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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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현 정부 경제 정책의 ‘쌍두마차’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을 전격 교체했다.

후임 부총리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정책실장으론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을 지명했다.

그동안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 기조를 두고 불협화음을 내온 ‘김-장’ 경제라인을 바꾸면서 기존 경제정책을 더욱 힘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홍남기 신임부총리 내정자 지명을 두고 ‘변양균 라인’과 ‘강원도의 힘’이라는 분석이다.

변양균 라인 또 종용…꼬인 경제 풀 수 있을까
김동연-장하성 동시 교체…김수현 ‘회전문 인사’ 뒷말도

새 부총리로 지명된 홍남기 국무조정 실장은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9회로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해 기획예산처 장관비서관, 예산기준과장 등을 거친 ‘예산통’으로 불린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에서 박봉흠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 비서관, 2006년엔 변양균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대변인과 기획재정부 정책조정실장을 거쳤고,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에 파견돼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는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비서관실 기획비서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을 맡았다.

‘변양균 라인’ 왜 뜨나

홍 신임 부총리 내정자는 김동연 전 부총리와 함께 대표적인 ‘변양균 라인’으로 불린다. 변 전 실장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1973년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 경제기획원·기획예산처에서 잔뼈가 굵은 예산통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면서 문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있다.


홍 내정자가 임명장을 받으면 금융-경제 분야 핵심 경제라인은 강원도 출신이 차지하게 된다. 원주 출신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강릉이 고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 모두 강원도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이처럼 경제부총리,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등 경제 분야 3곳의 자리를 강원도 출신이 동시에 차지한 적은 전례가 없어 1984년 정부 수립이후 처음이다.


또 홍 내정자가 임명장을 받으면 청와대 경제수석보다 행시 기수가 낮은 경제부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홍 내정자는 행정고시 29회 출신이고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행시 27회다. 경제부총리 행시 기수가 청와대 경제수석의 행시 기수보다 낮은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의 새로운 정책실장으로 기용된 김수현 사회수석은 그간 교육, 환경, 복지, 에너지, 부동산 정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업무를 도맡아온 인사다.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일각에선 ‘왕실장’이라고 부를 만큼 현 정부 실세로 통한다. 노무현 정부 땐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 등을 지냈다.


다만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데다가, 경제 분야에 있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어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회전문 인사라고 지적한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의 후임으론 노형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김수현 사회수석의 후임으론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각각 지명됐다. 노형욱 국무2차장은 행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에서 재정관리관과 사회예산심의관, 행정예산심의관 등을 지냈다. 김연명 교수는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싱크탱크에서 복지팀장을 맡았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을 내고 “(현 정부의) 중요한 과제는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경제정책기조를 전면 전환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직을 걸고 임하라’고 발언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경제참모를 교체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져있다는 반증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경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단기일자리 급조 등으로 나날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3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6%로 2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실패한 경제정책기조를 그대로 강행하겠다며 독선적 의지를 내비쳤다. 작년보다 9.7% 늘어난 470조5000억 원의 슈퍼예산을 편성하여 또다시 막대한 국민혈세를 투입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바닥민심과 동떨어진 경제행보를 거듭하는 근본 원인은 거시경제 전체를 보고 진언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무엇을 잘못해서 경질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2기의 진용을 갖추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실제 문 대통령은 ‘경제 투톱’을 바꾸더라도 이들이 경질되는 모양새로 비치지 않도록 깊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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