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포스트 신격호’잰걸음

롯데그룹 ‘포스트 신격호’체제가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로 87세인 신 회장은 국내 재벌그룹의 창업주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셔틀경영을 하고 있다. 신 회장이 고령이라 재계에선 롯데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롯데는 큰 틀에선 일본롯데는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한국롯데는 신동빈 롯데쇼핑 부회장이 맡는 걸로 교통정리가 됐다. 그 뒤를 이어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과 막내딸인 신유미 유원실업 최대주주는 패션, 식품, 물류 등을 주축으로 한 소그룹 체제로 지분을 정리하고 있는 걸로 알려지고 있다. 소리 없는 총성으로 비유되고 있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해 알아본다.


롯데가의 여인들이 분가를 시작한다.

롯데는 1994년 신동빈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부터 소리 없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이양 작업을 해왔다. 2006년 이뤄진 롯데쇼핑 상장은 지분이양 작업이 실질적으로 마무리가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롯데쇼핑의 상장은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일본롯데는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한국롯데는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는 것으로‘교통정리’가 됐다

올해 초 주총에서 2년 만에 롯데쇼핑의 등기이사로 복귀한 신영자 부사장과 유원실업 대주주로 있는 막내딸 신유미 씨도 롯데와의 분가를 위한 마지막 지분 정리수순을 밟고 있다.

신영자 부사장은 롯데후레시델리카(9.31%), 시네마통상(28%), 롯데쇼핑(0.79%)등을, 신유미 씨는 롯데후레시텔리카(9.31%), 유원실업(40%), 유기개발(100%), 코리아세븐(1.2%)를 보유하고 있다. 패션, 식품, 물류 등 소그룹 체제로 지분이 정리되어 있다.


87세 신격호 회장의 고민

지난해 11월,‘딸들의 기업’으로 알려진 롯데후레시델리카는 지분 정리를 통해 신영자·신유미가 주요주주로 올라섰다. 향후 롯데쇼핑에서 분리한 뒤 사업영역과 지분율을 확장시켜줘 분가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신동빈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좌상봉 호텔롯데 대표이사가 등기이사에서 빠지고, 이재혁 전 롯데리아 대표와 김기석 현 롯데브랑제 감사가 새롭게 선임됐다.

지난 99년, 롯데호텔, 호남석유화학(한국), 미쓰이물산, 후지식품(일본)이 공동투자해 설립한 롯데후레쉬델리카(납입자본금188억원)는 지난해 매출액 321억원에 순이익 50억원을 올렸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롯데슈퍼 등 롯데 계열의 유통회사에 삼각김밥·샌드위치 등 가공식품을 납품하고 식품회사이다.

실적이 뛰어나지도 않지만 유통재벌 롯데를 배경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성장가능성이 충분하다.

재계는 신영자 부사장과 신유미 씨가 롯데후레쉬델리카의 대주주로 오른 것은 신회장에서 신동빈 부회장으로 경영권을 승계를 위한 딸들의 몫을 정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신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롯데로지스틱스의 지분 4.99% 전량을 롯데후레쉬델리카에 증여했다.

신 회장의 증여로 롯데후레쉬델리카가 대주주로 참여하게 된 롯데로지스틱스는 물류사업 통합화를 위해 롯데냉동과 합병한 뒤, 지난해 12월 롯데쇼핑의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롯데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정책본부 주관아래에 롯데 후레쉬델리카를 지주회사로 만들고, 사업자회사로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코리아세븐,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등이 포함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롯데그룹의 관계자는 “일본의 미쓰이물산과 후지식품이 투자를 철수하면서 두 사람에게 지분을 넘겨준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롯데쇼핑 경영활동을 해 온 신영자 부사장과 달리, 지금까지 노출을 극히 자제해 왔던 신유미 씨의 행보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스롯데 출신 서미경 씨와 신격호 회장사이에서 낳은 딸인 유미 씨의 나이는 스물다섯.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숨겨진 딸’ 신유미의 화려한 외출

유미씨는 영등포 롯데리아 등 몇 곳의 롯데리아를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유기개발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모친인 서미경 씨와 롯데시네마 매점 수입을 맡고 있는 유원실업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시네마의 매점운영권은 유미씨가 최대주주인 유원실업과 신영자 부사장이 최대주주(28.3%)인 시네마통상이 나눠서 운영하고 있다. 유원실업은 서울 경기 지역을, 시네마통상은 그 외 지역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유원실업이 전 지역을 도맡았으나, 신영자 부사장은 지난 2005년 시네마통상을 설립하면서 지역을 양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네마통상 최대주주는 신 부사장(28.3%)이다. 그의 세 딸이 모두 5.7%∼7.6% 보유해 대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신 부사장 시네마통상을 비롯해 유니엘, 비엔에프 통상 등 알짜배기 독립 회사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들 회사를 다 모으면 연 매출 800∼900억 원대의 중견 사업군이 형성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포스트 신격호 시대가 시작된 만큼 신 부사장이나, 신유미 씨도 나름대로의 대안을 준비했을 것" 이라고 “비상장 가족 회사를 통해 이미 꽤 탄탄한 규모의 사업군을 마련해 놓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롯데가 딸들의 분가가 재계 판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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