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사회는 뭘 하고 있었나”

그래픽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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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울산전북 익산서울 등에서 영아 유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산모들은 아기를 출산한 뒤 시신을 야산에 유기하거나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 주차장 쓰레기 더미에 버리기도 했다. 영아 유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산모가 홀로 출산하고 영아를 유기해야 했던 상황에 이르도록 아버지와 사회는 무엇을 했냐는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와 사회 인식의 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영아 유기와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전북서울서 영아 유기 사건 잇따라···시신 야산원룸 주차장에 버려

제도사회 인식 동시에 변해야···출산의 책임은 여성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달 울산의 한 병원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영아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A(19)양을 체포했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A양은 지난달 21일 오전 울산에 위치한 한 병원 화장실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한 뒤 시신을 가방에 담아 인근 야산에 버린 혐의를 받았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갑자기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는데 출산을 했다. 너무 당황해서 시신을 야산에 유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전북 익산에서는 동거남에게 임신 사실을 숨기려고 신생아를 살해한 뒤 유기한 20대 산모가 붙잡혔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영아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B(2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B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730분경 익산시에 위치한 한 원룸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방치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쓰레기 더미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임신 사실을 동거남인 C(43)씨에게 숨기려다가 출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동거를 했으며 B씨는 임신 사실을 숨기려고 산부인과도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결국 혼자 출산까지 한 뒤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 이어 아이의 시신을 검정봉투에 담아 자신이 사는 원룸 주차장 쓰레기 더미에 버렸다.

미혼부보다

미혼모가 훨씬 많아

서울에서도 아이를 화장실에서 출산한 뒤 영아를 죽게 한 20대 몽골인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영아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몽골인 D(24)씨를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D씨는 지난 10월 강북구에 위치한 한 원룸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고 2~3시간 넘게 방치해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결과 죽은 아이의 아버지도 몽골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의 아버지는 한국에 있다가 몽골로 돌아간 후 연락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영아 유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산모가 홀로 출산하고 유기해야 했던 상황에 이르도록 아이의 아버지와 사회는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서 한 이용자는 낙태를 해도 불법이고 그렇다고 낳아서 잘 키울 수 있는 환경과 능력을 부족하지 않느냐. 국가가 도움을 주지도 않는다면서 피임에 소홀한 게 여자만의 죄인가. 신생아를 유기한 것은 잘못이지만 씁쓸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누리꾼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출산이 이뤄질 경우, 아이를 낳아 키우는 양육 부담이 여성에게로 쏠린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미혼 부와 모는 3310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미혼모의 비중은 72.3%23936, 미혼부는 27.7%9172명으로 차이가 현저하게 벌어졌다.

남성도 절반의

책임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출산이 이뤄질 경우 여성이 홀로 그 책임을 지고 영아 유기로 입건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로 어머니가 아이를 유기하는 상황이 많을 수밖에 없고, 아버지가 직접 유기에 가담했다는 증거를 잡는 게 어려워 동시 처벌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도의적으로는 아버지가 미혼모 양육에 양육비를 지원해야 하나 법적으로 양육비 지원이 필수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태정 경기대 경찰행적학과 교수는 형법에서는 책임주의라서 개인이 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된다. 남자가 원인 제공을 했어도 아이를 버리는 행위를 여자가 하게 되면 여자가 처벌 받은 확률이 높다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모 모두의 책임이 맞지만 형법으로 적용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제도와 사회 인식의 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신생아 유기와 같은 사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 모든 출산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있는 게 아니기에 여성들만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부당한 현실이라며 영아 유기 사건 뉴스에서 접하는 젊은 여성들에 대한 범죄자 취급이 잘못된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도 절반의 책임이 있으며, 출산의 문제는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미혼모의 영아 유기를 막으려면 사회에서 양육을 책임지는 식의 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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