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1위 수모 감사기능 축소 “웬 말”

농협 내부개혁 문서

‘비대공룡’ 농협중앙회가 끊이지 않는 악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대형악재에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비리 1번지’ 농협은 “이러한 금융사고 쯤이야 별 것 아니”란 투다. 직원에 의한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오히려 감사기능을 축소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최근 <일요서울>이 단독 입수한 농협개혁위원회의 제6차 회의 자료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얼빠진 농협의 현 시점과 그들이 풀어야할 과제에 대해 알아봤다.

농협의 금융사고는 새해 꼭두라고 해서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올 1월 3일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쌀 판 돈 수억원을 챙긴 A농협간부 안모(47·단위농협 미곡처리장 근무)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혐의로 긴급 구속했다. 또 A농협직원 이모(30)씨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막나가는’ 농협

검찰에 따르면 안씨는 D상회에 쌀 2만9500kg을 납품하고 받은 5900만원을 농협에 입금하지 않고 슬쩍 자기주머니로 챙긴 혐의다. 안씨의 이 같은 범죄는 10여 차례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그는 2억9000만원을 꿀꺽 했다.

농협의 금융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초 발생한 사건이 농협직원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번엔 농협의 보안을 책임지는 보안업체 직원들에게 농락당했다.

지난 1월 5일 오전 8시, 경기도 고양시 주교동 원당농협 주교지점에 2인조 강도가 들었다. 범인들은 이 지점 ‘365코너’ 현금인출기에 이물을 삽입, 일부러 고장을 일으킨 뒤 장애가 발생했다며 보안업체 직원의 출동을 유도했다.

곧 현금인출기 고장신고를 받은 보안업체 이모씨가 현장에 도착했고, 범인들은 흉기로 이씨의 오른쪽 허벅지를 찌른 뒤 현금 4898만원을 들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러나 사고 발생 5일 뒤 경찰 조사결과 2인조 강도와 보안업체 직원은 한통속인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한 달에 두 번꼴 사고발생

농협의 ‘굴욕’은 이뿐만 아니다. 농협직원에 이어 이번엔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까지 말썽이다.

지난 7월 8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납품계약을 연장해주는 대가로 사료용 첨가제 생산업체로부터 기억원의 뒷돈을 챙긴 축산경제 남모(64)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2002년 9월 농협사료 대표이사로 취임한 남씨는 사료용 첨가제를 만드는 A사 사장 왕모(49)씨에게 가공의 회사인 B, C사를 설립해 이들 회사 명의로 첨가제를 납품하게 한 뒤 납품대금의 25%를 자신의 차명계좌로 지급받는 등 2003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2억3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농협사료는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한 자회사다.

농협직원은 고객의 돈에만 눈이 먼 게 아니었다. 고객의 금융거래정보 또한 자기 마음대로 열람했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지난 8월 18일 친구의 부탁을 받고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대전 모 농협 직원 오모(39)씨 등 3명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해 11월 친구인 정모(39)씨로부터 정씨 처남의 여자친구였던 김모(29.여)씨의 금융거래 정보를 조회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김씨의 연체내역 등 개인 금융정보를 알아내 정씨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올 상반기 농협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금융사고는 모두 15건. 이는 한 달에 두 번꼴로 농협직원이 고객 돈을 횡령했거나 강도를 당했단 소리다.

이처럼 농협의 금융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농립해양수산위 홍문표 전 한나라당 의원이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7년 6월까지 발생한 농협 임직원에 의한 횡령사건은 98건으로 건당 평균 3억4000만원에 달했다. 사고금액만도 332억6000만원 상당이다.

년도 별로는 ▲2004년 37건 16억원 ▲2005년 28건 10억원 ▲2006년 825건 110억 ▲2007년 6월 8건 5억3000만원이다.


감사기능 축소 논란

연이은 금융사고와 내부직원 비리로 얼룩진 농협. 그러나 농협은 이 같은 비난에도 전혀 개이치 않은 듯한 모습이다. 심지어 내부감사 횟수마저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일요서울>이 입수한 농협개혁위원회 제6차 회의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다. A4용지 22장 분량의 이 문건은 크게 조합 개혁과제와 중앙회 개혁과제로 나뉘어 있다.

