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가치인 안보 태세를 허물었다”

신원식 장군 [뉴시스]
신원식 장군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신원식 장군이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에 출연해 ‘평양 남북정상합의서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신 장군은 지난 15일 서울 퇴계로에 위치한 일요서울TV 스튜디오에서 박종진 MC와 대화를 통해 남과 북의 군사 현황, NLL 등을 설명하며 군사 분야 합의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북한 비핵화도 안 돼 있는데… 국민공청회 하자”
文정부 한반도 평화론 “모세의 기적에 버금가는 것”

 

신원식 장군은 육사 37기로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지냈다. 군에서 작전본부장을 지낸 만큼 남과 북의 군사 현황 등 각종 작전 전문가다. 

신 장군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행되고 있는 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해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각종 세미나, 방송 등에 출연하면서 군사분야 합의서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군사합의서
한미 군당국간 이견 없다?

 

군은 최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9·19 군사합의서)에 대해 한미 군당국 간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19일 “남북이 체결한 군사 분야 합의서와 관련해 유엔사령부에서 내부 검토를 마치고,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의 모든 내용에 대해 이해했다”며 “포괄적 군사 분야 합의 이행을 위한 필요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은 지난달 19일 평양에서 육상과 해상·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9·19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 

여기에는 공중에서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해 군사분계선(MDL)을 경계로 항공기 기종별로 각각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면 한미 연합 공군훈련이 제한된다며 미군 내 반발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미 간 이견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한미 연합 공군훈련에는 제한사항이 없다”며 “양측은 군사 분야 합의서에서 최전방 지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함에 따라 비행공역을 일부 조정해 훈련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사도 보도자료를 통해 “군사합의서의 추가적 실질 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남북 간의 다음 단계를 지원한다”고 밝혀 사실상 남북 군사합의서에 미국 측도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체가 다 문제다”

 

군사 분야 합의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육상과 해상·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과 공중에서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해 군사분계선(MDL)을 경계로 항공기 기종별로 각각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 밖에 북한의 NLL 인정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먼저 방송에 출연한 신원식 장군은 군사 분야 합의서를 어떻게 평가할까. 

신 장군은 박종진 MC가 문제점을 묻자 “우선순위를 따질 수 없고 전체가 다 문제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북핵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중에 가장 심각하기는 하나 일부일 뿐”이라며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졌다고 해도, 5천년의 민족 수난사가 증명하듯이 주변국의 위협은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장군은 “그러면 우리 안보 태세라고 하는 것은 설사 북한이 비핵화가 완전히 됐다고 해도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라고 말했다.

신 장군은 “그런데 평양 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는 절대적인 가치인 안보 태세를 허물었다. 그것도 안보 태세보다 훨씬 낮은 가치가 있는 북한의 비핵화도 안 돼 있는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모든 공간’의 의미
사이버 공간도 포함?

 

방송에서 신원식 장군은 군사 분야 합의서에 들어가 있는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이라는 표현에 특히 주목했다.

신 장군은 여기서 말하는 ‘모든 공간’이 사이버상(온라인)을 포함하는 단어라고 봤다. 그래서 신 장군은 만약 합의서 등이 국회 비준을 통과하면 “내가 나서서 북한 체제를 비판하면 위법행위가 된다. 장병들에게 주적 개념과 정신교육을 시키는 것도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가 된다”라고 주장했다.

신 장군은 방송에서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 한반도에 평화가 온다면 “모세의 기적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평가하며 “홍해를 가르는 모세의 기적도 이보다는 수준이 낮은 기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장군은 군사합의서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국민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신 장군은 “국민 공청회 하자(는 내용을) 청와대 청원에 올렸다”며 “무효화하자는 게 아니다. 내 이야기가 틀렸으면 좋겠고 틀릴 수도 있으니 정부 담당자가 나와서 토론 한번 해보자”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신 장군은 “국민들이 들어보면 누구 말이 맞는지 알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날 신 장국은 “국민 여러분께 호소하고 싶다. 청원하는 수고도 안 한다. 남들이 해 주겠지(하는 생각 버려야 한다”며 “우리 국민도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이) 용기와 행동으로 보여주면 이 사태가 이렇게 안 갔을 거다. 행동해라”라며 “알아보자고 하는 노력조차 안 하면 우리 미래가 암울한 것에 대해서 국민이 불평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신 장군이 올린 국민청원은 지난 19일 기준 참여인원이 2만9천 명을 조금 넘겼다. 청와대는 참여인원이 20만 명을 넘을 경우 답변을 해주고 있다. 청원 마감일은 오는 27일이다.

 

북한, NLL 인정했다?
백승주 “인정 않고 있다”

 

신원식 장군은 방송에서 군사 분야 합의서가 NLL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서로 체결된 남북 군사 분야 합의와 관련해 “북한으로 하여금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게 하겠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뤄진 박한기 신임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 군 장성 보직 신고 후 환담자리에서 이렇게 밝힌 뒤, “분쟁의 수역이었던 NLL을 이제는 정말 명실상부하게 평화의 수역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대전환”이라고 강조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서해 NLL은 우리 장병들이 피로써 지켜 온 그런 해상 경계선이다. 우리 장병들이 피로써 지켜왔다는 것이 참으로 숭고한 일이지만 계속 피로써 지킬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를 흘리지 않고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은 더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며 “그 방법이 NLL이라는 분쟁의 바다 위에 그 일대를 하나의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구상이 사실은 옛날 전두환 정부 시절부터 오랫동안 추진돼 왔던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이 NLL이라는 선을 인정하지 않다 보니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부터 이번까지 쭉 일관되게 북한이 NLL을 인정하면서 NLL을 중심으로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공동어로구역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NLL 인정 문제는 국정감사장에서도 논란이 됐다. 

여야는 1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북한이 지난 7월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합동참모본부 비공개 보고를 공개한 것을 두고 격돌했다.

백 의원은 지난 12일 ‘7월부터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고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 해상경계선을 강조하고 있다’는 합참 비공개 보고를 공개했다. 당시 한국당은 ‘북한도 NLL을 인정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모순된 것이라며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한편 육·해·공군 및 해병대 예비역 장성 단체인 ‘성우회’는 지난 18일 “평화수역은 북방한계선(NLL)을 남북 간 해상경계선으로 합의하고 최소한 등거리·등면적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성우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서해 NLL 일대 평화수역 설정과 관련해 남북 군사공동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경계선을 협의해 확정’하기로 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단체는 비무장지대 최전방 감시초소(GP) 철수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에 대해서는 “군사정전 협정 이행에 우선을 둬야 한다”며 “군사 분야 합의서 이행은 유엔군사령부와 긴밀한 협조와 참여 하에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관련해서는 “북한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세한 우리 군의 감시정찰 능력 등 전투력 운용을 크게 제한하는 합의”라며 “북한군의 수도권 위협 장사정포 후방 배치, 생화학무기 폐기, 사이버전 금지 등 상응한 조치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남북군사동공위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 및 전력증강 문제’를 협의하도록 한 합의는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우리 국민들이 우려하는 북한군의 합의 이행 검증 방안 등이 확고하게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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