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인정 못 받는 회사의 미래는?

현대증권 노조 직원 설문조사 내용

현대증권을 바라보는 내부 직원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못해 얼음장처럼 차갑다. 경영진에 대한 오해와 불신은 이미 건너 선 안될 강을 넘어섰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현대증권 직원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영진에 대한 직원들의 반감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일례로 설문에 응답한 10명 중 5명은 “회사를 제발 다른 곳에 매각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현대증권 노동조합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과 그 결과에 대해 알아봤다.

현대증권 노동조합이 지난달 말 조합원 1800여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직원의식조사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총 10문항으로 이뤄진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증권과 경영진의 성적은 거의 낙제점에 가까웠다.


직원조차 등 돌린 이유는?

우선 ‘치열한 경쟁 아래서 현대증권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사항’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42.23%가 ‘타 금융기관 또는 기업으로의 매각’을 원했다. 반면 ‘현재 상태 유지’를 바란 직원은 고작 0.60%에 그쳤다. 직원들조차 회사를 버린 것이다.

‘현대증권이 업계 7~8위에 머물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에 대한 응답은 더욱 가관이다. 응답자 10명 중 5명이 경영진 탓을 했다.

또 ‘향후 현대증권이 업계 선두를 되찾기 위한 선행과제’를 묻는 질문에서 직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48.90%가 ‘경영진의 비전제시 및 구체적 실행방안’을 꼽았다.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해 현대증권이 내놓은 자산관리 영업전략에 대한 직원들 생각을 묻는 질문에선 ‘회사정책이 신뢰할 만하지 못하며 향후 실패가 예상된다’는 답변이 절반(48.05%)을 차지했다. 심지어 ‘관심 없다’고 답한 사람도 2.07%나 됐다.

현대증권의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질문에 대해선 직원 대부분이 하나같이 매우 짠 점수를 줬다. 100점 만점에서 50점 이하의 점수를 매긴 응답자가 31.38%나 됐다. 반면 91점 이상 100점미만을 준 응답자는 1.16%로 매우 낮았다.

특히 ‘현대증권이 시행중인 제도 중 신뢰할 만한 제도는’이란 질문에선 응답자 52.72%가 ‘없다’고 답해 사측과 직원 간의 불화가 어느 정돈지 가늠케 했다.

사측과 직원 간의 사이가 벌어진 이유에 대해선 다음 질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현대증권이 시행중인 정책 중 신뢰하지 못하고 총체적 변경이 요구되는 것’이란 문항에서 33.26%가 ‘모두 변경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인사관리제도’가 22.84%로 2위를 차지했다.

5년 후 현대증권이 차지하는 증권업계 위치를 묻는 질문에서 직원의 48.40%가 ‘중·소형 증권사로 전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현대증권 존재가 없어질 것이란 직원(6.20%)도 있었다.

한편 직원들의 이러한 자사평가에 대해 현대증권 사측 관계자는 “노동조합에서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인 만큼 객관성에 의문이 든다”며 “익명성을 보장한 상태에서 한 조사인 만큼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관계자는 또 설문시기와 응답자 기준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이와 관련 사측 관계자는 “설문조사를 한 시기가 노조와 사측이 원만한 관계가 아닌 상태였다”며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관계자는 “직원 모두가 개별적으로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는 진 알 수 없지만 응답자 대부분이 과장급 이하 직원들이었다”면서 “직급에 따라 회사에 대한 시각이 틀릴 수도 있는 문제”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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