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만두고 싶었다, 죽으려고 했다”

박종진 MC와 홍문종 의원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 캡처 화면]
박종진 MC와 홍문종 의원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 캡처 화면]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 19회가 지난 4일 공개됐다. 방송에서는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출연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자살까지 결심했던 심정과 최근 당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 등에 대한 생각이 공개됐다.

 

민주당 집권 20년 “턱도 없는 소리다”

“보수가 지리멸렬하는 결과 초래한 부분, 고해성사해야” 

 

지난 3일 김무성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친박계 홍문종 의원 등을 만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구속 재판’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는 뉴라이트 소속 전광훈 목사가 ‘우파 통합’을 위해 제안했으며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윤상현 의원과 조갑제, 정규재 등 보수 논객들도 참석했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표와 홍문종 의원은 초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입장차로 논박을 벌였지만 점차 박근혜 정부 당시 처했던 서로의 상황에 대한 대화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와 권성동 의원은 이 자리에서 ‘탄핵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박 전 대통령이 구속재판을 받는 건 심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당 관계자도 “전 대통령들의 불구속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맞지만 친박계에서 여러 조건 등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결의안 제출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비박계 수장인 김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정진석 의원과 함께 서울구치소를 찾아 친박계 좌장이던 최경환 의원을 면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 의원은 이 자리에서 두 사람에게 “당 화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처단 대상이 된 이유?

“대통령에게 너무 충성해서”

 

일요서울은 지난 4일 ‘주간 박종진’에 출연한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진행자 박종진은 최근 홍 의원이 연관된 재판 등을 언급한 뒤 “왜 처단의 대상이 됐다고 보냐”며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홍 의원은 질문에 답하기 전에 “정치를 그만두고 싶었다”라며 “솔직히 말하면 그 일 이후에 유서를 써 놓고 죽으려고 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탄핵도 그렇고 그 과정에 있어서 동지들이 다 감옥에 가고 대통령도 감옥에 갔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나 혼자 있는 게 부끄러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단의 대상이 된 이유에 대해 홍 의원은 “(내가) 대통령에게 너무 충성을 했던 사람 중에 하나가 아닌가(라고) 생각해서 눈엣가시처럼 생각했을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것”

 

홍 의원은 재판 중인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해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을 내자는 복당파의 움직임에 대해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3일 회동에서 홍 의원은 보수대통합을 위해 이른바 복당파에게 과거 탄핵에 대해 찬성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홍 의원이 복당파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홍 의원은 합치를 전제로 “탄핵에 반대했던 이른바 ‘수당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그 지경까지 몰고 간 것에 대해, 찬성한 사람들은 결국 탄핵으로 인해 보수가 분열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어 보수가 지리멸렬하는 결과를 초래한 부분에 대해 함께 통렬한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20년 집권을 방치하면 나라가 어디로 가겠나. 그래서 지금이라도 차선으로 ‘고해성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친박계 좌장인 무소속 서청원 의원도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을 거론하며 “최근 한국당의 일부 중진들이 보이는 행태야말로 후안무치한 일인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얼마 전까지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구속시키는 데 앞장섰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석방결의안(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을 내자고 하니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딱 맞는 말”이라고 일갈했다. 

또 “촛불집회가 격렬했던 2016년 12월 1일, 당시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4월 질서 있는 퇴진·6월 대선’이 만장일치 당론으로 결정됐는데 이를 스스로 깨뜨리고 자기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고 당에 침을 뱉고 탈당했다”며 “한 마디의 사과와 반성도 없이 슬그머니 복당하더니 이제 와서 정치적 입지를 위해 반문 빅텐트론을 얘기하고 당을 구하느니 석방 결의안을 내겠다고 운운한다”고 비판했다.

당초 보수대통합을 위해 모인 회동이었지만 오히려 회동 이후 자유한국당은 더 혼란스러워진 분위기다. 친박계 내에서도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을 두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고 있다.

결의안 찬성 입장인 윤상현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을 주제로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대한민국 바로 살리기 제4차 토론회’를 열었다.  

윤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정치재판’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며 “두 분을 즉각 석방해 공정한 재판이 되도록 정치권에서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모든 정치적 차이를 극복하고 단일대오를 이뤄서 반문연대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 의원은 복당파들의 탄핵 찬성에 대한 사과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집권 20년 발언 원조는?

“나다, 이해찬 심정 이해”

 

홍문종 의원은 방송에서 ‘이해찬 대표의 집권 20년 발언’의 원조가 자신이라고도 밝혔다. 

홍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집권 20년을 (처음) 이야기한 게 아니다”라며 “집권 20년이란 말은 나한테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내가) 여당일 때 그 당시 야당에서는 (내 발언이 있은 후) 난리가 났다”라며 “야당 하는 꼴을 보니까 통일될 때까지 우리가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20년은 해야겠다”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지금 이해찬의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턱도 없는 소리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 이유에 대해 홍 의원은 “대통령 책임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제도 자체를 그만둬야 한다.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귀속돼 있고 청와대가 중심이 돼서 국회도 무시하고 있다. 역대 청와대 중에 제일 큰 청와대 아니냐”라며 정부의 실정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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