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법…“하루 노역 대가 5억원”

2007년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이 조세포탈과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뒤 광주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 법원의 판결은 가진 자, 그리고 권력에는 관용을 베푼다. 하지만 없는 자들에겐 강한 법의 잣대를 들어 대고 있다. 500억원대 탈세와 100억 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된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67)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관용성 판결’이 내려졌다.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 원이 선고된 허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을 선고했다. 전체적인 형량은 물론 벌금액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가진 자와 없는 자의 법의 잣대를 다시금 생각게 하는 판결이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장병우)는 지난 1월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 원이 선고된 허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을 선고했다.

전체적인 형량은 물론 벌금액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가진 자와 없는 자의 법의 잣대를 다시금 생각게 하는 판결이다.

또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1일 5억 원으로 계산해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밝혔다. 즉, 일당 5억 원으로 51일 간 노역장에 유치되면 벌금을 모두 면할 수 있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의 하루 노력 대가는 1억원, 이중근 (주)부영회장 1천 5백만원, 박용오·박용성 전 두산회장은 1천만 원이었다.

지난 2004년 대선 불법자금 사건으로 기소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10만원이었고, 이재경 전 두산사장, 정형근 전 의원, 이광재 의원 등은 1일 노역대가가 5만원에 산정됐다.

1일 노역 대가가 5억 원이라면 일반 회사원 몇 년치 연봉에 해당한다. 법원이 허 전 회장에 대해 특혜 관용(?)을 베푼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세 정의나 조세 형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데다 포탈 및 횡령액이 수백억 원에 이르는 등 죄질이 좋지 않고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지만 조세 포탈을 통해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한 것이 없고, 법인세 및 가산세 등 818억 원을 추징금으로 납부한 점, 계열사 개인지분를 매각하거나 사재를 털어 그룹 회생에 힘쓴 점 등을 참작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허 전 회장이 범행 후 대주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법정관리 등을 통한 기업회생의 길을 택하지 않고, 양도소득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개인재산을 상당 부분을 출연해가면서까지 그룹을 살리고 채권자를 보호하고, 지역경제 피해를 최소화한 점은 책임있는 기업인으로서의 자세로 받아들일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상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2008년 9월 1심 결심공판에서 허 전 회장에 대해 징역 5년에 벌금 1000억 원을 구형하고, 벌금 부분에 대해서는 '기업 부담' 등을 이유로 선고유예를 재판부에 요청했으며, 원심에 대해서는 항소를 포기했었다. 허 전 회장은 대주건설과 대주주택 등 주력 계열사 2곳이 2005∼2006년 연간 매출액의 25∼30%에 이르는 2000억여 원을 가공계상하는 방식으로 법인세 508억 원을 탈세한 혐의로 2007년 11월 기소됐다.

[박태정 기자] tjp7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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