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한화 장종훈(1루수·유격수·지명타자), 2004년 삼성 양준혁(1루수·외야수·지명타자) 이어 역대 3번째
이대호 ""진기록 세웠지만, 지명타자 부문이라 마냥 좋지는 않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8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을 수상한 롯데 이대호가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뉴시스]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8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을 수상한 롯데 이대호가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36)가 역대 3번째 3개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그는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아쉬움도 내비쳤다.

이대호는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1루수 골든글러브를 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다.

1루수 4차례(2006·2007·2011·2017), 3루수 한 차례(2010) 등 총 5번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이대호는 지명타자 부문 황금장갑을 끼면서 1992년 한화 이글스의 장종훈(1루수·유격수·지명타자), 2004년 삼성 라이온즈의 양준혁(1루수·외야수·지명타자)에 이어 역대 3번째로 3개 부문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이대호는 올 시즌 전 경기(14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3 37홈런 125타점 81득점에 장타율 0.593, 출루율 0.394를 기록했다. 타점 공동 2위, 안타 3위(181개), 홈런·장타율 6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138경기에서 타율 0.333 26홈런 108타점 87득점을 기록한 최주환(두산 베어스)도 강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이대호는 유효 투표수 349표 가운데 198표를 획득해 129표를 받은 최주환을 69표 차로 제쳤다.

이대호는 "진기록을 세웠지만, 마냥 좋지는 않다. 지명타자 부문이기 때문이다. 선수는 수비로도 보여줘야 한다. 타격만 하다보면 반쪽짜리 선수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며 "내년에는 지명타자보다 1루 쪽에서 많이 뛰고 싶다. 선수는 그럴 수 있는 준비가 돼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을 앞두고 지명타자가 골든글러브를 받는 것이 어색하다고 했던 이대호는 "골든글러브는 수비를 잘해서 받는 상이지 않나. 지명타자는 골든 배트를 받아야 할 것 같다"며 "그래도 상을 받은 것은 기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대호는 이번 수상으로 롯데 구단 최다 수상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대호는 나란히 기록 경신을 노렸던 팀 후배 손아섭을 떠올리며 "(손)아섭이가 열심히 했는데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해 많이 안타깝다"며 "롯데 구단 최다 수상 기록도 앞으로 아섭이가 깰 것"이라고 말했다.

1루수 쪽에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바로 넥센 히어로즈 거포 박병호다. 2012~2014년 3년 연속 1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박병호는 국내 복귀 첫 해인 올해에도 1루수 부문 황금장갑을 차지했다.

이대호는 "높은 위치에 있는 선수와 경쟁하면 나도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다. 골든글러브를 받든, 받지 않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성적을 잘 냈다는 것"이라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개인 기록보다는 팀의 우승을 더 이루고 싶다고 강조해 온 이대호는 "내년에 팀의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양상문 감독님이 오셨다. 손아섭이 주장인데 주장 말을 잘 듣고 고참 선수들을 잘 타일러 좋은 팀이 되도록 돕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골든글러브보다 팀의 우승이 더 소중하다. 내년에는 우승도 하고, 우리 팀 선수들이 골든글러브를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다같이 축하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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