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가해자 4명 중 3명이 ‘부모’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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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8, 생후 6개월 아이의 입을 손으로 막고 사진 촬영을 한 위탁모가 구속됐다. 지난 12일에는 늦게 귀가하는 아들을 골프채로 때린 40대 남성이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세간의 질타를 받는 아동학대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처음으로 3만 건을 넘어섰다. 학대 가해자 4명 중 3명은 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사망사건 가해자 중에서도 친부와 친모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커지면서 신고건수가 증가하고 아동학대 사례 판단 비율도 덩달아 늘었지만 여전히 개선의 필요성이 커 보인다. 물론 지난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 제정공포 이후로 사법부의 판결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평균 실형 기간벌금 액수가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과제로 아동권리보장 강화를 꼽았다.

아동학대 사례 판단 비율도 증가···전문가 이제는 아동권리보장 강화로

지난 8일 생후 6개월 아이의 입을 손으로 막고 이를 사진 촬영까지 한 위탁모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위탁모 A(38)씨는 지난달 초 위탁을 맡은 6개월 여아 B양의 입을 손으로 막아 숨을 못 쉬게 하고 이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혐의(아동학대)를 받았다.

A씨가 위탁해 키우던 생후 15개월 C양이 뇌사 상태에 빠진 경위를 수사하던 경찰은 B양 학대 정황을 추가로 포착해 지난 5A씨를 긴급 체포했다.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과정에서 A씨가 찍은 B양의 사진이 나온 것.

앞서 C양이 입원한 병원은 증상을 토대로 뇌손상 결론을 내리고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지난달 23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에 C양의 혼수상태 전조 증상을 방치한 혐의(아동학대 중상해)도 적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부모가 보육비를 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B양을 학대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C양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사 상태에 빠졌던 C양은 결국 지난 10일 오후 1050분경 숨을 거뒀다.

지난 12일에는 평소 늦게 귀가하는 아들을 크리스마스 이브에 골프채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이 남성은 아들을 징계하기 위한 정당한 체벌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체벌 수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박재성 판사)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D씨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D씨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예방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들을 징계하기 위해 체벌했기 때문에 정당행위였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가 입은 신체 손상의 정도를 보면 정당한 징계행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들과 합의하지 못했고 학대 정도가 가볍지 않다면서도 초범이고 평소 아들의 비행행위를 참지 못하고 범행한 점 등은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D씨는 지난 20151224일 오후 8시경 인천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아들 E(15)군의 머리와 팔, 허벅지 등을 골프채로 때려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평소 아들이 꾸중하면 말대답을 하고 밤늦게 귀가한다는 이유로 화가 나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3~15, 피해 가장 높아

아동학대 범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처음으로 3만 건을 넘어섰다. 아동 38명은 학대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학대 가해자 4명 중 3명 이상은 부모로 나타났다. 부모에서도 친부모에 의한 학대(55.8%)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부자가정 12.2%, 모자가정 11.8%, 재혼가정 5.9% 등이었다.

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접수된 사례만을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에 직접 접수되거나 의료기관에서 사망한 아동 등은 추후에 아동학대로 판명되더라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7 아동학대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신고는 총 34169건이었다. 이 가운데 65.5%22367건이 실제 아동학대 사례로 최종 판단됐다.

201519214건에서 1년 새 54.5%로 급증하면서 29674건을 접수했던 2016년과 비교하면 신고건수 증가율은 15.1%로 다소 높지 않았지만, 아동학대 사례 판단 비율은 201560.9%, 201663%보다 높아졌다.

아동학대 피해 연령대별로는 13~15세가 5131(22.9%)로 가장 많았고 10~124670(20.9%), 7~93942(17.6%) 등 순이었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76.8%17177건이 부모에 의해 발생했다. 특히 친부(9562)와 친모(6824)에 의한 학대가 주를 이뤘다. 대리양육자가 3343(14.9%)으로 뒤를 이었는데 구체적으로 초고 교직원 1345(6%), 보육교사 840(3.8%), 아동복지시설 285(1.3%) 순이었다.

학대가 발생하는 장소도 가정 안인 경우가 80.4%(17989)로 주를 이뤘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38명이었다. 이와 관련해 신고는 46건이 접수됐는데 대부분 41건이 아동 사망 후에야 접수됐다. 사망사건 46건의 가해자 중에서도 친모(26)와 친부(11)37건으로 가장 많았다.

중복학대를 별도로 분류하지 않고 학대사례를 유형별(34177)로 보면 정서학대가 44.9%15346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학대가 13200(38.6%), 방임 4545(13.3%), 성학대 1087(3.2%) 순이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신체학대와 정서학대가 다른 학대 유형과 함께 복합적으로 발생한다면서 방임은 수치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다른 학대유형에 비해 발견이 어렵고 방임의 후유증으로 발달문제가 가장 높게 나타난 연구결과에서 볼 수 있듯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더 많은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실형 기간벌금 액수 증가

지난 2013년 울산과 칠곡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따른 국민적 관심 속에 아동학대처벌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공포(20149월 시행)후로 사법부의 판결이 큰 변화를 보였다. 평균 실형 기간벌금 액수 등이 증가한 것. 아동학대 사망사건에도 지난 2015년부턴 집행유예가 한 차례도 선고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향후 과제로 피해아동의 주체성을 인정하는 등 아동권리보장 측면 강화를 꼽았다.

이세원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어떠한 입법과 사법의 역할을 통해 실제적으로 (아동학대) 범죄율을 낮출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어떤 상황이나 행위가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고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하는지 구체적인 입법과 사법의 판단이 행해져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아동학대에 대한 법원의 책임을 학대 가해자의 양형 강화에 두는 시기에 와 있다면 앞으로는 범죄 피해자인 아동의 권리 보호, 가해자인 부모와 피해자인 아동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 법원 책임의 방점을 두는 회복적 아동학대 개입의 시기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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