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취)

자가평가보다 객관적 평가로 구취 원인 파악해야
적절한 시기 놓쳐 장기적 우울증 정신질환 야기하기도

현대사회는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사회적 유대관계를 긴밀하게 맺고 있다. 여기에 외모, 위생 등은 한 개인의 사회적 위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 여자만 하던 화장이 최근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가 하면 한방요법으로 체지방을 줄이거나 미용침으로 주름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나는 구취 때문에 사회적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이에 구취에 관한 관심 또한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 강박증의 정도가 높게 나타나는 등 신경성 질환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구취란 구강이나 비강을 통해 나오는 악취 혹은 생리적 병적인 원인에 의해 구강 및 전신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쾌한 호흡에 대한 일반적 용어 등으로 정의되며, 전 인구의 50-65%가 구취로 고민을 하거나 고통을 받은 적이 있다.

구취(Halitosis)의 어원은 숨쉼을 뜻하는 라틴어 ‘halitus’와 병리적 상태를 뜻하는 라틴어 ‘osis’의 합성어로, 숨을 쉬거나 말을 할 때 입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증상을 말한다.

구취는 진성구취(genuine halitosis), 가성구취(pseudo halitosis) 및 구취 공포증(halitophobia)으로 분류된다. 진성구취는 다시 생리적 구취와 병리적 구취로 나눌 수 있다. 생리적인 구취는 공복, 기상, 월경, 흡연과 약물 섭취 등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병리적 구취의 대부분은 구강 내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성구취는 자각적인 구취증상을 호소하나 객관적인 구취 증상이 확인되지 않는 질병으로써 구취클리닉에 내원하는 환자 중 약 16-27%정도가 해당된다고 보고되어 있다.

이러한 가성구취 환자들은 실제 구취가 검사상 측정되지 않기에 종종 의사들에게 간과되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데, 이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면서 적합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장기적인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을 겪기도 한다.

구취공포증은 진성구취, 가성구취에 상관없이 치료과정이 마무리된 후에도 본인에게서 계속 구취가 난다고 느끼는 경우로 구취에 대한 심리적인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질환이다. 기존의 연구에 구취 환자는 정상인에 비하여 강박증, 불안, 편집증에서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는 보고가 있었다.

병적인 구취는 외상성 궤양, 치성농양, 헤르페스 감염, 아프타성 궤양, 구강 칸디다증 등과 같은 구강질환이 원인이 되는 구강 내 원인과 비인두, 호흡기계, 간 및 신장질환, 소화기 질환, 전신요인 등에 의한 구강외 원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구강내 원인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생리적 구취는 공복, 아침 기상 시, 월경, 음식물, 흡연 및 약물 등에 의하여 발생한다.

구취의 주요 원인물질은 계란이나 우유 썩는 냄새를 발생시키는 황화수소(hydrogen sulfide)와 김치, 양파 썩는 냄새를 유발하는 메틸메르캅탄(methyl mercaptan)등 이지만 이러한 물질만이 구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며, 구강 내 환경적인 변인들과도 유의한 관련이 있어 우선순위를 잘 파악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취 유발 요인은 대부분 구강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것이 구강내의 휘발성 황 화합물(volatile sulfur compounds, VSCs)인 hydorgen sulfide, methyl mercaptan, dimethyl sulfide 등이다. VSCs는 세균의 부패과정에서 발생하는 산물로, 혐기성 세균이 황을 함유하는 아미노산, 펩타이드 및 단백질 등을 분해하여 생성되는 물질이다. 구강 외 원인은 비강질환 및 신장질환, 간질환, 당뇨, 호흡기 장애, 탈수 등의 전신적인 원인이 있다.

최근 의학의 발달과 더불어 평균 수명 연장에 따른 약물 복용자 및 전신 질환자의 증가로 구강건조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구강건조증도 구취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즉 타액은 구강 점막과 치아를 피복하여 기계적, 화학적, 물리적 자극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고 치아의 재석회화를 도우며 자정작용과 미각·소화작용에 관여하고, 항균작용 등 주요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구강 내 타액분비량이 너무 적다면 타액 중 미생물의 밀도가 증가될 것이고, 타액 분비의 감소와 함께 연하횟수가 감소됨에 따라 미생물과 타액 중 황을 포함하는 화합물과의 접촉시간이 늘어나 구취 발생이 증가될 수 있다.

따라서 구취를 평가하는 방법에 자가 평가(self-assessment)는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그 방법으로는 평가자가 직접 대상자의 날숨을 코로 맡아 점수화하는 방법인 관능적 평가방법(organolptic assessment), 구취의 주 원인물질인 VSCs의 농도를 측정하는 휴대용 기계를 이용하여 VSCs를 보다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Gas chromatography(GC), 설태나 타액 샘플을 배양하는 미생물학적 검사 벙법 등이다.

구취를 관리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치태와 치석의 제거, 혀솔질 등으로 치아, 잇몸, 혀 표면의 세균성 기질을 기계적으로 제거하는 물리적 방법과 VSCs를 화학적으로 제거해 주는 산화함수제, 치약 등을 이용한 화학적 방법이 있다. 손쉽게 널리 이용되는 구강함수제는 대부분 화학적 합성제제로 단기간의 사용에는 일시적인 효과는 있으나, 장기적 효용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특히 일부 구강함수제는 연약한 구강 조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 사용해야 한다. 알코올이 함유된 구강함수제의 경우 구강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일부 임상의들은 구취 증상을 감소시키기 위해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추천되는 방법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양치습관, 식습관 등의 생활관리 외에 마땅한 치료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으며, 현재의 관리법도 대부분 일시적으로 냄새를 가리거나 줄이는 정도의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한의학에서는 구취를 성취(腥臭), 구중교취(口中膠臭), 구기예악(口氣穢惡)이라고도 하며, 구취의 원인을 고량후미(膏粱厚味), 자박한 음식 등을 과다섭취하여 발생되는 위열(胃熱), 장위(腸胃)에 옹체(壅滯)된 내열(內熱), 폐열(肺熱)이나 폐옹(肺癰)이 오래되어 폐음(肺陰)이 허(虛)해질 때 발생하는 허열(虛熱), 담열(痰熱), 심화(心火), 심비허약(心脾虛弱) 등으로 보았다.

따라서 청위화(淸胃火), 소식도체(消食導滯), 청허열(淸虛熱), 보심비(補心脾) 등의 치료법이 제시되었으며 변증에 따라 청위탕(淸胃湯), 보화환(保和丸), 가감사백산(加減瀉白散), 소풍산(消風散) 등이 구취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내부 장기 병증으로 발생하는 구취는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신호’로, 조기치료가 우선시돼야 한다. 또 입 냄새가 심해지면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철저한 구강 관리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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