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연말 인사시즌을 맞아 은행장들의 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은행장들은 검찰 재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은행 고위직 임원들도 좌불안석이다. 오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임기가 종료되는 인사만 100명이 넘는데 각 은행장들의 행보에 따라 자신들의 거취도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대실적에도 좌불안석…안정이냐? 변화냐?
‘인사 순풍’ 전망 많아…불안요소(?) 지켜보자 중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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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A은행장이 검찰 수사로 낙마하면 그 자리를 메우는 것도 부담스럽다” - A은행 고위 관계자

# “우리 B은행장의 연임은 기정사실화다. 이번 연말 인사 한파는 없을 것이다” - B은행 인사 담당자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공공연하게 나도는 말이다. 여전히 검찰 수사를 받는 금융회사들이 있다 보니 인사를 앞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檢, 수사에 발목 잡힐까 ‘우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시중은행들이 최대실적을 기록하면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검찰조사와 채용비리 등 불안요소가 산적해(?) 끝까지 지켜봐야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중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올해 말과 내년 초 각각 임기가 만료된다.

우선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실적만 본다면 연임 가능성이 높다.
신한은행은 올 들어 3-4분기까지 1조9000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2011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위 행장이 과거 신한사태와 관련 최근 ‘남산 3억 사건 위증’ 혐의로 수사 의뢰 대상이 된 점은 변수로 꼽힌다.

2015년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 이후 초대 은행장을 맡은 함영주 행장은 내년 2월 두 번째 임기를 마무리 짓고 3번째 연임에 나선다. 함 행장 역시 은행의 실적 행진과 통합 작업을 이끌었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함 행장 역시 변수는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공판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1심 판결이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면서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고 앞서 국민은행 채용비리에 대한 판결을 봤을 때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기를 앞둔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연초에 잡은 목표 7800억 원을 이미 20%가량 초과 달성했다. 이대로면 연간 순이익 1조 원대 실현도 가능할 전망이다.

연임 가능성 높은 계열사 사장단 ‘다수’

KB금융지주는 주요 계열사 사장 14명 가운데 9명의 임기가 올해 마무리된다.

KB증권을 함께 이끄는 윤경은·전병조 사장의 두 번째 임기 만료가 도래했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합병으로 시작된 각자 대표 체제는 2년째 이어지고 있다.

KB자산운용 이현승·조재민 사장도 올해 연말까지가 임기다.

KB금융이 계열사 사장단 임기를 연장해 안정을 꾀할 수도 있지만, 변화를 택하기도 나쁜 상황이 아니다.

KB금융은 작년 2분기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당기순이익으로 금융지주사 1위를 차지하고서 올해까지 수성 중이다.

채용비리로 촉발된 ‘CEO 리스크’도 검찰이 윤종규 회장을 불기소 처분함에 따라 사그라진 상태다.

우리은행은 행장과 감사를 포함한 임원 24명 중 13명이 다음 달 8일 임기가 만료된다.

우리은행은 통상 상무 임기가 2년, 부행장은 1년이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임원을 부사장급 이하로 4∼5명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지주 부사장은 은행의 부행장 급이다.

우리은행이 임원 인사를 언제 단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 달 28일 지주사 전환을 의결하는 주주총회가 변수가 됐다.

우리은행 계열사 중 우리종금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여서 연말 연초 인사 대상이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은행 임원 임기가 ‘2+1’년이라는 말이 있다”며 “금융사의 장기 운영 계획을 고려한다면 임기가 연장되는 임원도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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