%(434만900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조 사장은 이 지분을 액면가로 500원에 매입했다. 삼성증권이 주간을 맡아 공모가 5000원에 청약을 받음에 따라 상장 이전에도 195억7050만원 상당의 금융자산이 불어났다.

1997년 콜센터 전문운영업체 ‘텔레서비스’로 출발해 2001년 3월 효성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효성ITX.

국내 컨택센터 서비스 부문 1위 기업으로 임직원 수만도 3300명에 달해 아웃소싱업체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모그룹과 연관 매출이 1%도 안 되는 독자성을 갖추고 있다.

2006년 효성ITX의 총 매출액 및 영업이익은 각각 1167억5300만원, 38억3200만원이며, 2007년 상반기에는 매출액 520억1500만원, 영업이익 16억600만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수익구조 개선 및 장기 성장을 위해 인터넷상의 콘텐츠를 전송하는 CDN(Content Delivery Network) 사업과 영상사업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당초 상장은 지난 7월이었으나 지난 6월 특허권침해금지가처분 소송을 당하면서 법적 분쟁의 불을 끄고 이달 최종 상장을 하게 됐다.

효성 ITX의 공모 이후 총 상장주식은 1150만8200주로 지분평가에 따라 상장이후 조 사장은 37.6%, 효성 30.1%, 공모주 32.3%의 지분구조를 갖추게 된다. 조 사장과 효성의 지분은 향후 6개월간 보호 예수된다.

특히 이번 공모주 청약에는 효성ITX임직원들이 대거 청약한 가운데 효성그룹 일부직원들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ITX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적게는 수백 주에서 많게는 만주 정도로 공모주에 청약했다”며 “우리사주의 경우 1년간 매매가 제한된다”고 말했다.


‘조현준 효과’로 나타난 폭발적 경쟁률

삼성증권을 주간사로 지난 15일과 16일 효성ITX의 공모주 청약을 마감한 결과 최종 경쟁률이 454.73대 1로 집계됐다. 청약증거금으로만 8481억원의 자금이 몰렸고 청약주수는 3억3923만여 주였다.

삼성증권은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고객 당 3개월 평잔 2000만원 이상의 계좌를 가지고 있어야 했으나 이번에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해 3개월 이상 급여이체나 적립식펀드로 100만원이상 6개월 이상 이체한 경우에도 청약 접수를 받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조현준 효과 외에도 청약조건을 완화해 접수를 받은 결과 이례적인 청약경쟁률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삼성증권이 주간사를 맡아 지난달 상장한 STX팬오션의 일반공모 최종 청약경쟁률도 9.47대 1이었고 대신증권이 주간을 맡아 이달 25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는 현우산업은 경쟁률이 5.57대 1그쳤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상장이후 효성ITX에 대해 묻지마 식 투자는 피할 것을 권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주력 사업인 콜센터사업이 인건비 비중이 높고 영업이익률이 낮아 고성장이 어렵고 향후 사업 다각화 등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산 200억 확보 고지점령

조현준 사장이 맡은 섬유 부문과 조현문 부사장이 담당하는 중공업 부문의 개선에 힘입어 효성은 2005년 적자에서 지난해 당기 순이익 851억을 거두더니 올 상반기에는 951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조현상 전무도 지난해 굿이어타이어코드 공장 인수와 론스타가 보유한 스타리스 인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조 사장이 효성ITX 상장 이후 경영권 안정에 필요한 50%+1주의 지분을 남겨두고 주식을 매각해 실제 차익을 보거나 향후 현금 배당 등에 따른 실탄 확보로 효성그룹 경영권 승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효성그룹은 “후계구도의 무게 변동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조 사장의 독자적 추진에 의해 이번에 상장의 결실을 맺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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