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보복폭행사건· CJ 청부살인의혹 ‘유전무죄 무전유죄’

한화 김승연 회장이 남대문경찰서에 자진출두하는 장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이른바‘북창동 잔혹사’가 영화화 된다. 영화는 지난해 김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당시 관할서인 서울 남대문서 형사과장 강대원 전 경정의 회고록 <형사25시>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영화 제작이 알려진 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곳은 한화그룹이다. 경영 활동과 기업 이미지를 추락시킨 오너들의 낮과 밤이 다른 이중적 사생활을 알아본다.

재벌의 사생활은 은밀하다. 연예인보다 훨씬 은밀하게 비밀스럽다.

재벌 오너와 가족의 사생활은 모 기업에서 철저히 관리된다. 연예인은 매니저와 경호원에 보호를 받지만, 재벌은 기업 차원에서 철저히 관리 보호를 받고 있다. 때문에 그들의 사생활은 좀처럼 일반 대중에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생활이 외부로 유출된다. 스캔들, 경영권 분쟁, 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정보가 고작이다.

재벌의 사생활이 외부로 알려진 사례는 연대별로 다양하다. 8~90년대 재벌과 연예인의 섹스 스캔들, 2000년대 폭행사건, 경영권분쟁 등이다.


김승연 회장 재벌사 최대 관심사건

한국 재벌사에 가장 관심을 끄는 사건은 단연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다. 사건의 재미나 전말이 너무 리얼해서 영화의 소재로 등장할 정도이다.

지난해 김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당시 관할서인 서울 남대문서 형사과장 강대원 전 경정의 회고록 <형사25시>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강대원 전 과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영화에서 ‘북창동 잔혹사’에 얽힌 밝혀지지 않은 경찰 내·외부 외압의 실체와 의혹이 공개 될 전망이다.

김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은 법보다 사적 폭력에 의존한 재벌 총수의 특권층 의식, 경찰의 수사 은폐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으로 한국식 재벌이 무엇을 보여주는지를 재조명을 해 본다.


보복폭행 사건의 전말 ‘부정(父情)’

2007년 3월 8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G주점.

한 20대 젊은이가 북창동 S클럽 직원 윤모(33)씨 등과 몸싸움을 하다 눈 주위를 다쳤다. 20대 젊은이는 한화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모(21·미 예일대 재학 중)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술집에서 벌어진 작은 실랑이가 이후 재벌 총수의 보복 폭행과 경찰의 사건 은폐 파문으로 이어지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집에서 눈 주위가 찢어진 차남을 본 김 회장은 법 대신 주먹을 택했다.

그날 밤, 김 회장은 아들과 시비를 벌어진 청담동 G가라오케를 찾아간다.

“아들을 때린 사람들을 찾아오라”는 김 회장의 지시에 G가라오케 사장은 황급히 S클럽 영업이사 조모(33)씨에게 전화를 건다.

G가라오케 사장은 “한화그룹 회장 아들이 맞아 머리가 찢어졌다. 와서 사과하라"고 북창동 S종업원들을 부른다. 연락을 받은 조씨 등 일행 4명은 오후 7시쯤 부리나케 달려왔다. 아들을 직접 때린 윤씨는 빠져 있었다.

술집에서 기다리던 김 회장은 “때린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조씨는 “제가 그랬다"고 대답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조씨 등은 김 회장의 지시로 승용차에 태워졌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인적이 뜸한 청계산의 신축빌라 현장이다.

김 회장 일행은 이곳에서 조씨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렸다. 주변에 떨어져 있던 1.5m 길이의 쇠파이프를 집어 들어 등을 한 차례 때렸다. 발로 얼굴과 가슴을 차기도 했다.

김 회장은 나머지 세 명을 무릎 꿇렸다. 이어 김 회장은 “아들을 때리는 걸 말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접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길질도 했다.

한참후 폭행 현장에 김 회장의 차남이 나타났다. 그는 조 씨를 보더니 “날 때린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분이 덜 풀린 김 회장은 진짜 때린 사람을 찾겠다며 북창동으로 향했다.

오후 11시, 고급 승용차 8대가 S클럽 앞에 섰다.

차 안에서 내린 김 회장이 경호원들과 함께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조직폭력배처럼 보이는 건장한 청년도 눈에 띄었다고 한다.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김 회장은 S클럽 업주 조모(41)씨의 따귀를 때렸다. 그리고 “아들을 때린 사람만 데려오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사장 조 씨는 김 회장의 아들을 때린 윤 씨를 찾아 방으로 들여보냈다. “이 사람이 널 때렸느냐." 김 회장 아들은 맞다고 확인했다. 그러자 김 회장은 아들에게 “직접 때리라"고 지시했다. 아들 김 씨는 윤 씨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정강이를 발로 찼다. 이른바 보복폭행이 아버지 김 회장의 지시로 자행된다.

