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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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나 또는 지하철 역세권을 최고의 상권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고의 ‘슈퍼상권’을 단순히 유동인구가 많고, 지하철 역세권이라는 이유만 가지고 얘기하는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남대문 시장과 경동시장의 경우에는 유동인구가 많기로 손꼽힌다. 하지만 최고의 상권으로 꼽히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 재래시장은 유동인구가 많을지는 몰라도 소비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유동인구 아닌 소비인구 많이 모여드는 곳
자본수익은 물론 임대수익까지 보장돼야

최고의 ‘슈퍼상권’이란? 바로 유동인구가 아닌, 소비인구가 많이 모여들고, 여기에 소비수준이 높은 지역이다. 이런 곳에서 장사를 해야 매출액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슈퍼상권’에 위치한 수익형부동산은 자본수익은 물론이고 임대수익까지 보장되는 것이다. 이처럼 수익형부동산 투자전략의 핵심은 바로 최고의 슈퍼상권을 골라 투자하는 데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상권도 변화한다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흔들리는 상권에 투자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1990년대 젊은이들의 높은 소비 수준을 이끌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상권으로 꼽히던 압구정 로데오 거리는 2000년대를 거치면서 지금은 그 최고의 자리를 다른 지역 상권에 내주고 말았다. 상권이 흔들렸다는 얘기다.

상권이 흔들리는 이유는?

첫째, 그 지역 상권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가 사라지는 경우다. 자영업을 하는 D씨(남, 51세)는 3년 전 친구의 권유로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꼬마빌딩에 투자했다. 당연히 임대수익률(연 5.7%)도 좋았고, 게다가 자본수익은 더 크게 오를 것 같았다. D씨가 가로수길에 있는 수익형부동산에 투자를 결심하게 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투자할 당시만 해도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소비 수준이 높은 2030 미혼 여성들로 북적거렸다. 투자를 마치고 난 이후에도 한동안 상인들이 상가건물임차를 하기 위해 문의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가로수길에 소비인구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D씨는 설마 자신의 꼬마빌딩까지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임대료가 비싸게 형성되어 있어 쉽게 임대를 놓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장사가 예전만큼 잘되지 않아 철수하겠다는 임차인은 늘어나고 있는데, 들어오겠다는 임차인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익형부동산 투자자들은 임대료가 올라가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고, 임대료만 천정부지로 높게 올려 받으면 결국엔 소유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왜냐하면 영세 상인들이 떠나면서 그들이 형성해 놓았던 문화가 동시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흔들리지 않는 상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세 상인들이 가꾸고 만들어 놓은 문화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애써서 만들어 놓은 문화는 법인 매장으로는 감히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명심해라. 그 지역의 문화가 사라지면 상권이 흔들리고, 상권이 흔들리면 영세 상인은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으며, 투자자의 자본손실 위험성도 커진다.

둘째, 상권 주변 지역에 대형 쇼핑몰이 탄생하는 경우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M씨(남, 45세)는 십여 년 전, 영등포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이미 은퇴한 부모님을 대신해 영등포시장 쪽으로 붙어 있는 상가건물에 투자했다. 그는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 주변 상권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 내다봤다. 현재의 상권보다는 미래의 상권을 내다본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대형 쇼핑몰인 타임스퀘어가 들어서면 그 지역의 상권이 좋아질 것 같았으나 오히려 상권은 하루하루 죽어갔다. 현재로서는 자본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본손실을 안 보면 다행이다 싶다. 예전에는 필요한 곳을 찾아 다니면서 단순한 구매 위주의 소비가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한곳에서 필요한 것을 한꺼번에 즐기면서 구매하는 소비문화로 바뀌었다. 이렇게 대형 복합쇼핑몰은 소비 수준이 높은 2030세대들이 사고, 먹고, 보고, 즐거움까지 함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스스로 변화해 가며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와 달리 기존 상권들은 소비인구를 유혹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소비인구가 뭐에 열광하는지 잘 모르며, 알려고 하지도 않고,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상권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그들만의 몇십년 동안 쌓아 놓았던 그 지역 상권만의 고유한 문화까지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임대료 때문에 파괴당하고 있는 것이 한 몫을 한다. 대형 쇼핑몰과의 상권 경쟁에서 점점 궁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대형 쇼핑몰로 인해 상권이 흔들리는 지역은 많다. 투자자들은 명심해라. 주변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온다고 좋아하지 말아야 한다. 대형 쇼핑몰이 탄생할 경우 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셋째, 단순한 먹자골목 상권이 주도하는 경우(방배동 카페거리)다. 자영업을 하는 Y씨(여, 36세)는 2년 전, 지인의 권유로 서울 이태원동 경리단길 이면에 있는 꼬마주택에 투자했다. 그녀는 리모델링을 통해 꼬마주택을 꼬마빌딩으로 재탄생 시키면 자본수익뿐 아니라 높은 임대수익까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경우에 따라 그녀가 하고 있는 사업장으로도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초 계획은 빗나가고 말았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상권을 살펴보던 중, 중심상권과 연계해 소비인구를 끌어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소비인구 증가에 한계가 있다면, 꼬마빌딩으로 리모델링을 해봤자 자본수익은커녕 임대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꼬마주택을 꼬마빌딩으로 바꾸지 않기로 했다. 자본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현재의 꼬마빌딩 상태로 다시 처분할 계획이다.

단순한 식·음료 상권은 소비인구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지금의 상권마저 꾸준히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2030세대들은 단순히 먹기 위해서만 그 상권을 지속적으로 찾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꼭 기억하자. 단순한 식·음료 먹자골목 상권은 상권의 확장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소비인구를 꾸준히 유혹하는 데도 한계가 있으며, 소비문화의 변화에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지역의 상권에는 투자를 피하는 것이 유리하다.

[제공 : 부동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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