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무소속 이정현 의원

한국방송공사(KBS)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59·무소속) 의원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방송법 조항이 만들어진 지 31년 만에 첫 처벌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14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무원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은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직을 상실한다. 따라서 이 의원은 형이 이대로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오 판사는 이 의원의 행위가 방송법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방송법 4조2항(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 판사는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와 독립이 무너질 경우 전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해 처벌해야 한다"며 "(이 의원은) 추상적 위험범으로 실제 편성에 영향을 안 줬다고 해도 객관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범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음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 의원의 요구를 대통령 뜻이 담긴 것으로 받아 들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 의원이 김 전 국장에게 전화 한 시기와 이유, 말의 내용 등에 비춰 단순한 의견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으로 의사를 표시해 상대방 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오 전 판사는 앞서 이 의원 측 변호인이 '방송편성 개입 처벌조항이 만들어진 지 31년 됐지만 처벌받거나 입건된 사람은 한 명도 없어 기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부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오 판사는 "이 사건 관련 조항의 위반 이유로 기소와 처벌된 적이 없는데 이는 아무도 위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관행 정도로 치부했기 때문이다"라며 "변호인의 주장과 달리 처벌하지 않으면 오히려 잘못된 상황을 계속 유지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권력의 언론 간섭을 용납해 이 사회의 시스템이 낙후됐다는걸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번도 적용된 적 없는 방송법 위반 처벌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면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경각심 없이 행사된 정치권력으로부터 언론 간섭이 더 이상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 관행이기에 범죄 인식이 무뎌져 이 의원이 자신의 가벌성을 뚜렷하게 인식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방송편성에 영향을 보이지 않은 점을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로 밝혔다. 

이 의원은 재판을 마치고 나가면서 취재진의 '당선무효형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보도 개입이 유죄로 인정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등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인 지난 2014년 4월21일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 보도에 항의하는 등 방송 편성에 간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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