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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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골프장 사장 납치 사건’으로 변호사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전직 부장검사 김모씨가 ‘변호사’ 행세를 하다 덜미가 잡혔다.  


‘주주총회’ 열려다 변호사 사칭 사실 드러나

이 같은 사실은 한 회사의 ‘주주총회’ 때문에 드러났다. A씨는 2016년 정부기관 및 기업 등의 우편물 발송 대행 사업을 진행하는 B업체에 재직 중이었다. 그러던 중 일부 주주가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 지분을 이용해 C업체와 ‘주식 및 경영권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A씨는 당시 구매자인 C업체가 소유한 자산이나 회사 규모가 오히려 B업체에 비해 적었다면서 “당시 (기업 인수를 두고)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는 격’이라는 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C업체는 석유류를 유통하는 법인으로, 업무상에서도 B업체와 연관을 갖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당시 C업체 대표 D씨는 “회사의 업무 분야 확장을 위해 B업체를 인수하려 하는 것이며, 인수 및 운영 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회사 존속을 놓고 대립이 발생하자 A씨를 비롯한 일부 주주들과 D씨 등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김씨도 함께 했다. 그는 C업체 관계자로, 기업 인수가 성사될 경우 신임 이사직을 맡기로 예정된 사람이었다.

A씨는 “당시 김 씨와 명함을 주고받을 때 (김 씨가) 자신을 변호사라 소개했다”며 “(받은) 명함에도 변호사라고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가) 변호사와 기업 임원을 겸직하는 게 마음에 걸려 이를 알아보고자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에 문의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A씨는 당시 신임이사 후보 명단에서 김 씨의 현재 직책이 ‘E법무법인 변호사’라 기재됐고, 김씨가 자신에게 전송한 문자메시지에 “김변호사 배상”이라고 썼다고 전했다.

겸직 논란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가 기업에) 사외이사나 감사로 들어가는 경우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변호사법이나 윤리강령에 변호사업(業)과 충돌할 소지가 있는 경우엔 (겸직이)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변호사 등록 취소

 

석연찮은 일은 이때부터 벌어졌다. A씨에 따르면 김 씨 관련 문의를 넣자 대한변협 측은 현재 김 씨는 휴업 상태라고 설명했다. 동명이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A씨는 김 씨의 생년을 물었으나 대한변협 측은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말할 수 없단 입장이었다.

이에 A씨가 “내 기억에는 이 사람이 19XX년생이다. 이게 맞는지라도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자 대한변협 측은 “현재 휴업 중인 김모 변호사는 19XX년생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상함을 느낀 A씨는 김 씨의 신원 확인을 위해 수소문하던 중 대한변협에서 공고한 ‘변호사 징계내역’에서 그의 이름을 찾았고, 생년월일 등을 대조해 동일 인물이라고 확신했다.

현재 대한변협은 변호사법 제23조의2(징계처분의 공개 범위와 시행방법)에 의거해 ▲징계처분을 받은 변호사의 성명 ▲생년월일 ▲소속지방변호사회 및 사무실의 주소 ▲명칭(징계 변호사가 법무법인, 법무법인(유한), 법무조합 등에 소속됐거나 구성원인 경우 이것들의 주소나 명칭)을 인터넷 홈페이지와 대한변협 발행 정기간행물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실제 대한변협의 정기간행물 ‘인권과정의’ 제383호(2008년 7월)에 실린 ‘대한변호사협회공고’ 중 ‘변호사징계결정공고’ 명단에는 김 씨가 2008년 4월 28일 ‘각하(却下·행정법에서 국가 기관에 대한 행정상 신청을 배척하는 처분)’됐다고 명시됐다. 이후 그해 6월 10일 변호사 등록이 취소됐다. 공고에 따르면 김 씨는 ‘공동감금 및 위법행위 협조’로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에 A씨는 앞선 ‘주식 및 경영권매매계약’ 관계자들을 고소고발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 명함에 적혀 있던 E법무법인에도 불똥이 튀었다. 

A씨는 E법무법인 대표인 G씨가 E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 김 씨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김 씨에게 E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명함을 제작해 주는 등 그의 변호사법 위반 행위에 공모 내지는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E법무법인 관계자는 “(김 씨에게) 명함을 제작해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6일 김 씨, B업체 주주 2명, D씨, G 변호사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제1항제1호(업무상 배임 및 사기)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와 G변호사는 ‘변호사법’ 제109조 및 제112조의 위반 혐의도 더해졌다.

해당 고소장에는 김 씨가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 자임에도 변호사 지위를 사칭, 피고소인들의 법률사무 대리 의사 표시(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및 제112조 제3호) ▲E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아니면서 소속 변호사로 사칭해 해당 사건 범죄행위 이외에도 여타 사건 알선 정황(변호사법 제32조제1호 및 제2호)를 위반했다고 적시됐다. 

A씨는 G변호사에 대해서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도 진정을 제기했다.

A씨의 고소를 접수한 검찰은 G변호사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 지난달 초 불기소 처분했다.  

한편 김 씨는 지난 10월 5일 업무상배임과 사기에 대해서는 무혐의(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으나, 변호사법위반 혐의는 구약식 처분을 받았다. 구약식이란 '약식명령청구'의 준말로, 검사가 해당 범죄의 혐의는 인정되나 벌금형 이하에 처할 가벼운 사안이라 판단할 경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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