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만든 가짜 대체에너지로 청와대 물 먹여

조길제 에너지마스타 사장은 ‘장열실 과학기술 대상’을 시작으로 각종 시상식을 휩쓸기 시작했다. 사진은 상장을 수여받는 조 사장.

물을 원료로 하는 새로운 에너지 기술, (주)에너지마스타의 기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존재 여부조차 확실치 않은 기술이 정부기관·단체로부터 상이란 상을 다 휩쓸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제품조차 출시되지 않은 이 회사의 수상 배경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정부 로비를 통한 수상이 아니냐는 의혹부터 모두 다 속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황당한 논란이 이는 (주)에너지마스타의 행보를 추적해봤다.

물 분해를 통한 수소에너지 개발한 업체 (주)에너지마스타에 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에너지마스터는 2007년 수소가스 발생기를 발명해 수소에너지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의 반응은 단호하다.

“에너지효율 448%는 있을 수도 없는 기술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에너지마스타의 수소 연소 기술에 대한 수소 전문가의 말이다. 에너지마스타의 기술에 대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수소 관련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에너지마스타의 기술에 대해 ‘이론상 불가능한 기술’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조금만 과학적 지식이 있어도 이 말이 얼마나 허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라며 “지갑에 1000원짜리를 넣고 꺼낼 때 1만원이 된다는 식의 주장”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의혹 핵심인물은 전 공직자

하지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불가능하다고 평가되는 에너지마스타의 기술은 에너지·환경 부문 주요 상을 휩쓸었으며, 이를 근거로 중앙·지방 정부로부터 연구비와 연구소 부지 등을 지원받기도 했다.

에너지마스터 측이 이를 기반으로 대리점 등 투자 등을 유치한 탓에 자칫 피해자까지 생겨날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논란은 어떻게 불분명한 기술로 각종 상을 받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지는 형국이다.

에너지마스타를 검찰에 고발한 진보신당 관계자는 “로비가 아니면 말이 안 된다”면서 “회장직함을 가진 사람이 전직 국회의원인데다 전 정부 장관까지 깊숙이 연관 돼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에너지마스타에는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영재 전 의원이 에너지마스타의 회장으로 있으며 고문으로 이태섭 전 과학기술부 장관, 김학옥 전 국방대학교 연구소장, 박병권 전 한국해양대학교 소장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신당의 주장처럼 에너지마스터의 행보에서는 고위 공직자들이 적잖게 출연한다. 관계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2007년 3월 에너지마스터 서울 여의도 사무소 개소식에서 이태섭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여 했다. 2006년 12월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학술발표회에는 김기형 초대 과학기술부장관, 신석균 한국발명학회장이 참여해 에너지마스터 기술을 극찬했다.

특히 이상희 과학기술부 전 장관은 에너지마스타 직원과 동석해 식사 했다는 증언도 있다. 국책 사업을 진행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많은 ‘권력자’와의 접점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다. 공식적 자리가 아니더라도 조길제 에너지마스타 사장이 사회 고위층과 수차례 접촉했다는 정황은 여기저기에서 포착된다. 에너지마스터의 전직 관계자는 조 사장이 “K은행장, 연예인 K씨, 모 방송국 임원 등을 만나곤 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인사들과는 점심식사를 나누기도 했으며 스스로도 그것을 자랑삼아 말하고 다녔다 설명도 덧붙였다.


총리실까지 기술에 관심

특이한 점은 국무총리실 관계자들 해당 기술을 보기 위해 에너지마스타로 직접 방문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14일 국무총리실 측 관계자들은 전북 완주에 위치한 에너지마스타 연구소를 방문했다. 이날 연구소를 방문한 것은 국무총리실 기후변화대책기획단 저탄소사회정책관실 소속 과장 1명과 전문가 2명 등 총 3명이었다. 당시 총리실 측은 “시연에 성공하면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가 시선을 모으는 것도 이 대목이다. 국무총리실에서 제품이 시판되지도 않은 일반 기업을 방문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문에는 회장으로 있는 조 전 의원의 역할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조 전 의원이 국무총리실에 에너지마스타의 기술과 발명에 대해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증을 부탁하자 총리실에서 사람을 파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시작은 장영실 상 하나에서?

하지만 이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조 사장이 누구길래 정치권 로비의 핵으로 떠오르냐는 것이다. 실제 조 사장이 총리실을 옮길만한 정치권 세력이 맞닿아 있다는 설명은 곧이 곧대로 듣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많다. 조 사장은 이미 학력 논란으로 적잖은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다. 2004년 논문에서는 공학박사라고 썼지만 에너지마스타의 홈페이지에는 H공학과를 졸업했다고 돼있다. 이마저도 H대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자 현재는 홈페이지 경력란을 삭제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경력이 불투명한 것이다. 게다가 공장 토지매입 자금을 내지 못해 토지공사로부터 가압류가 되기 직전임을 감안하면 조 사장이 정치권과 결탁할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도 힘든 실정이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대단한 기술이라는 말에 전 공직자 등이 오히려 달려들었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에너지마스타의 수상경력은 2006년 11월 장영실 과학기술대상에서 시작된다. 'IR52장영실상'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관하고 과학기술처장관이 수여하는 우리나라 산업기술 분야 최고의 권위 있는 상이다. 문제는 에너지마스타가 받은 상이 ‘IR52장영실상’이 아니라 ‘장영실기념사업회’라는 알려지지 않은 민간단체가 수여하는 상이라는 점이다.

