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낭비의 끝 ‘방만 경영’ 실태…낙하산 인사 논란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지난 10일 KTX 강릉선 열차 탈선 복구 작업이 완료됨에 따라 강릉발 오전 5시 30분 서울행 KTX산천 첫차에 탑승하기에 앞서 대합실에서 승객들에게 허리를 숙여 열차 사고로 뒤따른 불편에 대해 사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지난 10일 KTX 강릉선 열차 탈선 복구 작업이 완료됨에 따라 강릉발 오전 5시 30분 서울행 KTX산천 첫차에 탑승하기에 앞서 대합실에서 승객들에게 허리를 숙여 열차 사고로 뒤따른 불편에 대해 사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최근 발생한 강릉 KTX 탈선 사고 원인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방만 경영으로 인한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다른 공사들의 방만 경영과 졸속 운영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공사가 뚜렷한 근거 없이 직원들에게 성과금이나 명예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특혜 논란은 꾸준히 있어 왔다. 문제는 부채가 심각한데도 공사의 방만하고 나태한 경영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도 문제로 거론된다. 특히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의 수장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캠코더’ 인사들로 다수 채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부채 심각한데 성과급 잔치…1년만 일해도 명퇴금 ‘1억’
문 정부 출범 후 ‘캠코더’ 인사 포진…“구멍 난 낙하산”

공공기관이 심각한 부채를 떠안고 있으면서도 국민의 혈세로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공공기관 총 부채는 496조 원으로 이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국가 재정건전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지만 부채 감축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수는 공기업 35개, 준정부기관 93개, 기타공공기관 210개 등 총 338개에 달한다. 총 임직원은 31만2000명이며 평균보수는 6700만 원이다.

지난 3년간 공공기관 부채 감축은 약 9조 원으로 총부채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100조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경우는 같은 기간 오히려 107조3000억 원에서 108조8000억 원으로 1조5000억 원의 부채가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사 인원들이 경영평과성과급을 꼬박꼬박 챙겨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 의원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29조 원의 부채로 중점관리 대상이자 작년 1조1900억 원의 손해를 보고도 기관장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한국철도공사도 부채 20조 원에 8855억 원을 손해보고도 5400만 원의 경영평가성과급을 기관장에게 지급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은 수차례 지적돼 왔음에도 전혀 고쳐질 생각을 안하고 있다. 이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공공기관만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에 그 원인이 있다”고 문제 삼았다.

항만공사들이 뚜렷한 근거도 없이 명예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예산 지침에 따르면 명예퇴직수당은 ‘20년 이상 근속한 사람이 정년을 1년 이상 남겨두고 스스로 퇴직하는 경우’ 지급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2004년, 인천항만공사는 2005년, 울산항만공사는 2007년, 여수광양항만공사는 2011년에 설립됐기 때문에 이들 기관은 명예퇴직수당 지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들 기관은 다른 직장에서 근무한 경력을 모두 인정해 명예퇴직금을 지급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4개 항만공사 가운데 부산항만공사는 명예퇴직 신청 자격을 공사 근속연수 7년 이상으로 제한하지만 다른 항만공사는 이런 규정조차 없다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호 의원은 밝혔다.

이 때문에 극단적인 경우 항만공사 근무 기간이 1년밖에 안 되더라도 이전 직장에서 19년 이상 근무했다면 명예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울산항만공사에서 명퇴한 A씨는 건설사 등 민간기업을 포함해 다른 곳에서 21년 9개월을 근무한 뒤 공사로 옮겨 1년 11개월만 근무하고 명퇴금 1억298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전문 인사가 사고 불렀다”

강릉 KTX 탈선 사고 이후 공사 사장들의 전문성 문제도 거론됐다. 야당은 공사의 낙하산 사장들이 최근 연이어 발생한 대형 사고의 근본적 배경이라고 봤다. 해당 분야의 비전문가인 데다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이미지 관리에만 치중해 조직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야당은 최근 1년 중 수장을 교체한 한국철도공사와 한국도로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관리공단 사장을 모두 캠코더 인사로 분류했다. 바른미래당이 지난 9월 발표한 ‘문재인 정부 낙하산·캠코더 인사 현황’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기관의 임원 총 221명 중 문재인 정부 들어 129명을 임명했고 이 중 36명이 낙하산·캠코더 인사로 지목됐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2기 의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 정치인(17·19대 국회의원)으로 선임 당시부터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전북 출신으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3선 의원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내며 전략통으로 대선에서 동교동계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사장 역시 도로 분야에서 근무한 경험은 없다. 도로공사의 김진회 비상임이사는 송영길 인천시장(민주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HUG에도 이재광 사장을 비롯해 모두 4명의 캠코더 인사가 포진됐다. 지난 3월 임명된 이재광 사장은 KDB산은자산운용 주식운영본부 본부장을 거친 금융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나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도운 광흥창팀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임명된 임성규 주택관리공단 사장은 선대위 복지국가위원회 공동위원장 출신이다. 박재혁 감사는 대선후보 경남선대위 본부장, 김웅정 상임이사는 민주당 지역 위원 출신이다.

“공사 사장, 전문가로 교체해야”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구멍 난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낸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께 요구한다. 국가 곳곳에 산재한 낙하산 인사에 대해 사과하라”라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의 장만큼은 전문가로 하루빨리 교체해야 한다”라며 “국민은 더 이상 ‘함량 미달’인 낙하산 인사를 보고 싶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최근 잇따른 열차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11일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사장직에 오른 지 10개월 만의 중도 사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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