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의 홍영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 정부의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합의했으니 이 합의안은 2018년도 정기국회 회기 안에 처리될 것이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122일을 넘긴 것은 유감이지만,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한다고 하니 국회의원들이 밥값은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합의에 대하여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로 불려 온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는 단식농성으로 응수했고, 원내 제4당인 민주평화당은 국회의원 전원이 무기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국회선진화법 이전에는 자주 보아 왔던 연말정국의 익숙한 장면들이지만, 왠지 모르게 어색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여당과 제1야당의 합의에 반발하는 이유는 2019년도 예산안을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안과 연계하여 처리하고자 했던 자신들의 의지를 거대 기득권 양당이 무참하게도 짓밟아 버렸기 때문이다.

이들 야당이 원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다. 정당의 지지율에 비례해 의석수가 배분되는 소위 말하는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가 그것이다. 거대정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알려진 소선거구제도하에서 포말후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티끌 모아 태산의 심정으로 표를 모아서 그에 비례하는 의석수를 배분받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소선거구 비례대표 병립제 하에서 국회의원 선거를 해야 적폐청산이라는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단독 원내과반수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추락하기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가 1년 남짓 남은 다음 국회의원선거 때에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과 보수 야권의 통합을 이루면 원내 제1당이 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 생존을 목표로 하는 정당들과 원내 제1당을 목표로 하는 정당들과는 애초부터 타협의 접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야3당이 사활을 걸고 요구하는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를 제대로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기 위해서는 민심 그대로라는 의미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하는 것은 그것이 적극적 지지든 소극적 지지든 지지의 의사표시이다. , 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하는 것은 강요에 의한 투표가 아닌 지지에 의한 투표이고, 그것이 민심 그대로.

현재 우리나라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당에 대한 조사는 대부분 호감도 조사다. 예를 들면, “귀하께서 현재 지지하거나 조금이라도 더 호감 가는 정당은 어디입니까?”(리서치 뷰), “ΟΟ님께서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 어느 정당에 조금이라도 더 호감이 가십니까?”(갤럽) 등이 그것이다. 이에 반해 디 오피니언은 지지도 조사를 하고 있는데, “ΟΟ님께서 현재 지지하는 정당은 어디입니까?”라고 질문한다.

가장 최근 디 오피니언 조사의 정당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27.9%, 자유한국당 11.2%였으며, 지지정당 없음/모름, 무응답은 모두 합쳐서 47.9%였다. 여론조사에 적극 응하는 사람들조차 평상시에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다. 우리나라 정당정치가 국민적 불신에 처해 있다는 씁쓸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럼 투표용지에 지지정당 없음란을 만들어서 실제로 투표하게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 결과가 진짜 50%를 차지한다면 국회의석의 반수인 150석은 4년간 공석으로 두도록 하자. 이것이 진정 민심 그대로아니겠는가? 우리나라 정당들이 이러한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제대로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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