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명동부터 강남까지 ‘텅텅 빈 부동산 중심지’
[현장취재] 명동부터 강남까지 ‘텅텅 빈 부동산 중심지’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8-10-26 17:31
  • 승인 2018.10.26 18:16
  • 호수 1278
  • 4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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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불패, 명동상권 호황은 옛말 공실률 심각해”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명동과 강남 등 서울의 핵심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웬만한 불황에는 끄떡하지 않는다고 자부했지만 상가와 사무실 공실이 늘어나고, 권리금이며 임대료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또 현장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내수시장의 부진과 외국인 관광객 감소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 상권 공실률 20% 육박하는 곳도
전문가들 한목소리 “‘내수 살리기’가 해법”


일요서울이 명동을 찾은 것은 지난 22일 오후, 장사가 안 돼 자영업자들이 신음하고, 그로 인해 공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와는 달리 명동은 초입부터 관광객과 회사원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명동 중심거리를 지나 골목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공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고, 중심가와 비교했을 때 확연히 줄어든 유동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명동의 대표 상업 건물들도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일례로 미국 캐주얼 브랜드 클럽모나코, 속옷 브랜드 원더브라 등은 명동의 대표 매장으로 불렸지만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지난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보복과 내수 침체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명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6.4%로 1년 전인 지난해 2분기 4.0%보다 2.4%포인트 증가했다. 임대료도 지난해 2분기 명동 중대형 상가의 1㎡당 임대료는 27만7200원이었으나 올해 2분기에는 27만1700원으로 1.9% 내려갔다.

 

 

“명동 현실은 피폐”

 

명동의 한 음식점 점주는 “사실 명동은 일반 생계형 자영업자보다는 자금 상황이 나으니까 들어온 것이거나 대형 업체가 홍보 효과를 노리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대형 업체들도 못 버티는 것이 현재 명동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명동에 공실이 생기는 것은 경기 침체 등의 영향도 분명 있지만 높은 임대료와 권리금이 주요 요인”이라면서 “건물주들은 향후 관광객 회복을 기대하면서 명동상권 활황기 때의 임대료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서울 명동 중심길의 요구 임대료가 상승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 20일 글로벌종합부동산서비스 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해 명동 중심길 기준 요구임대료가 ㎡당 100만4979원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1㎡당 100만 원선을 넘어선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7.2% 상승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측은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금지령 해제에 따른 단체관광객(요우커) 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명동의 3.3㎡(1평)짜리 매장의 월세가 600만 원라거나 보증금의 하한선이 5억 원이라는 말이 허언은 아니다. 결국 공실률이 늘고, 상권이 침체에 빠졌지만 고무줄 임대료는 여전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강남 상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강남권은 상가뿐만 아니라 사무실 공실율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서울의 사무실 공실률이 5년 전의 두 배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강남권은 그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올해 2분기 서울 평균 사무실 공실률은 5년 전인 2013년(6.4%)의 두 배 가까이인 12.1%로 치솟았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공실률이 가장 높은 곳은 23.0%에 달한 목동이었다.


주요 오피스 밀집 지역을 봐도 강남대로(19.9%)가,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논현역(18.4%) 등이 높은 편이었다. 소규모 상가의 경우에는 홍대·합정의 공실률이 17.2%로 높았고, 공덕역(12.8%), 논현역(9.2%)의 공실률도 높은 편이다.


특히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 종로와 강남대로의 공실률은 5년 사이 2배로 뛰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몇 년간 공급이 증가한 데다 땅값과 세금이 오르면서 임대료가 비싸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경기침체의 악순환

 

아와 관련해 송석준 의원은 “상가 공실률 증가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며 “경제침체로 발생한 일본의 장기복합불황의 원인이 부동산 시장 붕괴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제라도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의 한 주민은 “길을 다니다 보면 공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공실을 볼 때마다 다음에는 어떤 업종이 들어올까를 생각하게 되지만, 임대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강남권이 (임대료가) 비싸긴 하구나”라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 빌딩에 입점해 있는 한 식품 매장의 직원은 “매출은 늘지 않는데 임대료만 높아지는 현상이 반복된다”면서 “성형외과 등 수익성이 높은 몇몇 업종만이 강남 상권에서 살아남고 있으며, 갈수록 이러한 양상은 뚜렷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감정원은 올해 3분기 전국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시장 동향을 조사한 결과 중대형 상가의 투자수익률(소득수익률과 자본수익률의 합)이 평균 1.54%, 소규모 상가는 1.43%로 전분기 대비 각각 0.18%포인트, 0.19%포인트 하락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부동산 강남 불패라거나 한국 최고의 상권 명동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상황에서 한 부동산 중개인은 “결국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벌써 높은 값에 건물을 사들인 임대인이 임대료를 낮추거나 막연히 임차인들의 버티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