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돌아왔다. 지난 6·13 지방선거의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5개월여만이다. 홍 전 대표의 복귀로 당엔 벌써부터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당장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친박계에 맞서 당대표로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울러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사망으로 인한 내년 4월 경남 창원시 성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가뜩이나 갈등의 조짐을 보이던 한국당에 더 큰 파장이 있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홍 전 대표의 이번 복귀 선언이 대선과 지선 참패로 위기에 빠진 보수의 키맨이 될지, 경제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정부여당을 되살리는 ‘X이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친박(親朴) 대항마 당대표 재도전? 4월 보궐 출마설까지...
- “친박·비박 싸움, 친홍·비홍 싸움으로 옮겨갈 수도...”

 

홍준표 전 대표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 나라가 이렇게 무너지고 망가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겠다면서 그것만이 좌파 광풍 시대를 끝내고 내 나라를 살리는 마지막 기회라고 사실상 정치 일선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정계를 떠난 일이 없기에 정계 복귀가 아니라 현실 정치로의 복귀라고 해야 정확하다면서 “12월 중순 국민과의 직접 소통 수단인 홍카콜라 TV를 통해 그동안 못다 했던 내 나라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미소 짓는 비대위?
칼 꺼낼 명분 생겨...

홍 전 대표의 재등판에 따라 권력재편 전환기를 맞은 당내 역학 구도도 출렁일 전망이다. 당장 홍준표 복귀가 비대위엔 역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인적 쇄신을 하지 못해 물갈이 시기를 놓쳤다란 논란이 컸는데, 홍 전 대표가 오히려 칼을 꺼내 들 명분을 주었다는 것. 비대위 관계자는 홍 전 대표가 정치활동을 재개하면서 친홍이 움직이고 이에 따라 친박이 반박하면서 당내 분란이 커지면 이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전했다.

홍 전 대표의 복귀가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에 미칠 영향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친박계가 당권 장악에 나설 경우 홍 전 대표가 대항마로 다시 나설 가능성이 주목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내 친홍(홍준표)도 비() 홍도 꽤 있어서 친박, 비박의 싸움이 지난 지방선거 때처럼 친홍, 비홍의 싸움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지방선거 패배와 막말 정치로 인한 민심 이반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한 만큼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내 일각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아온 김무성(부산 중·영도) 의원은 20당 분열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모처럼만에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의원 공부모임인 열린토론, 미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분열에 저는 큰 책임이 있기 때문에 책임을 통감하고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고 당협위원장을 사퇴했다면서 그런 선상에 있는 분들이 자진해서 그런 길을 가는 것이 조직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우리 당이 잘못돼 왔던 과정에서 책임 있는 사람들이 다 책임을 지고 양보와 희생할 건 희생하고 통합을 하는 길만이 국민 요구를 충족해서 집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저도 거기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정우택 의원 역시 22당을 폭망(폭삭 망함)시킨 사람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지난 6월 지방선거 때 당이 폭망하는데 60% 정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전 대표는) 미국에서 회개가 덜 되어 돌아왔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홍 전 대표의 복귀가 긍정적 영향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아마 당에 다극화 현상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서 전당대회나 그러한 국면들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어떤 면에서 긍정적인 것도 있다. 모두가 패를 열고 나와 정리를 하는 작업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전대의 세부 룰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대체로 당원과 일반 여론이 5 5의 비율로 반영됐던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도 홍 전 대표에게 완전히 불리한 게임은 아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177월 당대표로 선출된 뒤 1년 가까이 재임하면서 당협위원장 인선을 포함한 조직 개편을 통해 당 장악력을 키웠다.

전대?재보궐?총선?
의 선택은...

정부여당이 최근 노동계와 갈등을 빚는 상황도 홍 전 대표에겐 희소식이다. 최근 친정부 성향이었던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놓고 정부여당과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노총에 대해 대화로 뭐가 되지 않는다. 항상 폭력적인 방식을 쓴다고 비판했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민주노총과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더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홍 전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 때 민주노총 등을 겨냥해 강성 귀족노조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물론 홍 전 대표가 아직까지는 전당대회에 출마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는 대진표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경남지사를 지낸 홍 전 대표가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별세로 생긴 내년 4월 창원시 성산구 보궐선거 출마로 발판을 마련해 차기 대선에 재도전하지 않겠느냐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이군현 한국당 의원이 올해 7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고 3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경남 통영·고성도 재보선이 확정될 경우 홍 전 대표가 노려볼만한 지역이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남지사를 지낸 홍 전 대표는 체급에서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만약 재보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202021대 총선도 남아있다. 홍 전 대표가 총선까지 기다린다면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도 생각할 수 있다. 경남 창녕은 홍 전 대표의 고향이다. 홍 전 대표는 2012년 당시 “70세쯤 되면 내 고향 창녕에서 군수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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