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조장 논란 ‘오픈카톡방’ 실체는?
불륜 조장 논란 ‘오픈카톡방’ 실체는?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8-10-26 00:47
  • 승인 2018.10.26 0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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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원나잇도 존재한다” 충격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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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전국 기혼방. (남녀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기 전 미묘한 관계를 뜻하는 말)타자(여자환영).” 카카오톡의 오픈채팅방에서는 이러한 제목을 건 기혼자 모임이 가득하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30~40대 나이의 기혼자들이지만 목적은 하나다. 새로운 이성을 만나고 연애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만남을 경험해봤다는 이용자는 원나잇(One-night stand서로 모르던 사람이 밤에 만난 뒤 앞으로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성교를 맺는 것)도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불륜 행위나 다름없는 모양새다. 그러나 현행법상 이를 명백한 범죄 행위로 규정 및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간통죄가 폐지된 탓이다.

남성 마감’, ‘여성 환영공지 내걸어···불륜 목적 키워드 수두룩

현행법상 범죄 행위로 규정처벌 힘들어···전문가 제재 어려운 상황

지난 2015년부터 카카오톡에서 서비스한 오픈채팅은 익명의 사람들이 특정 주제나 공통 관심사에 대한 콘텐츠를 주고받는 시스템으로 이용돼 왔다. 프로필 사진이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일절 공개되지 않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취미를 즐기기에 유용한 서비스다. 주로 동호회를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익명성을 이용해 은밀한 목적을 공유하는 오픈채팅방들이 늘고 있는 상황. 기혼자 전용 오픈채팅방도 이에 해당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는 오픈채팅 홈에서 간단한 키워드만 검색하면 100여 개가 넘는 채팅방 리스트가 나타난다. 제목 중에는 불륜이 목적임을 바로 알 수 있는 노골적인 키워드도 많다. 또 남성 회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아 남성 마감’, ‘여성 환영등의 공지를 건 방이 다수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검색 화면 캡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검색 화면 캡처

간통죄 폐지

후폭풍

기혼 채팅방은 사회규칙상 용인될 수 없는 행위임에도 이를 처벌하는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152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간통죄(241)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 더는 경찰이 개인 간의 잠자리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탓이다.

경찰 관계자들은 사찰 우려가 있다’, ‘간통죄 폐지로 불륜 증거 수집적발처벌을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인생은 짧다. 바람을 피우라라는 문구로 논란을 빚었던 불륜 만남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도 간통죄 폐지 이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으나 폐지 이후 현재까지도 접속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 2015년 사이트가 해킹돼 회원들 정보가 유출된 탓에 국내 접속자는 미비하다.

현재 카카오 측도 불륜의 대한 규제수단이 없다보니 음란 유해성 등에만 이용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는 형국이다.

몰래 빠져 나오겠다

실제 만남으로

카카오톡 한 오픈채팅방에 들어서자 기혼자만 입장할 수 있다는 관리자의 공지 메시지가 날아왔다. 채팅방에 머무르자 친밀한 대화들이 오가는 것이 보인다.

결혼 생활이 재미없다”, “아내가 아이를 보라고 하는데 힘들다등의 푸념을 주고받다가도 서로에게 사진을 요구했다. 반나체의 뒷모습 사진과 입술 사진 등을 공유하며 “XX님은 내 꺼다”, “내가 침 발라 놨다고 하는 등 수위 높은 표현도 등장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번 주말에 (오프라인) 만남을 추진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흔쾌히 동의한 사람들은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약속이 있는 척 몰래 빠져 나오겠다는 등의 말을 이어갔다.

이처럼 불륜 조장이라고 비판받는 기혼자 전용방의 규칙은 철저하다.

본인 사진 공유, 기혼 사실 증명, 나이지역 넣어 닉네임 변경 등 진입장벽이 높은 것. 최근 일부 커뮤니티들로부터 불순한 문화를 퍼뜨린다는 비난을 받은 후의 조치다.

채팅방을 아침에 들어오고 밤에 나가는 퇴근이라는 개념도 정립돼 있다. 배우자들에게 채팅방을 들키면 안 되기 때문이다.

친구가 해당 채팅방을 이용하는 것을 봤다는 직장인 A씨는 기혼자들끼리 친목을 도모한다는 핑계를 대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이성 간 교류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분위기로 보였다면서 기혼자들끼리 비밀을 지켜주면서 마음 편하게 연애 기분을 내려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우려했다.

기혼 채팅방을 이용해봤다는 B씨는 기혼자들끼리 결혼생활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다수가 결혼 생활에 지쳐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몰래 연애를 하려는 속셈으로 만남을 갖는다. 또 만남 시 카페에서 건전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닌 술 모임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다. 원나잇도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오픈채팅방들을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의 장점을 악용하는 문화가 제어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강정한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이 개방형이기보다는 폐쇄형이기 때문에 중년층이나 기혼자들이 그런 의도로 사용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긴 것 같다이전에 아이러브스쿨 등의 플랫폼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고 성매매가 온라인에서 성행하는 것도 같은 악용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혼자들끼리 만나면 안전하다는 생각에 본인들끼리 시장의 룰을 만들어 합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강 교수도 명확한 범죄로 규정해서 처벌할 수 없는 이상 이를 제재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는 국내 상황에서 불륜을 범죄로 규정하고 막을 수 있게 돼 있지 않다이를 제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