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충돌하는 정부와 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파업 대회가 열린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파업 대회가 열린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정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여야 정치권과 정부는 주당 근로 시간을 최대 64시간까지 늘릴 수 있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실시 기간이 늘어나면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임금도 줄어든다면서 크게 반발했다. 결국 민노총은 총파업을 통해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를 선언했다. 민노총이 정부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도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노정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민노총 조합원 13만 명,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총파업
민노총, 경사노위도 ‘불참’…“문 정부 노동정책 후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둘러싼 노동계의 반발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여·야·정은 최근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임금삭감을 초래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탄력근로제는 특정 근무일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근무일의 노동시간을 줄여 일정 기간의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시간(최대 주 52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과중 노동·임금 삭감 우려된다”며 반발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련 법령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산업 분야에선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반면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릴 경우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고, 과중한 노동으로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로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해 발생하는 임금 손실도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한국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이 6개월이 되면 시급 1만 원을 받는 노동자의 임금이 약 7%인 78만 원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정부가 재벌들의 요구에 기반한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했다는 데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6개월 유예로 인해 52시간제를 제대로 실현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간을 다시 확대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민노총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논의 등에 반발하며 총파업 투쟁에 나섰다. 민노총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을 비롯한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국회 앞에서 열린 수도권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여 명, 경찰 추산 8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민주노총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이날 총파업에 참가하는 조합원을 약 13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국회는 주 40시간제, 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노동 강도가 늘고 과로사가 일상화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절박함에 총파업을 결단했다”라며 “온전한 노동권 쟁취 및 비정규직 철폐 등을 위해 총력투쟁을 지속할 것을 결의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여당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노동계를 겁박하고 밀어붙이려 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기계를 멈추고, 일손을 멈춰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멈추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사노위 출범과 관련,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이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독려했지만, 끝내 민노총은 불참을 선언했다.

민주당 “민노총 끝내 총파업 ‘유감’”

대우자동차(한국GM) 노조 출신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노총이 총파업을 예고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해선 “노동계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노총이 탄력근로제 확대 등 주요 노동현안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지 못하고 끝내 파업을 선택한 데 대해 유감이다. 경제사회 주체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대해 마치 경영계 입장만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며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노동자 휴식권 보장, 임금감소에 대한 보전 방안 등에 대해 모든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대 노총 모두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고 있고 민노총이 빠진 상황에서 경사노위가 원만한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정부는 경사노위를 통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방침에 대한 노사 타협안을 도출해 내겠다는 방침이다.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 3당이 연내 노동법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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