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외아들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


현대그룹이 경영권 후계구도와 관련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25일 현정은(53)회장의 외아들인 정영선(23)씨가 그룹 계열 투자자문회사 현대투자네트워크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정씨는 현대택배로부터 현대투자네트워크의 지분 20%(4만주)를 2억원(주당5000원)에 매입했다. 일각에선 그룹의 경영자문을 맡고, 향후 있을 현대건설 M&A등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 회사의 지분을 헐값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상선 소액주주의 주주대표소송, 현대유엔아이의 富 부당이전 의혹, 현대 아산은 대북사업 전면 중단 등의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내유외환에 시달린데 이은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보유 현대투자네트워크 지분 20% 매입

지난 25일, 현대택배는 현대투자네트워크 보유주식 4만주를 전량을 매각했다. 인수인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영선 씨. 매각금액은 주당 5000원씩으로 2억원이다.

정씨는 현대투자네트워크 지분 20%를 확보, 최대주주인 현대유엔아이(U&I)에 이어 2대주주가 됐다.

현대투자네트워크는 지난 5월초 현대 U&I(5억원) 등이 출자해 자본금 10억원(발행주식 20만주, 액면가 5000원)으로 설립된 투자자문사다.

재계 일각에선 총수의 2세인 정씨와 현대택배 간 거래에 대해‘회사 기회의 유용’(Usurpation of Corporate Opportunities)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5월 설립된 현대투자네트워크는 그룹 내 기획총괄본부에서 결정되는 사안을 현대투자네트워크가 자문을 맡아 수행하고 알려져 있다.

향후 그룹의 숙원 사업인 현대건설 인수전과 자원개발 등에서 현대투자네트워크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현대투자네트워크는 자본금이 10억원 밖에 되지 않아 그룹 지주회사로 전환은 힘들 것이다. 핵심계열사인 현대상선 지분을 다량 보유 중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주회사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현대투자네트워크가 현대건설 M&A를 비롯해 경영권 승계에 커다란 역할을 수행하면서 회사를 키워나간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현대투자네트워크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택배가 지분 20%를 오너의 2세에게 매각한 것은 회사 기회의 유용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회사기회의 유용’은 지배주주가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봉쇄하고 이를 자신이 대신 수행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행위는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투자이다.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회사기회의 편취는 말도 안된다.”고 해명했다.

현대 측에선 현대택배와 정영선씨와의 중요거래 내역에 대해선 “경영진이 알아서 한 것이기 때문에 아는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재계일각에선 정영선씨의 지분 인수에 대해 지난 2003년 8월 정몽헌 회장 별세 이후 2세들의 현대그룹 경영권 승계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현대택배, 현대U&I, 현대아산, 동해해운, 해영선박, 현대경제연구원, 현대투자네트워크 등 10개(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준) 계열사를 두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고 정몽헌 회장과의 사이에 1남2녀를 뒀다. 장녀 지이(31, 현대유엔아이 전무), 차녀 영이(24), 외아들 영선씨다.

장녀 정지이씨만 현대유엔아이 전무로 경영일선에 참여하고 있다. 지이씨는 현대상선 0.02%(3만163주)와 현대U&I 9.1%(40만주) 등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정영선씨는 현대상선 0.01%(1만6850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학생신분으로 그룹 경영과는 무관했다.

하지만 재계일각에선 정영선씨가 그룹의 의사결정을 하는 중요 회사에 지분을 적은 자금으로 인수한 것은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기반 조성이라는 분석이다.


현대U&I도 회사기회 편취 의혹

이에 대해 현대그룹의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아니며 현재 학생 신분인 영선씨가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면서 “당장 주주 이상의 어떤 활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에도 계열사 현대유엔아이가 ‘회사기회의 편취’의혹으로 받았다.

현대유엔아이는 각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 용역을 줘 처리하던 IT업무를 일괄 처리하고 자체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현 회장(68.2%). 정지이(9.1%). 현대상선(22.7%) 등 현 회장 측이 100%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즉, 이 회사가 이익을 낼수록 사실상 현 회장 모녀의 이익이 늘어나는 셈이다.

당시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이해관계자들 간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서도 당시 현대상선 관계자는 “회사기회의 편취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기회의 편취’등에 논란은 황제경영에서 빗어낸 구태경영이다. 이젠 투명경영을 통해 회사가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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