면밀히 살펴보면 조합 개혁과제는 △조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모화 및 전문화 추진 △도시농협의 역할과 기능 강화 △조합장 선출방법 개선 및 전문경영인 책임경영체제 강화 △조합 이사회, 감사 기능 축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중앙회 개혁과제는 △중앙회장 자격, 권한 및 선출방법 조정 △대표이사 및 집행간부 선출방법 개선△중앙회 이사회 권한과 전문성 강화 △감사기구 독립 및 선출방법 변경 △중앙회 구조조정 △계열사 경영평가방법 개선 등 경영혁신 △계열사 임원 선출방법 개선 △세계적인 선진 협동조합금융그룹 발전방안 강구 △농축산물 홍보 마케팅 강화 및 통합 브랜드 육성 △해외 신시장 진출 및 해외 농업자원 개발 △조합 상호금융과 중앙회 은행의 운영체계 개편 등으로 짜여져 있다. 이중 ‘농협 감사기능 축소’는 조합 개혁과제에 속한다.

농협 전략기획단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은 조합 이사회 감사기능 축소와 관련, 조합 감사의 수시감사 제한에 대한 법률 검토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농협은 빠른 시일 내에 조합 이사회 감사기능 축소를 할 것으로 보인다. 과제분류란에 단기과제로 적시돼 있는 탓이다. 문건은 또 감사기능을 축소하는 이유로 조합운영의 효율화를 꼽았다.

특히 이 회의자료는 감사기능 축소에 대한 개혁방안란에 “조합 자체감사는 정기감사를 매 회계연도 중 1회, 부정기감사의 경우에는 1회에 한해 3일 이내로 실시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또 “부정기감사가 더 필요한 경우에는 조합감사가 조합감사위원회에 요청”하도록 했다.

또한 비고란에 “이사회 개최 시기(매월 개최 필요성 등)”이라고 적혀있는 것으로 봐 “이사회 개최를 매월 개최할 필요성이 있느냐”를 따지는 듯하다.

이어 비고란에는 “붙임:조합감사의 수시감사 제한에 대한 법률 검토의견”이라며 “위헌의 소지가 있어 과제채택의 어려움 있음”이라고 적혀있었다. 위헌의 소지가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밀어붙이려는 농협의 무모함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또 6차 회의록은 붙임을 통해 “조합 감사의 수시감사 제한에 대한 법률 검토의견”을 따로 적시해 놨다.

농협 전략기획단은 의견 검토사항을 통해 “조합 감사의 수시감사 횟수를 연 1회로 제한하고, 감사일수를 3일로 하며, 그 이상 수시감사가 필요하면 조합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의뢰하도록 농협법을 개정하자는 농협개혁위원회 논의 결과에 대한 법적 타당성 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러한 일련의 회의 사실에 대해 “개혁위원회의 전략기획단은 농협 소속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관계자는 이어 “개혁위원회는 모두 외부인사들로 농협직원이 아니다. 다만 외부에서 농협중앙회를 바라보고 잘 되라는 뜻에서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으니 검토해 보라는 정도”라고 해명했다.


“농협, 언제 철들래?”

실제 농민·소비자단체 대표·학계 전문가·조합장 등 18명으로 구성된 개혁위원회는 농협중앙회 소속 직원이 아니다. 하지만 이 모임을 출범시킨 사람이 바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다. 또한 모임 내부에서 조차 “최 회장과 친분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개혁위원회에 소속돼 있는 한 인사는 “농협을 개혁하고자 모인 단체인데 이 단체 안에도 농협과 같이 뜯어 고쳐야할 인사들이 한둘 아니다”고 귀띔했다.


이성희 농협 감사위원장 재산 ‘57억’

이성희 농협협동조합중앙회 감사위원장이 공직유관단체 고위공직자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축적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8월 21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목록에 따르면 이성희 농협 감사위원장이 보유한 재산은 총 57억4232만원. 같은 기간 재산 공개한 공직자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이 감사위원장은 이돈 대부분을 땅이나 부동산을 사는 데 썼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 감사위원장 본인의 명의로 된 땅은 모두 17곳(41억2979만원)으로, 경기도 노른자위에 자리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을 비롯해 경기 광주, 성남 분당 등이 바로 그곳이다.

이 감사위원장은 또 돈이 들어오는 족족 부동산을 사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아파트를 비롯해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 전세권, 경기 광주시 공장·창고 등을 하나하나 사들였다. 5곳의 건물 값은 17억5906만원 상당이다.

이 감사위원장의 재산은 이뿐만 아니다. 은행에 본인과 배우자, 차남 명의로 8억6000만원 상당의 현금을 쌓아뒀다.

남들보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만큼 씀씀이 또한 남달랐다.

고유가 시대에도 불구하고 이 감사위원장은 두 대의 차량(4200만원)을 번갈아 사용했으며, 그의 배우자는 2000만원씩이나 하는 헬스클럽 회원이다.

반면 이 감사위원장은 모 금융회사에 10억7000만원 빚을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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