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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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의 항소심 첫 재판이 29일 열린다. 지난 81심이 선고된 지 3개월여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장판사 홍동기)는 이날 오후 330분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항소심은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33)씨의 진술 신빙성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1심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적 제안에 나름의 방식으로 거절했고 내심 반하는 심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에서는 성폭력 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 진술을 배척하고 안 전 지사 진술 대부분을 받아들인 것이다.

검찰은 이런 이유로 항소심에서 안 전 지사 측 진술에 대한 검증도 다툴 계획이다. 검찰은 선고 직후 항소하면서 "이번 사건보다 더 성폭력으로 보기 어려운 사안들, 가령 이걸 어떻게 위력으로 인정했나 싶은 혹은 위력이 아닌 듯한 사례에서도 대법원은 명시적으로 유죄 판결한 적이 있다""재판부가 (안 전 지사 사건에서는) 위력을 너무 좁게 해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씨 측 대리인 정혜선 변호사 역시 지난 21'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1심 판결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및 간음에 대한 구성요건을 기존 대법원 판례보다 엄격하게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정 변호사는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진술이 본인의 체험을 근거로 이뤄진 만큼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면서도 김 씨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했다""안 전 지사의 막강한 권력,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 등의 상황들이 모두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임에도 재판부는 위력은 존재하지만 행사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는 논리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성인지 감수성'이 언급되는 판결이 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대법원은 최근 강간 및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38)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성폭행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과 달리 유죄로 인정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는 공판기일과 달리 준비기일로 열려 안 전 지사가 법정에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해외 출장지인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전 수행비서 김 씨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 강제추행 5회 등을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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