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 형량 5년→3년 감소… ‘살인’ 아니라 ‘과실’로 해석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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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국회가 내놓은 윤창호법결과물에 대해 여론이 실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당초 윤창호법은 여야가 처벌 수위 강화에 대해 공통적 목소리를 내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국민적 공분에도 불구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원안보다 하한 형량을 낮춰 의결했다. 정부 관계자 및 국회의원들의 음주운전 사태가 잇따라 불거진 후라 분노는 더욱 컸다. 국회가 국민의 법감정을 기만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대로 본회의를 거쳐 윤창호법이 확정될 경우 반쪽짜리’ ‘보여주기식법안이라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사위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특가법)’ 등 민생 법안을 처리했다.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은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로 최근 숨진 고() 윤창호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왔던 윤 씨는 지난 9월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에 치였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50일 넘게 치료를 받았던 그는 지난 9일 끝내 숨졌다.


이후 윤 씨의 친구들은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윤창호법의 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이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회의원 104명의 동의를 받아 윤창호법을 대표 발의했다.


윤창호법에는 음주 사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특가법과 음주운전 적발 기준을 높이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등이 해당된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또 다른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이다.


법사위는 음주·약물에 의한 위험 운전상태에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개정했다. 같은 상황에서 사람을 다치게 할 경우에도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를 부과하도록 했다.


이는 현행보다 형량을 높인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숨지게 하면 1년 이상 유기징역에, 다치게 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9일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이대로 확정된다.


“‘일시적법감정일 뿐?


하지만 원안 보다 하한 형량이 다소 줄어든 채로 상정돼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원안에서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었던 것을 ‘3년 이상으로 의결한 것.


여야는 음주운전을 살인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국민 법감정과 달리 과실범위로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살인죄 최소 형량이 징역 5년인데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동일하게 보는 건 범죄의 고의성 측면과 형량의 법적 형평성에 위배된 측면이 있어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여야 의원들도 일시적 법감정만 고려해 법을 만들 순 없는 것 아니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음주운전은) 과실 범위라고 했다.


윤창호법을 주도했던 윤 씨 지인들의 반발이 크다. 김민진 씨 등은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을 막으려면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의 양형을 살인죄와 같은 최소 5년으로 정해야 한다반쪽짜리 윤창호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치사의 징역 하한선이 3년이 될 경우 여러 감경 요인에 의해 집행유예가 남발될 것을 크게 우려했다. 이들은 실제 음주운전 범죄로 사람을 죽여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징역 5년으로 못 박아야 감경하더라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윤창호법의 가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윤창호법을 대표 발의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음주운전을 해서 사람이 죽으면 이것은 묻지마 살인’”이라며 살인죄에 준하게 형량을 정해야 한다. 법제사법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국회를 압박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오늘 소위에서 통과된 안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후퇴한 안으로써 유감이라며 그러나 오늘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규정한 최소 3년은 작량경감 이후 집행유예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퇴보한 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창호법제정 운동을 하는 동안 국회의원·청와대 비서관이 음주운전을 했다저희는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으니 전체 회의에서 다시 한 번 살펴봐 달라고 강조했다.
 

동승자 처벌 막판 진통


관건은 동승자 처벌 규정이다. 동승자 처벌 규정과 관려해서는 행안위에서 주로 다루고 있다.


여당은 앞서 야당 의원들이 빠진 상태에서 법안을 심사해 동승자 처벌에 합의한 바 있다. ‘음주를 인지한 상태에서 탑승을 했다면 징역형 없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동승자 처벌에 반대하며 일제히 퇴장하며 논의가 중단됐다. 법안심사소위원장인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워낙 동승자 사고가 많이 나기도 했고 사회적 경종을 조금더 울리자는 차원인데 (야당의 반대로) 약간 감정이 오가면서 (소위가 끝났다)”“(민주당은) 벌금 500만 원 이하가 과하면 과태료 처벌로 수정해서라도 동승자 처벌규정을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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