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상대 돈 벌어 외국인 배 불려

집집마다 휴대전화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정부와 이동통신업체는 통신료 인하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특히 기본요금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그럴 때마다 이통사들은 다른 서비스를 출시하며 이용요금을 높여왔고 요금인하 시늉만 내왔다. 이통시장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이번에 출시한 망내 할인 서비스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4200만명으로 생활필수품이 됐다. 초기에는 기지국 건설 등의 명분으로 기본요금이 명분을 가지고 있으나 이제는 보편화 된 만큼 기본요금에 대한 재인하나 폐지 등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는 12만 6100원으로 이중 휴대전화 요금은 8만 3200원이었다. 가구당 통신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00원 증가했는데 휴대전화 요금은 7300원 늘었다. 그러잖아도 한국의 이동통신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3배나 많다고 한다. SK텔레콤의 선도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동전화 서비스 요금 중 특히 기본요금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회사원 김모씨(38)는 SK텔레콤을 수년째 이용하고 있다. 휴대폰 비용 중에서 기본요금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려고 최근 작정하고 휴대폰 사용을 극도로 자제했다.

그의 이통요금은 평소 매월 4만~7만원 수준이다. 지난 한달 그는 집전화로 통화하고, 다른 사람 전화로 통화하면서 최대한 휴대폰 사용을 하지 않았다. 결과는 그래도 2만6000원이 그의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그중 기본료는 61.5%인 1만6000원이었다.


기본요금 대폭 인하나 폐지 이뤄져야

김모씨가 공개한 요금내역은 다음과 같다. 기본료 1만6000원, 국내통화료 2384원, 웹문자정액제 2000원 (문자100건 무료), 문자매니저요금 900원, 메시징 2000원, 연체금 66원, 부 2357원, 프리미엄sms 500원 등이었다. SK텔레콤이 밝히는 기본요금
체계는 현란하다. 부가서비스 요금이라고 회사측은 주장하고 있지만 엄연히 해당 고객들은 매월 기본으로 들어가는 금액이라는 점이다.

일반요금 1만3000원이나, 핑크커플요금은 2만2000원, 투게더요금제는 1만6000~5만1000원이다. 다다익선요금제 2만5000원~8만원, 뉴실버요금 1만원, 타임요금 1만6000원, 슬림요금 1만2500원 등 수많은 요금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김모씨는 “기본이 전혀 안 된 휴대폰 기본요금체계 소비자들은 그냥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느냐”며 “휴대폰으로 전화하는 것에 벌벌 떠는 노인들이 사용하는 실버요금도 기본요금이 1만이며 장애인 복지요금도 최대 2만2000원이라는 사실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휴대폰 기본요금은 사업초기 이통사들의 사업 초기 중계기기 설치 등 인프라 시설 투자 및 구축이라는 명분으로 책정됐다.

일반 전화의 요금은 보급률 100% 시대를 맞아 현재 3000원에 책정돼 있다. 거의 전국민에게 휴대폰 보급이 이뤄진 시설 투자가 이뤄졌는데도 SK텔레콤을 포함한 이통사의 일반 기본요금은 평균 1만3000원이다. 오히려 각종 부가서비스라는 명목으로 현란한 요금체계로 소비자들은 현혹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쏟아지고 있다. 회사원 Y모씨(32)는 “중계기 유지 및 보수를 위해 기본요금이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신문배달요금보다도 훨씬 비싼 이통 기본요금과 그 외 각종 서비스 요금체계는 도저히 상식을 뛰어넘는 폭리”라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대학생 L모씨는 “문자 서비스 원가가 8원으로 알고 있는 데 문자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는 지금 월 기본료 2만6000원외에 이것저것 하다보면 매월 4만원 이상 지출이 돼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휴대폰 기본요금 3000원 인하 서명운동을 통해 정부 청원을 준비하는 비씨파크 박병철 대표는 “이동통신의 무선망은 유선전화망에 비해 시설비와 유지비는 비용이 적게 소요된다고 생각되는데, 요금은 턱없이 비싸다”며”정부가 휴대폰 요금을 업체 간 경쟁할 수 있도록 인가제가 아닌 업체 자율로 맞기고 휴대폰을 대신할 수 있는 휴대 인터넷폰 서비스를 확대 등 공정한 시장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 돈벌이 급급

한편 녹색소비자연대의 입장은 달랐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이통요금 인하가 기본방침이나 이통사들이 기본요금을 내리면 다른 서비스 요금을 높인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리라 본다”며 “소비자 중심으로 한 합리적인 요금체계 형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현재 SK텔레콤의 외국계 지분은 시티뱅크ADR이 29.96%를 보유하는 등 49%에 달한다. 이 회사는 철저한 내수 위주의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상장회사임에 따라 매해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국정감사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화두가
된바 있다.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위원회 서혜석 의원(열린우리당)은 SK텔레콤이 2000부터 2004년까지 외국인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액은 7210억원이었다고 밝혔다.