이후 에너지마스타에 각종 상을 안겨준 기관, 단체들은 에너지마스타가 제공한 데이터를 액면 그대로 믿거나, 이전 수상경력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즉, 장영실상의 이름으로 인한 혼동이 적잖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수상 경력이 또 다시 수상을 부르고, 투자자가 몰린 것처럼 정치권에서도 에너지마스타 측의 구애에 관심을 갖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단적으로 부산대학교는 지난해 11월 에너지마스타에게 ‘산학협력연구안’을 보내서 계약을 재촉했고 전라북도는 전북 과학연구단지에 입주를 예정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결국 에너지마스타가 국내 수많은 상과 단체 및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동안 기술을 객관적으로 검증한 곳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검증만 한번 했어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홍성안 수소연료전지사업단장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수소연료전지사업단의 검증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수차례 만나자는 제의를 받아왔다”며 “지자체를 비롯해 정치권 등에서도 기술 실현 여부에 대해서 물어왔다”고 밝혔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수소기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청와대에 민원을 넣어 해당기술이 실현 불가능이라고 확인해준 일도 있다는 것이다.

홍 단장은 “사실 뻔한 수법이다”면서 “조금만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절대 납득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결국 시상식 및 사업을 추진했던 정부기관?단체들은 모두 에너지마스타에 낚였던 것일까. 에너지마스타가 기술이 존재여부를 주장하는 만큼 아직은 속단할 수 없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월27일 ‘2009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국회 시정연설’에서 “비록 우리가 산업혁명의 탄소시대에는 뒤쳐졌지만 수소시대만큼은 원천기술개발로 앞서갈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마스타를 향한 각종 의혹이 한편의 확산된 파장이 될지, 촌극으로 끝날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 <에너지마스타> 숨겨진 명예회장은 사이비 교주?

에너지마스터에 기존에 알려진 조영재 에너지마스타 회장 외에도 명예회장이 존재하는 것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에너지마스타의 명예회장은 바로 민석사상연구원의 창립자인 K씨. 그는 1970년대 ‘○○성서’를 발간한 뒤 자신을 세계 통치자라고 자처하는 종교인이다.

K 명예회장은 에너지마스타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직접 내용증명을 보내 에너지마스타의 투자를 촉구했을 정도다. 심지어 투자가 여의치 않자 노 전 대통령에게 1000억원의 투자촉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K 명예회장은 책‘유턴의 세기- OO선생 세계통치 34년 실록’에서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제7에너지(수소 에너지)를 개발했다”고 직접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에너지마스터의 기술 개발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K 명예회장과 에너지마스타는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을까. 에너지마스타 전 직원 및 조길제 에너지마스타사장에 따르면 K 명예회장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조 사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K 명예회장은 내 양아버지다”라며 “그분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사퇴, 9.11사태 등을 예언하신 비범한 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송은 승소를 위해서라기보단 경고의 의미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 했다.

하지만 K 명예회장은 최근 몇몇 신도가 자금 편취 등으로 고발하는 등 여러 굴곡을 맞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그가 이끄는 민석사상연구회의 경전인 민석성서에는 43장 1항∼5항에는 13세∼56세의 남자는 정관수술을 단행해야 하고 생후 10개월내로 사내아이는 거세를 해야 한다고 기술돼 있다.

또 12층 이상의 고층건물 신축의 불허, 개인소유 금지, 서울인구 500만이상 규제, 여하한 행사라도 14만4000명 이상이 모이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교리로 종교계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조길제 에너지마스터 사장 1문1답

▶ 보유 기술이 허위라는 사기논란에 대한 입장은?
▷ 폭로했다는 전직 직원 말은 모두 거짓이다. 회사에 돈을 요구하다가 여의치 않으니까 앙심을 품고 나갔다.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고 말했었다. 이런 논란은 그동안 에너지마스터에 수상한 기관, 단체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그들은 가짜 기술에 상을 줄 만큼 바보가 아니다.

▶ 학사, 박사 등으로 학력을 위조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데.
▷ 당시 워낙 가난했기 때문에 휴학과 복학을 반복했다. 전국기능대회 수상 경력으로 한양대학교에 편입학해 전자공학과에 다녔다. 하지만 대학 마지막 학기 등록금을 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 왜 공인된 연구기관에서 검증하지 않는가.
한국전기연구원 경우에서처럼 이 기술을 검증해 놓고도 나중에 다른 말을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을 모아둔 자리에서 내가 기초 지식에 대해 1시간가량 강의를 한 뒤 검증에 착수해야한다.

▶ 해외에서 막대한 투자를 이끌었다면서 왜 토지매입 대금을 못낸 것인지?
▷ 실제 중국에서 600억원에 기술을 사겠다는 제의도 있었고, 일본의 한 기업과 제휴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다만 지금 진보신당, 언론 등이 문제를 제기하는 통에 조금 미뤄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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