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방위원장 ‘연내 답방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밝혀 ‘서울답방’에 희망적인 모습을 보였다. 발언 배경은 미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사인을 보낸 점이 근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확정적으로 말할 상황은 아니고 유동적’이라며 모든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에 달렸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기자간담회장에서 국내 정치. 경제 이슈에 대해선 ‘함구’하면서 ‘김정은 답방’조차 문 대통령이 자신감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자 야당으로부터 ‘북한 제일주의’라고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공군 1호기에서 기자간담회갖는 문 대통령 뉴시스
공군 1호기에서 기자간담회갖는 문 대통령 뉴시스

-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도 ‘가능성’ 높여
- ‘3차례 국내현안 질문’에 文, “외교만 얘기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월 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다음 순방지인 뉴질랜드로 이동하는 공군 1호기 안에서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북미 비핵화 대화에도 아주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트럼프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긴 하지만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연내 답방할지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다. 그것은 조금 더 지켜보자"며 "김 위원장이 연내 답방을 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1월이나 2월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열릴 것 같다”라고 2일 밝혔다. 또한 후보 장소로는 세 곳을 검토중이라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한 남북 정상회담, 그 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문 대통령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혹시 2차 북미 정상회담, 또는 고위급 회담을 갖기 전에 남북 사이에 먼저 답방이 이뤄지면 혹시라도 그런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가 없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서 그런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답방 우호적...그러나 전적 김정은 결심 달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인사는 “김 위원장의 답방은 꼭 연내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김 위원장은 자기가 얘기한 것은 시기적으로 조금 늦더라도, 약속을 꼭 지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김정은 서울답방’에 대해 자신감 있는 모습과 동시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 운전자론이 실제로 북미, 남북, 한미간 난마처럼 얽혀 있다는 점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준 셈이다.

문 대통령은 '남남갈등'의 우려에 선을 긋는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국론분열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보수·진보가 따로 있고 여야가 따로 있겠나"라며 "모든 국민이 쌍수로 환영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좌우 진영을 초월한 국민적 지지를 강조한 발언이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보수진영의 반발에 대한 북한의 부담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국내 정치, 경제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선 질문을 받지 않아 머쓱한 풍경도 연출됐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남북정상회담 계획과 한미관계 등 외교와 관련된 질문에만 답했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 앞서 질문의 주제를 한정했다. 그는 “사전에 약속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문제는 질문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일부 직원들의 비위사실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공직 기강이 흐트러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조국 민정수석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의 요청에도 기자 간담회에선 국내 문제에 대한 질문이 3차례나 나왔다. 한 기자는 “순방 중 국내에서 관심사가 큰 사안(청와대 특별감찰반 교체)이 벌어졌기 때문에 질문을 안 드릴 수 없다. 대신 짧게…”라고 입을 열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단호한 표정으로 “아니다. 짧게라도 질문받지 않고 답하지 않겠다”며 “그냥 외교문제에 치중해달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기자도 “대통령께서 국내 문제 질문은 안 받겠다고 말씀하셨는데…”라며 질의를 시도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냥 외교로 돌아가시죠. 이왕 마이크 드셨으니까…”라며 피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 경제 관련 질문도 같은 이유로 받지 않았다.

한 기자는 “문재인 정부 3년 차를 앞두고 경제분야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꼭 성과내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가. 지표상 내년이면 (경제가) 좋아질 거라고 확신하는 분야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재차 “외교 문제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다”고 함구했다.[김병준, “오로지 김정은 답방문제만...북한 제일주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수야당에서는 문 대통령이 ‘북한 제일주의’라고 공세를 펼쳤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3일 "통상 G20은 기본적으로 경제통상 문제가 핵심의제로 다뤄지는 세계 각국의 경제외교 전쟁터"라며 "그런데 경제 문제에 대해 우리 대통령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서도 시급한 경제문제에 대한 토론은 없고, 오로지 김정은 답방 문제만 논의됐다"며 "경제 규모 10위인 나라가 '북한 제일주의'로 흘러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이날 "문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국내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며 "경제문제를 비롯해 선거법 개정, 청와대를 비롯한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 문제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꼬집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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