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합병 ‘통신공룡’ 탄생 초읽기

케이티(KT)가 오는 5월에 케이티에프(KTF)와 합치기로 했다. 통합 이후 케이티는 전체 매출이 19조원을 넘는 국내 최대 유·무선 종합통신 업체로 탈바꿈하고, 마케팅 비용과 접속료(통신망 이용 대가) 절감을 통해 20% 가까운 요금인하 여력을 추가로 갖게 된다. ‘공룡 KT’의 탄생과정을 따라가 봤다.

국내 1위 유선통신사업자인 KT와 2위 이동통신사업자인 KTF가 합병한다. 매출 19조원, 순익 1조 2000억원, 자산 25조원대의 거대 통신기업인 이른바 ‘공룡 KT’가 탄생하는 셈이다.


KT 0.72주=KTF 1주 교환

KT는 지난 1월 20일 이사회를 열어 KTF를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은 KT 신주와 자사주를 KTF 주주들에게 KTF 주식 1주당 KT 주식 0.72주 비율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 청구금액은 주당 KT 3만8535원, KTF 2만9284원으로 결정됐다. KT-KTF간 합병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예정이다. KT는 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인가를 신청하고, 인가를 받는 대로 주주총회 승인과 주식매수청구 절차를 거쳐 5월 중순까지 합병 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이석채 KT 사장은 이사회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케이티의 케이티에프 합병은 대한민국 정보통신 산업의 동맥경화를 막는 의미를 갖는다”며 “2015년까지 유·무선 통신망을 모두 인터넷 기반으로 전환해, 정보통신 업계의 투자를 이끌면서 창의적인 벤처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KT는 KTF의 휴대전화 사업을 개인고객 부문으로 편입하고, 휴대전화 브랜드 ‘쇼’를 계속 사용할 계획이다. KT가 KTF를 합병하면 국내 최대 종합통신 업체 자리를 지키고,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T는 그동안 유선전화 매출이 빠르게 줄면서 국내 최대 통신업체 자리를 에스케이(SK)텔레콤에게 내줘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비 구매와 마케팅 활동의 비용을 절감하는 측면에서 큰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며 “하지만 인가 조건 내용에 따라서는 시너지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요금 인하

KT-KTF간 합병의 직접적인 효과는 비용절감이다. 그동안 KTF는 다른 회사 통신망을 사용하면서 연간 1500억원대 돈을 꾸준히 내왔다. 여기에 유통망·인력효율화·브랜드 효과까지 합치면 최대 4800억원 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쪽에서 보면 경쟁 활성화에 따른 요금인하가 기대된다. 합병 이후 KT는 휴대전화 쪽에서 20% 정도의 요금인하 여력을 갖게 돼, 유·무선 결합상품의 요금할인 폭을 키울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케이티에프가 케이티에게 주던 망 접속료가 사라져, 18% 정도의 원가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며 “그만큼의 요금인하 여력을 추가로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유무선 사업자들은 “KT의 유선 시장지배력이 무선시장과 결합돼 사실상 시장 독점을 불러올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방통위의 심사과정에서 치열한 통신사간의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업계는 SK텔레콤이 하나로통신을 인수할 때처럼 투자조건 등을 전제로 방통위가 합병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KT-KTF 합병의 위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합병의 한 축인 이동통신시장이 이미 고정화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이동통신사들은 역대 최대 규모의 보조금을 사용하며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였지만 지난해 말 가입자 비율은 SK텔레콤 51%, KTF 31%, LG텔레콤 28%로 그 이전과 변함이 없었다.


#일문일답 KT-KTF통합 반대하는 정만원 SKT 사장

“몸집 부풀리기를 통한 거대 독점기업 탄생”

KT-KTF 합병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굳게 닫았던 입을 드디어 열었다. 정 사장은 지난 1월 21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T-KTF합병 계획에 대해 비판어린 쓴 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과 함께 하성민, 오세현, 서진우 등 SK텔레콤 부문별 사장도 동석했다. 다음은 정 사장을 비롯 SK사장단과의 일문일답이다.

- KT-KTF 합병이 부당한 이유는.
▲합병 시 전체 통신시장에서 KT 쏠림현상이 심화하게 된다. KT는 아울러 유선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통시장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보조금 경쟁 촉발 등 마케팅 비용 경쟁을 불러오고 결국 이용자의 편익을 훼손하게 된다.
무엇보다 지금은 국가적인 경제위기 상황이다. KT는 글로벌로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왜 안으로 들어와 독점적인 사업자가 되겠다고 공식화하느냐. 이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합병 이유에 대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 KT는 유무선 합병이 글로벌 트렌드라고 하는데.
▲(조신) 글로벌 트렌드가 컨버전스로 가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합병 추진은 그것이 가진 경쟁제한성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컨버전스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규모의 경제를 가진 유선독점사업자가 컨버전스 트렌드를 타고 컨버전스 시장도 독점하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

- 합병하면 전후방산업 고용효과 발생하지 않느냐.
▲(하성민) 합병과 산업 창출 효과는 상관관계가 없다. 오히려 후방산업의 고용창출보다는 마케팅 과열에 따른 자원낭비를 불러올 것이다.

- SK텔레콤도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면 되는 것 아닌가.
▲컨버전스 시장은 (기업간) 제휴의 시장이지, (기업을) 갖는다는 것이 아니다. 통신과 금융간 컨버전스가 대세인데, 그렇다면 통신이 금융회사를 다 사야 하는 것이냐? 브로드밴드와 떨어져 있어도 결합상품을 만드는데 아무 제약이 없다. 각자의 역량을 공유해 컨버전스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저희는 합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다.

- KT가 필수설비 분리하면 합병의 걸림돌이 제거되는 건가.
▲(조신) 무선업체가 SK텔레콤의 설비를 구축하는데 4조원이 드는 반면 유선업체가 KT의 망을 구축하려면 40조원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후발사업자는 지속적으로 시내망 분리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는 이번 합병건과는 무관한 것이며, 시내망 분리가 합병의 전제조건은 아니다.

- LG측과 공동 전략을 펼 계획은.
▲각각의 기업이 느끼는 게 조금씩 다를 것이다. LG와 공동전선을 펴야한다는 당위성을 느끼지 못한다.

- 합병을 용인해줄 수 있는 조건은 뭔가
▲지금 조건을 말할 때가 아니다. 국내에서 소모적인 경쟁을 지양하고 우리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뜻을 하나로 모아 컨버전스라는 글로벌 트렌드에서 앞서있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하자는 게 SK텔레콤과 KT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 방통위는 민간기업의 합병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데.
▲과거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등 다양한 인수합병 당시 소비자 후생과 경쟁제한 여부 등을 검토, 규제해 왔다.
(서진우) 이번 KT-KTF 합병이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공정한 검토 없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합병 건은 반드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실질심사를 거쳐 정당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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