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구 세상보기] 무소불위 노동권력의 자가당착
[고재구 세상보기] 무소불위 노동권력의 자가당착
  • 고재구 회장
  • 입력 2018-11-02 21:13
  • 승인 2018.11.02 21:15
  • 호수 1279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미시건주 최대 도시인 디트로이트는 20세기 세계 최대의 자동차공업도시였다. 크라이슬러, GM, 포드 등이 이곳에서 10개가 넘는 대형공장을 운영하는 등 공장 직원만 30여만 명에 달했다.

그랬던 디트로이트가 2013년 파산했다. 미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최대 규모인 185억 달러(약 21조원)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한 까닭이다.

이 여파로 자동차 공장들은 대부분 철수했고 수많은 직원들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디트로이트가 파산한 근본 이유는 강성노조의 부정적 역할에 의한 산업 경쟁력 저하 때문이었다. 자동차 산업이 점점 발달하자 노조가 도 넘는 요구를 하기 시작해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경쟁력에 뒤져 하나 둘씩 디트로이트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디트로이트는 파산하기에 이르렀고, 자신들 이익을 위해 불법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던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게 되는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디트로이트의 몰락에 충격을 받은 미국의 여러 강성·귀족 노조들은 이후 달라진 자동차 산업 환경에 맞게 노조 활동의 변화를 이루었다.

2003년 한때 연 4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던 호주는 지금 단 한 대의 자동차도 생산하지 못하는 불모지가 돼버렸다. 강성노조의 무리한 임금인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에 허덕이던 해외 자동차 업체들이 모조리 철수해버린 공장 폐허 현상이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민노총의 강성 투쟁 때문에 거덜 난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다. 민노총 소속 노조의 점거 투쟁으로 쌍용차가 폐허가 된 형편이고, 한진중공업이 빈껍데기로 전락했다. 현대자동차는 연봉 1억 원에 육박하는 귀족 노조의 전횡으로 해외 판매 부진이 지속되는 등 글로벌 경쟁에서 뒤지고 있다. 미국 거리에 과거와는 달리 한국산 자동차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또 한국GM은 최근 3년 동안 1조3000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가동률이 20~30%에 불과한 군산 공장의 고정비용 손실 등을 고려하면 올해도 대규모 손실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인상만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는 강성노조로 인해 호주GM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엄청난 실업자가 양산되는 등 큰 혼란이 야기될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최근 국내 대표 IT(정보기술) 기업인 카카오에 노조를 설립하는 등 인터넷·게임업계에까지 세력을 뻗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민노총 소속 네이버 노조는 사 측이 수용하기 힘든 복지 제도, 경영 참여, 사외 이사 추천권 등 무려 124가지에 달하는 요구 사항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다. 민노총은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 기조를 등에 업고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정규직 전환 대상자의 1.5%에 대해서만 공개 채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고용 세습 의혹이 불거진 서울교통공사에게는 “정규직을 새로 뽑지 말라”고 요구하는 지경이다.

이처럼 고용세습 채용비리의 중심에 선 민노총이 이런 와중에 또 울산항만공사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총파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사실상 무소불위의 존재가 돼버린 민노총은 2016년 73만 명 수준이던 조합원이 현 정부 들어 급증하면서 앞으로 200만 명까지 조합원을 늘리겠다고 한다. 비대화한 노동권력이 부추길 재앙이 두렵기만 해진다.
고재구 회장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