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중에 따라 승자 갈린다”


M&A시장에 남아있는 대물은 ‘현대건설’이다. 시가총액 9조 8천억 원대에 이르는 현대건설을 탐내는 기업은 현대가 가족들이다. 때문에 ‘가족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선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 참여 의지를 불태우고 있고, 여기에 정몽준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현재 현대건설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산업은행은 정부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현대건설 최고경영자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주인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현대건설을 둘러싼 M&A 막전막후를 알아본다.

현대건설 주인을 놓고 범 현대가의 일대 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재계는 현대건설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현대중공업, 현대그룹을 꼽아왔다. 그룹의 모태였던 현대건설을 현대가가 아닌 다른 곳에 넘길 수 없다는 범현대가의 자존심이 강한 인수의지로 드러날 것이란 전망에서다.

시가총액만 9조8000억원에 이르는 현대건설의 매각절차가 본격화되면 인수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으로 범현대가 연대

따라서 현대중공업과 현대ㆍ기아차그룹, KCC그룹간의 연대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반면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또 다시 다른 범현대가로부터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필사의 각오로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그룹과 KCC는 현대건설을 인수할 자금여력이 부족하지만 현대건설이 범현대가 외의 다른 기업에 넘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몽준 의원이 정치활동을 하고 있어 직접 인수전을 주도할 수 없기에 범현대가와의 연대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증권가에선 KCC가 2007년 10월 22일 교환사채발행을 통해 마련한 1조원의 자금 중 일부가 현대건설 인수전 ‘실탄’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또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7년 10월 25일 현대자동차 주식 지분 1.5%를 사들인 것도 정몽구 회장의 경영권 안정에 도움을 주고 현대건설 인수협조를 구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불거질 특혜의혹과 관련, 재계 일부에선 오히려 무덤덤한 반응이다.


현대그룹 사활 건 투쟁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기업 운명을 걸고 있다. 현대가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며 대북사업의 시너지효과를 얻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그룹의 공식입장이다.

재계 안팎에선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할 경우 범 현대가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현 회장은 지난 2003년 11월 시삼촌인 KCC 정상영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았다. 그리고 2006년 4월엔 시동생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지분을 집중 사들였다. 현대그룹 지분구조의 핵심인 현대상선을 인수할 경우 그룹전체가 지배권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당시 현 회장은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선 주식인수를 비난하며 안정적인 경영권 지분 확보에 온힘을 쏟았다. 현재 현회장이 소유한 지분45.89%(우호지분포함)이다. 현대중공업은 25.47%이다. 경영권 방어에는 충분하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범현대가와 연대하고 현대건설인수에 성공하면 환경이 달라진다. 범현대가(KCC 5.90%, 현대백화점 4.83%)10.73%, 현대건설(8.30%), 우리은행(2.10%)이기 때문이다.

재계 전문가는 “현정은 회장의 경영리더십은 현대건설 인수해야만 살아날 수 있다. 현대건설을 인수해야만 현대그룹이 도약할 수 있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쥘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MB가 어느편에 서느냐가 관건

현대건설 M&A는 정부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현대건설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14.7%), 우리은행(14.22%)순이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고, 우리은행도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의 73%를 보유한 사실상 정부소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정부의 입장에 따라 M&A가 빨라질 수도 있고, 누가 승자가 되어 웃을지 결정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건설 CEO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어느정도 반영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분분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로부터 대형M&A가 이뤄질 때마다 늘 특혜논란은 있어왔다. 그러나 곧 무마되곤 하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정부와 매각담당자들이 얼마나 공정하게 현대건설을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매각일정은 미정이다. MB정부 기간 동안에는 매각이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질 전망이다. 매각일정이 정해지면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이 치열한 첩보전 못지않은 전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그렇게 해서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고 정주영 명예회장’에 적통을 잇는 대표 현대그룹으로 우뚝 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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