배당률은 2000년 0.2%에서 2004년 5.2%로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고 2000년 160억원에서 2004년 4090억원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 “기본요금 인하는 없다”

지난 2005년 6월말 당시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율은 47.88%였지만 이 지분 비중도 현재는 더 높아졌으며 매해 배당률은 매해 늘어가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돈을 벌어 매해 1조원 수익을 내면서 외국인에게 막대한 돈을 매해 갖다바치는 지적이 여기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9월말 현재 가입자 수 2100만명으로 국내 전체 이통시장의 50.48%를 점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이통요금 인하라는 여론에 반응을 보였다.

같은 SK텔레콤 통신망에 가입된 고객들 간 망내 할인 서비스를 지난 17일부터 도입했다.

추가로 내년 1월부터 문자메시지 요금을 현행 건당 30원에서 20원으로 인하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SKT는 기본요금 인하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SK텔레콤이 시행하고 있는 망내 할인서비스는 `T끼리 T내는 요금제’로 17일과 18일 양일간 모두 5만8245명이 새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월 2500원을 더 내면 가입자끼리 통화할 때 통화요금을 50% 할인해주는 상품이다.

이 서비스는 시작 전부터 기본요금 인하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절반이 넘는 가입자들이 SK텔레콤에 있는 망내 할인은 결국 기본요금 인상에 불과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또한 눈가리고 아웅식의 생색내기 서비스라는 지적도 많다. 이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무조건 SK텔레콤 가입자와 통화를 많이 해야만 한다.

서비스에 가입하더라도 50%에 가까운 KTF와 LGT가입자에게 전화를 걸때는 할인 혜택도 없기 때문에 할인을 가장한 소비 유도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이 서비스는 원하는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서비스이지 기본요금 인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 서비스 요금 2500원을 지불하는 이용자의 망내 할인 손익분기점 사용량은 98분으로 자체 집계결과 가입자 1200만명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본요금 인하까지 거론한다면 회사 문을 닫으라는 것 밖에 안 된다는 게 SKT의 입장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은 2005년 1조8714억원, 지난해 1조4466억원의 매해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고 있으며 올 들어 6월말까지 7996억원의 순익을 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올 상반기 보다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국 이동통신 현실은?
무한경쟁으로 소비자들 덕 봐


외국은 이동통신 3사, 특히 SK텔레콤이 절반 이상의 시장을 지배하는 우리나라의 시장상황과는 다르게 보다 소비자들의 편의에 맞춘 합리적인 요금체계가 보편화 돼 있다. 이는 시장이 경쟁화된 상황에서 후발 사업자들이 경쟁적인 요금체계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는 이통 기본료가 40~50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료가 비싼 만큼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망내 통화일 경우에는 무조건 무료이며 그리고 비즈니스 타임(오전 9시~오후 5시)을 제외한 시간에서는 무료요금이 적용되고 있어 어지간하면 기본요금을 넘어서지 않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일본의 최대부자로 7년 만에 복귀한 손정의 회장. 그가 기존 이통사를 인수해 설립한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화이트 플랜’플랜이란 요금체계는 일본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본요금은 월 980엔(한화 8000원)이다. 가입자간의 통화 시에는 저녁 9시에서 새벽 1시까지 4시간만 제외하고는 망내통화는 무료라고 하며 문자메시지도 전액 무료다.

그 4시간동안 평상시의 비가입자와의 통화는 30초당 21엔(10초당 50~60원 꼴)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화이트 플랜’ 역시 무료혜택의 범위가 넓다.

8월 11일로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는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인수 당시 가입자는 400만명에 불과했다.

인수 당시 3위 업체로 생존이 불투명했으나 현재 소프트뱅크 모바일은 단숨에 일어섰다. 화이트플랜의 가입자는 700만명이고, 월 평균 100만명이 늘어나고 있다.

홍콩의 H사는 월 6900원에 650분 무료통화, 같은 회사 사용자 간에는 문자무료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우리나라도 이통사를 늘리거나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사 하청업체 한 관계자는 “몇해 전부터 정부에서 추가로 이통사 설립에 대한 움직임들이 있었으나 이상하게 쉽게 사그러드는 것은 과거 공기업이었던 SKT, KTF 및 시장점유율과 이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정보통신부와의 짜고치는 고스톱 의혹을 낳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2002년에 작성된 요금인하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에는 이통 3사 담당 임원의 정기모임을 통해 각 사가 역할을 분담하고 주요 이해 관계자를 밀착 관리하자는 내용으로 사실상 휴대폰 요금 담합행위가 확인된 바 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이통사가 추가로 생기게 될 경우 비로소 소비자 지향적인 요금체계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아니면 이통 시장을 개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YMCA는 “가입비·기본료·문자메시지 요금·발신번호 표시 서비스 등을 무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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