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지역에 대대적 기업광고 “왜”


빙그레 김호연 회장이 때 아닌 변칙 사전선거운동 의혹에 휩싸여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2월 13일 빙그레가 김 회장 출마지역인 충청남도 천안시에 수억대 기업 이미지 광고를 내보내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다른 당 쪽에서 빙그레의 이 같은 처사를 눈치 챘다는 데 있다.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자유선진당. 선진당은 최근 논평을 통해 “김호연 후보가 자사 광고를 통해 명백한 변칙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사실규명을 요구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김 회장의 현 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2월 13일 충남 천안시 각 지역신문에 빙그레 이미지 광고가 대대적으로 실렸다. 그것도 한시 한때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문제의 광고는 빙그레가 그동안 ‘사랑의 집짓기 행사’를 꾸준히 해왔고, 앞으로도 사회봉사활동에 매진할 것을 약속하는 기업 이미지 광고다.


벌써 법정선거비용 육박

빙그레가 광고를 낸 지역일간지는 충청 유력 일간지 D사를 포함해 C일보, D일보 등 모두 6곳. 문제의 6개사는 2월 13일자 1면 하단을 통해 빙그레 이미지 광고를 일괄 내보냈다. 조사된 바에 따르면 빙그레가 이 같은 광고를 하기위해 들인 돈은 총 3000만원 상당이다.

‘빙그레표 돈 잔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빙그레는 또 천안시내버스 3개사와 계약을 맺고, 4개월에 걸쳐 총 100여대 버스에 자사 이미지 광고를 싣기로 했다. 버스 1대당 광고료는 35만원으로, 모두 1억4000만원 가량의 광고비용이 나갔다.

이번 광고를 위해 빙그레가 쓴 돈은 자그마치 1억7000만원. 이는 김 회장이 출마한 천안을 선거구의 법정선거비용 1억9000여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상대편 후보들이 ‘금권 불법선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빙그레 쪽은 “아무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 억울하게 의심을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마디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는 것.

빙그레 관계자는 “이번 광고는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호남지역을 시작으로 영남권을 거쳐 올 초 충청권에 실시하기 미리 계획된 것”이라며 “마케팅전략의 일환일 뿐 사전선거운동의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다만 시기적으로 총선과 맞물리면서 ‘오비이락(烏飛梨落)’과 같은 오해의 소지가 생긴 것 같다” 며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빙그레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 ‘김호연 회장의 사전선거운동’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2월 18일 자유선진당 지상욱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기업 광고는 보장된 합법적 상업행위다. 그러나 합법적 명분을 덧씌워 기업 회장이 출마한 지역에 여태까지 없었던 광고를 대대적으로 펼친 것은 너무 구린내가 나지 않느냐. 이는 노골적이다 못해 고약할 정도”라
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 대변인은 또 “김 회장과 빙그레는 오비이락이라 위장하겠지만 그에 속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이는 누가 봐도 ‘합법을 가장한 고도의 금권선거이자, 사전선거운동’”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선거관리위원회는 지적한 광고에 대한 불법 선거운동 여부를 엄격하게 해석해 엄중히 단속할 것을 촉구한다. 만약 선관위가 물렁하게 그냥 지나친다면 불법적인 제2, 제3의 ‘빙그레 광고’를 조장하는 것으로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빙그레 천안지역 수억대 광고와 관련해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2월 26일 오전 김호연(천안을) 회장이 직접 사태진화에 나섰다.

이날 김 회장은 천안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일인 4월 9일까지 천안지역에 광고 홍보를 일시 중단해 줄 것을 빙그레와 계약 당사자인 운수업체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어 “예비후보 이전에 한 사람의 기업인으로서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기업 마케팅 활동(광고)마저 정략적 비방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며 “자유선진당과 일부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이 불법이니 금권이니 하는 용어를 사용하며 비방하는 것은 이
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자유와 선진을 내세우는 자유선진당에게 묻고 싶다”면서 “자유시장경제와 경제선진화의 근간인 기업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것
이 자유고 선진이냐”고 반문했다. 빙그레 광고 논란에 대해 성명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자유선진당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어 김 회장은 같은 당 소속 예비후보들에게도 “걸고 넘어진다”는 표현을 사용한 뒤 “그러나 그 분들이 공천 경쟁자이기 전에 한나라당의 승리를 위해 함께해야 할 동지임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호연 회장 긴급 기자회견

한편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천안시 직산읍이 고향인 한화그룹 창업주 고 김종희 회장의 차남이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친동생이다.

또 김 회장의 백부인 고 김종철 전 국민당총재는 천안에서 6선 의원을 지낸 바 있다. 김 총재가 작고하자 둘째 숙부인 김종식 전 의원도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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