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불법 음란물의 바다 ‘웹하드(Webhard)’가 문제라면, 온갖 불법 제품의 판매 시장이 되고 있는 ‘오픈마켓(Open market)’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동안 오픈마켓과 웹하드 운영사들은 단순히 플랫폼, 즉 ‘장터’ 만을 제공한다는 해명으로 불법 유통과 관련된 법적 의무를 피해왔다. 하지만 일명 ‘양진호 사건’의 여파로 불법 음란물의 바다, 웹하드 운영업체의 불법 영상물 삭제·차단 의무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음란물은 아니지만 불법적인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는 오픈마켓 역시 의무 등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12년, 잔인한 폭력성으로 우리나라에서 등급 분류조차 거부된 게임물이 버젓이 유통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게임물 수입·유통업자 박모(33)씨 등 11명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당시 해당 업자들이 유통하고 유포한 게임물은 ‘맨헌트2’, ‘모탈컴뱃’ 등이었는데 잔혹·폭력성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참혹하고 잔인한 신체훼손 장면을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해 이용자층에서도 많은 논란을 낳았던 문제작이다.

그러나 경찰에 붙잡힌 유통업자들은 게임이 성인용으로 정식 발매된 미국 등지에서 수입해 인터넷 오픈마켓 등 온라인을 이용해 버젓이 판매한 것이다. 또 웹하드에서는 정품 인증 절차를 무력화한 PC용 게임 파일이 성인인증 절차도 없이 무분별하게 공유되기도 했다.

오픈마켓도, 웹하드도 각각의 개인 또는 소규모 판매업체가 직접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할 수 있는 구조 특성을 가지고 있어 규제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더욱이 단순히 플렛폼을 제공하는 업체에 대한 법적 처벌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각한 문제는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비슷한 불법 유통이 판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오픈마켓의 경우,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불법 제품이 판매되더라도 처벌은 피하고 수익만 가지고 가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국정감사에서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온라인 유통 채널별 위조 상품 단속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1번가와 G마켓 등 오픈마켓과 온라인 채널에서 짝퉁을 판매하다 적발된 건수는 2013년부터 2017년 까지 총 2만9746건에 달했다. 

특허청 위조 상품 단속 현황을 보면 온라인 형사입건이 2013년 117건에서 2017년 199건으로 증가했다. 김규환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은 짝퉁 제품의 근절을 위해 검수기준을 강화해야 하지만, 현재 불법유통 차단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요서울의 취재 결과에서도 오픈마켓을 통한 불법 유통은 다수 적발됐다.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픈마켓에서는 각종 명품 브랜드 등을 따라 만든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6년 전 문제가 됐던 게임물 모탈컴뱃 관련 상품은 물론 ‘O스타일, O ST’ 등을 상표명과 결합, 검색 화면에 나타나게 함으로써 상품에 관한 출처표시로 인식하게 하는 상표법 위반 상품들이 존재했다. G마켓, 옥션, 11번가 등 우리나라 대표 오픈마켓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앞서 11번가에서는 안전·표시기준 등을 위반해 판매금지 및 회수명령을 받았던 화학제품들이 해당 조치 이후에도 일부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당 업체들 중 일부는 여전히 해당 오픈마켓 판매자로 등록, 활동하고 있었다.

문제가 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업체들이 판매하는 타 제품들이 얼마나 신뢰성을 가지고 있는지, 오픈마켓이 검수에 얼마나 적극적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 대목이다.

해당 사건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부터 대진 침대 라돈 검출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케모포비아(Chemophobia :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증)를 이르는 용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논란으로 소비자들은 또다시 불안감을 벗어날 수 없게 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불법은 아니지만 범죄로 악용될 수 있는 몰래 카메라(히든 캠코더·Hidden cam.), 전자 담배 및 유사 상품들도 법의 사각지대를 형성한 채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소비자들로부터 유해 상품으로 인식되는 제품들도 있다. 청소년들의 흡연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판매가 금지된 일명 비타민 담배-비타민 흡입제도 마찬가지다. ‘비타민 담배’라고만 검색해도 수십여 곳의 쇼핑몰 이름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오픈마켓이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은 것은 불법 상품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거나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판매자들의 광고 및 거래 행위를 방치했다고 볼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 등이었다.

 

 

다만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논문 ‘오픈마켓에서 위조상품 판매에 따른 오픈마켓사업자의 책임(저자 유대종)은 “오픈마켓사업자가 상표권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통지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오픈마켓이 위조 상품이 유통되기 쉬운 구조”라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오픈마켓사업자는 위조 상품이 판매돼 그에 대한 수수료라는 이익을 얻게 됨으로 위조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위조상품이 판매되지 않도록 조치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주의한다.

그러면서 “오픈마켓사업자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방조의 의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오픈마켓의 불법 상품 유통 실태는 일명 ‘양진호, 웹하드 논란’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단순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라고 하더라도, 불법적인 요소들을 차단하는 의무가 필요한 사업군이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음란물 규제를 개인사업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 등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앞서 유승희 의원은 웹하드 실태와 관련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불법 영상물 차단기술 상용화를 서둘러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전에 웹하드사에 불법영상물 삭제·차단의무를 강제하는 성폭력처벌특례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오픈마켓과 웹하드 업체는 유통되는 상품만 다를 뿐,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구조”라면서 “오픈마켓의 사업자들 중 산업을 이끌어가는 대기업 사업자가 많은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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