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고객보험금으로 ‘돈 잔치’


‘삼성의 삼재(三災)’가 장난이 아니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비자금 조성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서해안 유조선이 좌초돼 태안시민 가슴에 시퍼런 멍을 새겼다. 또 최근에는 LCD협력관계를 맺고 있던 일본의 소니가 계약을 해지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용한 점쟁이라도 불러 단군 이래 최대의 푸닥거리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의 주요 계열사인 삼성화재가 성과급 잔치를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의 경우 고객 보험금을 빼돌려 비자금 조성에 앞장 선 계열사로 지목된 바 있어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논란의 정점에서 ‘삼성화재 성과급 돈 잔치’ 내막을 들여다봤다.

이명박 대통령을 대상으로 했던 ‘BBK특검’은 끝났지만 ‘삼성특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렇듯 잇단 악재로 그룹 전체가 뒤숭숭한 가운데 최근 삼성화재가 수억대 성과급 잔치를 벌여 논란이 일 전망이다. 부적절한 돈 잔치를 벌인 셈이다.


대리급 1천만원, 과장급 3천만원…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설 연휴 직전인 2월 초 회사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의 일종인 초과이익분배금(PS)을 정해진 몫만큼 내줬다.

2000년부터 도입된 PS제도는 한 해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회사별 △부서별 △팀별 △개인별로 연봉의 최대 50%까지를 일시불로 지급받는 삼성의 대표적 인센티브제도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이번 성과급 지급 때 대리급은 1000만원, 과장급은 3000만원 정도를 고루 나눠줬다. 실적 좋은 사업부서 임직원들의 경우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삼성 비자금 사태에 삼성화재가 깊이 개입돼 있다는 점이다.

삼성화재는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때문에 회사 내에서는 이번 성과급 지급에 대해 ‘함구령’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따가운 눈총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던 탓이다.

삼성화재 비자금조성 의혹은 내부제보자 증언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제보자 증언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렌터카 비용을 비자금 조성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법으로 꾸려진 검은 돈은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 차명계좌에 입금됐고,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지시에 따라 본관 27층 비밀금고에 전달됐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삼성화재 쪽은 “말 그대로 의혹일 뿐”이라며 “성과급 지급도 해마다 해 왔던 것으로 새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삼성화재 관계자는 “성과급은 통상 2월내로 지급하게 돼있으며 올 해도 (어김없이) 2월 초에 지급했다”며 “다른 회사도 다 그런 제도가 있고, 이는 급여의 일종이라고 봐야한다”고 답했다.

보험금 미지급 의혹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제보자가 의혹을 제기한 것일 뿐 수사결과 아직 뚜렷한 정황이 나온 게 아니지 않느냐”며 성과급 지급에 대한 정당성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직급별 성과급 지불액에 대해선 “정확한 금액은 연봉과 직결된 거라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삼성그룹 쪽 또한 “의혹자체가 사실이 아니다. 또 성과급은 급여의 일종으로 연봉에 포함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며 삼성화재와 뜻을 같이 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어 “일례로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해서 월급이 밀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 않느냐”며 뭐가 문제냐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제보내용이 사실이 아니란 삼성 쪽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삼성화재가 가입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빼돌린 보험금 미지급금이 대부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로 흘러간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삼성화재와 우리은행에 개설된 차명 의심 계좌 추적과 삼성화재 실무자들을 조사해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앞서 특검팀은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과 무교동지점에서 삼성화재 보험금 미지급금을 관리한 계좌 3000여개를 발견해 돈 흐름을 추적했다.

이와 관련,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보험금 미지급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공소유지 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인한 상태”라고 말했다.

재계 쪽 또한 삼성화재의 성과급 지급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높았다.


“그들만의 잔치, 모럴 헤저드”

한 재계 관계자는 “매년 이맘때면 연초에 나올 거액의 성과급으로 들뜬 분위기가 연출되지만 올해는 삼성 때문에 국민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점에서 고객들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삼성화재가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모럴 헤저드이며, 돈 잔치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특검으로 인해 반기업정서가 높은 이때 다른 회사들도 ‘돈 잔치 오해 살라’ 쉬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화재가 성과급을 지급했다면 이건 뻔뻔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중공업은 태안 기름유출 사태 여파로 결국 올해 초과이익분배금(PS)을 못 받게 됐다. 대신 삼성중공업 직원들은 설 상여금 100%와 태안산 5kg짜리 호박고구마 1상자로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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