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회생절차 시나리오 시작됐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숨통이 조금은 트일 전망이다.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중인 2조6000억 원 규모의 금호산업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고 추가로 2조2000억 원을 확보해 금호산업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때문에 FI들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향후 기업이 정상화될 경우 기존의 금호 오너가의 경영군을 회복할 수 있는 방편이 마련된다. 주변에선 비록 갈 길 바쁜 금호아시아나그룹이지만 회생절차를 위한 초석이 마련됐다는 평이 주를 잇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회생 분위기를 알아본다.

참담했던 금호아시아나의 분위기가 조금은 흐트러지고 있다. 회생의 빛 그림자가 여기저기서 그려지고 있는 것. 법정관리 등 최악의 수단을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일각에선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위기도 있지만, 금호그룹을 살리기 위한 움직임은 여기저기서 관측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 중 하나가 대우건설 FI들의 움직임이다. FI들이 보유 중인 2조6000억 원 규모의 금호산업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고 추가로 2조2000억 원을 확보해 금호산업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에 제시했다.

FI관계자는 “기존 채권 보유분과 별도로 금호산업이 2조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여기에 FI들이 돈을 모아 전액 참여하는 방안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FI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풋백옵션 관련 채권 총 2조6000억 원 규모를 금호산업에 주겠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는 미래에셋맵스가 채권 6000억 원을 확보한 상태고 미국계 사모펀드(PEF)인펜디아가 5000억 원어치를 보유중이다. 이 밖에 KTB자산운용이 3000억 원어치를 갖고 있다.

FI 보유분과는 별도로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등이 9000억 원 규모 무담보 채권을 보유중이다. FI와 채권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출자전환하면 금호산업 지분율이 44%에 달한다.

이후 FI들은 유상증자 참여분 일부를 출자전환 지분과 합쳐 총 지분 50.1%를 확보할 계획이고, 나머지 유상증자 자금은 금호산업이 지고 있는 채무 상환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진다.

금호산업은 현재 대우건설 관련 채무 2조6000억 원 외에도 CP 4400억 원, 회사채 8334억 원 등 금융 채무를 총 4조5000억 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면 대우건설 풋백옵션(PBO) 관련 채권과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으로 인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금호산업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오너가 경영권 찾기 위해 분주

회사채까지 전액 상환해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또한 거의 없어진다.

이와 함께 금호 오너가도 일부 잃었던 경영권을 되찾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FI는 이와 함께 금호산업이 1대 주주로 있는 대우건설과 함께 금호석유화학 자회사로 넘어가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도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금호산업이 유산증자 대금으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유상증자 대금 중 7000억 원은 대우건설 주식 11%를 대우건설 FI들로부터 시가에 매입하는 데 쓰인다. 절차가 완료되면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41%, 대우건설 지분 29.6%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대한통운 지분을 각각 24%가량 보유하고 있어 대한통운도 금호산업 계열로 편입된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FI들이 제시한 안대로 이뤄질 경우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안정화의 길을 걸을 수 있고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해 큰 틀에서 동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일단 이 안을 토대로 채권은행 간 논의를 거쳐 FI들과 최종안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채권단 간 이해관계로 난항을 겪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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