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경제성장률과 고용률 등 실물 경제지표가 사상 최악 수준을 보이고 있다. 10월 실업률이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다. IMF 경제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참사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은 몰락했고 서민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또 일정을 비우고 해외 순방에 나섰다. 지난달 2179일간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김정숙 여사 역시 인도를 국빈 방문해 경제 위기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또다시 촛불을 거론했다. 설상가상으로 대통령 부재 시 업무 공백을 메워야 할 비서실장은 자기 정치에 급급해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언론매체는 이 같은 사실을 호도하고 순방 정치를 미화할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 정치, 그 민낯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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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영업자 몰락’·서민 곡소리에도 해외 순방... “국내 정치 무시
- 최악 경제난에도 손 하트날리는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누군가가 떠올라...”

지난달 15일 프랑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며 프랑스가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럽 순방, 외신 혹평에도
폭넓은 지지자화자찬

그러자 마크롱 대통령은 무엇보다 북한이 비핵화와 미사일 계획 폐지를 위한 프로세스에 실질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줄 때까지는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제재 완화는 시기상조라며 완곡히 거절한 것이다.

심지어 마크롱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만남 이틀 뒤인 지난달 1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대북 제재 강화 의지를 또다시 분명히 했다. 일본 측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郞)관방 부장관은 이날 파리 엘리제 궁에서 1시간 15분간 진행된 회담 뒤 브리핑에서 미국의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뒷받침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선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견지해 나가야 한다는 데 두 정상이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서도 제재 완화 카드를 내놓았지만 이들의 답변은 마크롱 대통령과 대동소이했다.

외신들 역시 어느 나라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일 국영방송 도이체 벨레(독일의 소리)’문 대통령이 프랑스와 영국에게 대북제재 완화를 제안했으나 퇴짜(Rebuff)’를 맞았다면서 이들 두 나라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귀국 직후 23일 유럽 순방의 성과가 높았다며 자찬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순방 때마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는 실감을 하게 된다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순방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국내에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자기정치논란까지 터졌다. 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기간 중이던 지난달 17일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대동해 비무장지대(DMZ) 지뢰 제거작업이 진행되는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했다. 임 실장은 문재인 문 대통령 부재 시 업무 공백을 메워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임 실장의 행보는 문 정권의 실질적 ‘2인자로서 대권을 염두에 둔 자기 정치로 비쳤다.

임 실장의 자기 정치 논란 직후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초청으로 인도를 국빈 방문했던 김정숙 여사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일 김 여사는 촛불등불이 한국과 인도의 우정의 상징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한국이 촛불 혁명을 이뤄 냈다고 언급했다.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해외에서 '촛불 혁명'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보수층을 중심으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영부인마저 해외에서 촛불 혁명을 언급한 것이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에 의해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촛불에 의해 당선됐다고 이야기하는 상황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며 특히 외국에 가서 촛불 운운하는 것은 국가 위신을 떨어뜨리고 정통성을 해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13년 만 최악의 경제위기...
경제성장률 3%2.8% 또 하락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또 해외 순방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경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여권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등의 환송을 받으면서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했다.

그러자 언론 매체들은 일제히 신남방 외교전이라며 문 대통령이 아세안 국가 정상들과의 만남을 통해 신남방정책을 가속화할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정작 국내의 경제상황은 최악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IMF 통계를 보면, 올해와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각각 3.7%, 3.6%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201710월에 3%였지만 1년 만인 2018102.8%, 또 최근 11월에는 다시 2.6% 하향 조정되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세계교역 성장률은 올해와 2019년에 각각 4.0%, 3.8%로 전망되고 있는데도, 정작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2019년 예측치는 2018년보다 더 낮은 2.6%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고용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18년 취업자 증감은 2월에 102000명으로 이미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로 하락했고, 이후 계속 악화돼 10월에는 64000 명에 이르렀다. 실업률도 7~10월이 전년 동기보다 더 높은 3.7%, 4.0%, 3.6%, 3.5%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실업상황이 계속되면 청년실업률도 20179.9% 수준 아래로 크게 떨어뜨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베네수엘라는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0%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민 약 10%가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자국을 떠났다면서 그럼에도 얼마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손하트를 날리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누군가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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