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적 결함 알고도 무리한 공사 ‘논란’

금정터널

경부고속철도(KTX) 부실공사 논란이 한창이다.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온통 경부고속철도 얘기뿐이다. 신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경부고속철도 부실공사 불똥이 문제의 구간을 책임·시공한 대우건설에까지 미쳤다. 붕괴사고가 난 금정터널 14-2공구(금정구 구서동~부산진구 양정동)를 만든 곳이 바로 대우건설인 까닭이다.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대우건설의 현 상황을 짚어봤다.

국내 시공능력 1위 업체인 대우건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고 일어나기 무섭게 무너져 내리는 금정터널 탓에 하던 일도 멈추고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까닭이다. 아직 언론엔 공개되지 않았지만 붕괴사고가 난 금정터널 14-2공구는 대우건설이 지은 곳이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의 최대 난공사로 꼽혔던 금정터널은 20.3km에 달하는 국내 최장 터널로 60만명의 인원과 17만8000여대의 장비가 투입돼 6년 만에야 마무리된 곳이다. 이때 퍼낸 토사만 해도 덤프트럭 35만대 분량(280만㎥)이다. 또 이곳에 사용된 콘크리트는 아파트(79㎡형) 5000세대를 지을 수 있는 23만㎥다.


붕괴된 채 화려한 관통식

문제는 ‘역사적’인 이 사업 관통식에서 터졌다. 13일 부산에서 열린 관통식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부산시장, 중국 철도부 고위 간부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하지만 관통식장은 행사가 시작하자마자 곧장 어둠으로 변해버렸다. 정전이 발생한 것이다.

정전사고는 한참을 기다려도 복구되지 않았고 결국 관통식은 차량전조등과 카메라 불빛에 의존해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우리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중국 철도부 간부까지 부른 걸 감안하면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더 놀라운 일은 최근 벌어졌다. 국내 최장터널임을 자부하며 외국에도 당당히 자랑했던 금정터널이 수십 미터 가량 붕괴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실제 대우건설이 책임ㆍ시공한 문제의 경부고속철도 금정터널 14-2공구는 총체적 부실의 결정판이었다.

사고는 관통식이 열리기 훨씬 전인 지난 6일 오전 2시 40분께 금정터널 14-2공구 서울방향 2㎞지점에서 발생했다. 붕괴지점은 금정산 정상에서 지하 350m지점의 동래단층대가 지나가는 연약지반으로 공사가 매우 까다로운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토사가 무너진 곳이 20m나 됐다. 다행히 사고 당시 현장에 작업자가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굴착 장비들이 터널 속에 갇혔다.


나틈공법 지반병동 우려

그러나 문제는 대우건설이 이러한 지역적 결함을 알고도 무리한 공사기법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자사의 시공능력을 자랑하기 위해 국내 최초 콘크리트 궤도(나틈ㆍNATM) 공법을 적용, 공사를 강행했다. 나틈공법이란 쉽게 말해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굴을 뚫는 방법이다.

대우건설이 붕괴지점에 사용한 나틈공법은 작업 진행속도가 빠르고 경제성이 뛰어나지만 발파과정에서 지반병동을 일으킬 수 있어 안정이 우려된다. 전문가들 또한 금정터널 구간처럼 단층대와 연약지반이 집중된 지역에서 나틈공법을 잘못 사용하면 심각한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터널이 무너져 내린 직후에도 대우건설은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드러냈다. 터널 일부가 붕괴돼 막히다시피 했는데도 그저 땜빵 처방만 한 채 관통식 진행을 묵묵히 지켜본 것이다.

한편 경부고속철도는 20량으로 많은 수의 승객이 타는데다 차체가 좁고, 시속 300km 이상 초고속으로 달리는 만큼 탈선 사고나 터널 붕괴 사고시 비행기 추락사고 못지않은 초대형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실제 금정터널은 국내에서 가장 긴 KTX 황학터널(10㎞)의 2배에 이르며 시속 300㎞로 달리는 KTX열차가 통과하는 데만 1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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