9일. 0시 12분. S클럽 종업원 모씨의 신고를 받은 태평로 지구대 소속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업주 조씨는 “종업원들끼리 싸웠을 뿐"이라며 경찰을 돌려보냈다.

경찰이 돌아간 뒤 김 회장 일행은 클럽을 나갔다. 동행했던 협력업체 사장이 치료비로 쓰라며 100만원권 수표 2장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업주는 이를 받지 않았다.

청계산에서 쇠파이프 등으로 맞은 조씨와 북창동에서 김 회장 아들에게 맞은 윤씨는 늑골이 부러지고 뇌진탕을 입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 통원치료를 받았다.

김 회장 보복폭행 사건에는 서방파 하부 조직 ‘맘보파' 두목 오모 씨 등이 동원한 폭력배 20여명이 참여했다.

쉬쉬하며 덮여질 것 같던 사건이 4월 말, 세상에 드러났다. 폭행 사실을 부인하던 김 회장 측은 뒤늦게 범행을 시인했다. 5월11일 경찰은 김 회장을 구속했다.


한화 영화제작에 민감한 반응

<형사25시>가 제작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한화그룹. 강 전 과장은 외합의 실체와 의혹을 영화를 통해 알리겠다고 했다. 외합의 실체가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보다 클 경우 기업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건과 관련해 실형을 살았고 사회봉사기간을 거쳐 8.15광복절 특사를 통해 경영에 복귀했던 김 회장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일각에선 김 회장이 경영복귀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김 회장이 조직 폭력배를 동원하고, 경찰 고위층에 로비와 외압을 했음을 불구하고, 일반인에 비해 훨씬 적은 양형을 살았다. 이에 법 집행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화는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실사에 참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영화가 제작되는 사실 만으로 한화에겐 악재이다. 영화가 완성되어 일반 공개되면 기업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다. 또한 김 회장의 경영복귀가 투명경영에 위배된다는 지적으로 점화될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이재현 회장 재산관리인 ‘청부살인’의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못지않은 사건이 올해에도 발생했다.

지난 9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개인 자금을 관리하던 이모(40) 씨가 구속됐다.

이 씨는 이 회장의 개인 돈을 전직 조직폭력배에 맡겼다 떼이자 다른 폭력배를 동원해 살인청부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설 경마, 사채업 등에 투자해서 자금을 불려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돈을 빌려주었다가 떼인 것. 그래서 그는 다른 폭력배를 동원해 자금을 떼먹은 전직 조폭을 살해하려 했다는 것이 사건의 요지다.

경찰이 이 씨가 관리한 90여 개 차명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추적한 결과, 계좌에 보관된 주식과 현금이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명예회장이 장손자인 이 회장에게 증여한 자금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은 1987년 삼성화재 주식 9만여 주를 이 전 명예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았다. 이후 94~98년 CJ그룹이 삼성에서 계열 분리될 때 순차적으로 처분, CJ그룹 계열사 주식을 매입한 뒤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에 보관해왔다.

이들 차명계좌에 380억원 규모의 현금과 주식이 보관돼 있었으며, 이중 100억원이 박씨에게 흘러 들어간 사실도 확인했다.

서울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은 할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주식에 대해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주주 지분변동 사항을 매월 공시토록 한 증권거래법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차명계좌를 통해 이 회장이 포탈한 정확한 세금 규모를 확정하기 위해 국세청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아직 시기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경찰 주변에서는 이르면 이 달 말, 늦어도 다음달 중반께는 이 회장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벌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재계의 경영권 분쟁도 뉴스거리다.

창업주에서 2~3세로 경영권이 넘어오면서 형제간의 유산상속 등으로 불거진 갈등이 경영권 분쟁으로 번졌다. 현대, 두산 등에서 발생한 형제간 분쟁은 골육상전은 심각했다. 한마디로 남보다 못한 형제간의 진흙탕 싸움이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보복폭행사건을 일으킨 한화 김승연 회장과 분식회계를 한 두산박씨 형제가 경영에 복귀했다. 이들은 회사 명예와 손실을 일으킨 장본인들이다.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 행동을 했음에도 경영에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후진국적 경영행태가 아직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투명경영이나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되었다면 이들의 복귀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루빨리 우리나라 투명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회사의 명예나 손실을 일으킨 경영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하는 제도가 만들어 져야 한다. 그리고 투명경영을 위해선 경영권 상속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사라져야 하며 전문 경영인 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