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천거한 김소연 대전 시의원의 연이은 폭로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신의 측근으로 알려진 두 명이 구속된 데 이어 김 의원이 ‘박범계 의원의 세컨드라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특히 박 의원은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운동’으로 사실상 대권가도에서 멀어진 후 ‘포스트 안희정’을 꿈꾸며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었다. 난마처럼 얽히고 설킨 복마전 속으로 들어가 보자.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뉴시스>

- 김소연 ‘박범계 세컨드 발언’ 막전막후
- 朴, ‘인물부재’속 충청대망론 자처..역풍

박범계 의원 측근으로부터 ‘금품요구를 받았다’고 폭로한 김소연 대전시 의원은 지난 11월 20일 대전시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박 의원 측근 인사의 은폐·왜곡 시도로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있고, 선거과정에서 성희롱과 갑질을 당했다"고 추가로 폭로했다.

김 의원은 “박 의원과 주변인들은 금품요구, 성희롱, 갑질에 관계돼 있거나, 최소한 알고 있었음에도 침묵했다”며 “그동안 폭로를 통해 금품요구 사실을 선거 이전 박 의원에게 수차례 알렸고, 박 의원의 보좌관, 동료시의원, 구의원 등에게도 알렸다”고 주장했다.

선거가 끝난 이후에는 조승래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허태정 대전시장 등에게도 전직 시의원이 요직에 등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고통을 호소해도 하나같이 묵살했고 최근까지도 자신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말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 "선거과정 성희롱과 갑질 당해" 추가폭로

또한 김 의원은 갑질과 성희롱에 대해서도 입장을 냈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23일 서구 둔산동의 한 커피숍에서 박 의원과 채계순 대전 시의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채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이 박 의원) 세컨드, 신데렐라라는 말이 나온다. 김 의원을 비호하지 마라’고 했다”며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혼내기는 커녕 오히려 저와의 일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런 말을 듣고 화가 나 긴 머리를 짧게 짤라 버렸다”고 폭로했다.

이에 성희롱 발언 당사자로 지목된 채계순 대전시의원(비례·민주당)은 같은 날 김 의원에 대해 법적조치와 함께 당 윤리심판원에 제소했다. 또한 박 의원은 11월21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4월11일 김 의원으로부터 구속된 선거브로커 A씨가 돈을 요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도 “구체적인 사정은 들은 바는 없고,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선거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김 의원이 박 의원에게 수차례에 걸쳐 불법자금요구 건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무시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6월24일 김 시의원이 전문학 시의원의 출마포기와 자신의 공천경위를 묻는 전화를 한 뒤 9월 26일 이 사건을 폭로하기 전까지 김 시의원은 저에게 어떠한 문자나 카톡, 전화도 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김 의원이 지난 9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거액의 불법 자금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하면서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는 김 의원에게 돈을 요구한 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 결과, 대전지검은 이날 j 전 대전시의원과 선거운동원 b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했다. j 전 시의원과 b씨는 서로 공모하여 선거운동을 총괄하여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김소연 대전시의원 후보에게 1억 원을 요구한 혐의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이해찬 당 대표는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해 직권 조사를 명했지만 중앙당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가 문제가 커지면서 ‘제명’처리로 당의 입장을 선회해 체면을 구겼다. 11월9일 민주당 대전시당 윤리심판원이 j전 대전시의원에 대해 최고수위 징계인 ‘제명’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은 당대표 직권조사 지시에 따라 가동된 중앙당 윤리심판원이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린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이어서, 민주당의 일관성 없고 조급한 일처리 방식에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앞서 중앙당 윤리심판원은 김소연 시의원 폭로사건을 조사한 뒤인 10월31일, 이미 탈당한 j씨에 대해서만 ‘복당 불허’에 준하는 조치를 취했을 뿐, j 전 시의원에 대해서는 “징계사유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j 전 시의원을 검찰이 구속시키면서 망신을 당했다. j 전 의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재판부는 “범죄가 소명된다”며 검찰의 손을 들어줘 민주당 자체 조사가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됐는지를 입증하기도 했다.

한편 지역정가에서는 김소연 시의원이 정치와 일천한 자신을 박 의원의 측근인 j 전 시의원대신 공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하는 것에 대해 의혹어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 의원은 김 의원의 폭로로 자신의 측근 두 명이나 구속 기소됐고 자신의 정치인생에도 오점을 남기게 됐기 때문이다.

일단 김 시의원은 자진의 잠재적 경쟁자인 j 전 시의원을 정치적으로 사망시키는데는 성공했다. 그렇다고 박 의원까지 걸고 넘어지는 것에 대해 ‘배후설’이 지역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전시당위원장을 맡아 대전 지역 공천을 좌지우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안희정계인 허태정 대전시장을 지원하고 자신의 대전시당 후임으로 역시 ‘안희정 사람’인 조승래 의원을 앉히는 등 영향력를 발휘했다. 이밖에도 안희정 미투 파문이후 ‘갈 곳 없는 안희정 사람들을 많이 챙겼다’는 게 지역정가에 정통한 인사들의 지적이다.

박 의원 친문주류.낙천자.지역경쟁자 ‘협공’?

이에 박 의원이 공천과정에서 낙천한 인사들과 지지한 단체장들의 경쟁자들, 나아가 충청권 맹주 자리를 노리는 지역내 현역 의원들 사이에 벌어진 권력 암투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허태정 대전시장은 유성구청장을 할 당시 이상민 의원 사람으로 천거됐는 데 이번 대전시장 경선에서 박 의원의 지지를 받은 허 시장이 이 의원을 누르고 공천을 받으면서 두 인사간 앙금이 깊어졌다는 게 지역정가 시각이다.

또한 박 의원이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에서 친문 후보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친문 주류진영에서는 박 의원이 ‘재선 의원이 도가 지나치다’, ‘자기정치를 너무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박 의원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을 아울러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