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국민들의 노후를 위해 걷어 놓은 돈이 ‘국민연금’이다. 그런데 최근 이 연금이 허망하게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례로 은행 예금이자율이 1%라고 하고 국민연금이 보유한 돈이 10조 원 안팎이라고 가정하면 이 돈을 은행에만 넣어놨어도 연 이자수입이 1000억 원이 넘는다.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갈설이 계속되고 현 정부가 이 돈의 흐름에 대해 변화를 가지려 하면서 국민연금 운영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이어진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을 도대체 얼마나 날렸나 하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우선 국민연금 기금에 대해 알아보자. 2018년 8월 말 현재 기금적립금이 651조 원에 달한다. 이 중 2018년 2월 기준 국내주식투자 규모는 124.7조 원이며 8월 기준 51.3% 가까운 금액은 안전자산인 국내채권에 투자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해외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8월 말 현재 해외주식 비중이 약 30.1%로 195조 원에 달한다. 그 외에 해외채권과 대체투자, 단기자금 등에도 기금을 사용 중이다.


국내 투자종목으로는 2017년 말 기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네이버 ▲현대차 ▲LG화학 ▲KB금융 ▲현대모비스 ▲신한지주 ▲SK텔리콤 등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


해외투자부문을 보면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은 ALPHABET. INC다. 국내에는 구글로 더 유명하다. 2위부터 차례로 보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모두 기술주 종목들이다.

주식투자 수익률 -5%… ‘10월 대폭락’


문제는 이들 주식에 대한 수익률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국내주식은 -5.14%로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주식 수익률 25.88%와 비교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이 때문에 8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평가액은 123조6020억 원으로 지난해 말 131조5200억 원보다 7조9180억 원이 줄었다. 문제는 이달 들어 코스피가 14.8%, 코스닥 23.4% 폭락했다는 점이다.


이는 10월 한달 동안 진행된 주가폭락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이다. 코스피 지수는 10월 들어 급락세를 보이면서 13.4%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국민연금의 국내 증시 투자액이 123조 원 안팎인 것을 감안한다면 10월 한달 동안 국내 주식에서만 16조 원 넘는 평가 손실을 봤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해외 주식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미국 증시에서도 폭락을 주도하는 것은 항상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기술주들이다. 6위 투자 종목인 중국의 텐센트도 최근 미국무역전쟁사태 이후 30% 이상 폭락했다. 국민연금이 이런 종목에 투자하면 손실을 볼 위험이 크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커피빈 중국 투자로 손실을 봤다. 당시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커피빈의 중국 사업에 730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미래에셋과 중국 커피빈 사업권 계약을 맺은 이랜드가 스타벅스에 밀려 커피빈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커피빈의 중국 사업 실패는 국민연금에도 상당한 손실을 안긴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국민연금공단에서 운영 중인 청풍리조트가 1년 사이 운영적자가 9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안산 단원갑)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청풍리조트의 누적적자가 22억7400만 원에 이르고 있으며, 객실가동률은 올해 기준 50.82%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은 시설 개선을 통해 청풍리조트의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으나, 2016년 2400만 원이었던 손실이 지난해는 오히려 9배가량 늘어난 마이너스 2억1600만 원을 기록하며 손실이 커졌다. 


청풍리조트는 만성적인 적자에 2013년 매각이 검토됐으나 매각 평가금액이 약 400억 원으로 취득원가 약 800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 매각이 취소됐다.


김 의원은 “청풍리조트는 건립된 지 18년이 지나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인데 담당 직원들마저 현장에 배치되지 않아 관리감독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적자를 줄이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주식 하락과 관련 “글로벌 주식시장이 활황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미·중 무역분쟁, 통화 긴축, 부실 신흥국 신용위험 고조 등으로 국내와 글로벌 금융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수철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은  국회에서 열린 한국증시 대진단 토론회에서 “연기금은 장기목표를 갖고 자산을 배분하다 보니 위험자산이 예전보다 늘어 이를 어떻게 완화시킬지 고민 중”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내 주식을 줄이고 글로벌 시장으로 다양하게 분산시키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개편안 안갯속으로3]  선진국 국민연금 운영 사례와 비교한다면

이웃나라 일본의 공적연금 GPIF는 한국과 비슷하게 공공기관 형태의 조직이 운용 중이다. 복지부 산하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처럼 후생노동성 산하에서 비독립적 조직이 해당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국민연금과 달리 일본에선 주식 투자 의결권 행사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위탁 운용사가 행사한다.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연기금 운용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GPIF는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더 높은 운용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도록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예컨대 2013년 25.7%였던 해외 투자 비중을 지난해 39.2%로 높였다. 자국 주식 투자 비중은 5%대에 불과하다.


최근 글로벌 연기금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해외 투자 비중을 확대하면서 수익률 제고에 나서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 또한 여러 노력에도 아직까지 국내 자산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큰 국민연금이 참고해야 할 사례다.


캐나다는 한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연금 개혁을 추진 중이다. 캐나다 연금의 현재 소득대체율은 2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용돈연금’이라는 지적이 항상 따라다녔다. 캐나다는 이 소득대체율을 2025년까지 33.3%로 끌어올리기 위한 개혁을 진행 중이다.


연금 주머니를 키우려면 보험료 인상은 피할 수 없다. 캐나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보험료율을 인상했다. 현재 9.9%인 보험료율은 2023년까지 11.9%로 높인다. 보험료 인상폭도 2%포인트 수준으로 우리와 비슷하다.

캐나다는 이어 2024년과 2025년에 ‘기준소득액 상한선’을 올려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안도 시행 중이다. 상한선이 높아질수록 보험료도 늘어나지만 그 대신 나중에 받는 연금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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