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복부냉증]

평소 손발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타는 한성(寒性)여성에게 겨울은 시련과 고난의 기간이 아닐 수 없다. 한성이란 말 그대로 몸이 찬 체질을 뜻한다. 몸이 차기에 추위를 싫어하고 따뜻한 것을 좋아하며 일반적으로 체격이 마르고 신경이 예민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여성일수록 전신냉증부터 수족냉증, 하복부냉증 등 부위별로 다양한 질환을 안고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중에서 하복부냉증치료가 가장 시급하다.

하복부냉증은 여성 질환 및 기타 내과적 질환, 신경성 질환 등의 근원적인 원인이 되며 심한 경우 자궁근종, 불임, 난소질환 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몸이 찬 여성이 하복부냉증까지 있다면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하복부는 배꼽부터 그 이하에 위치하며 자궁, 난소 등의 여성생식기관 및 신장, 방광, 대장 등이 위치해 있다. 또한 인체의 경혈 중 기운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단전(丹田; 배꼽 아래 5~6cm)이 있어 생명활동을 추진하는 근원적 에너지가 머무르는 곳이기도 하다.

배꼽 주변은 제복(劑腹)이라 하여 신장 비뇨생식기능과 단전의 호흡과 순환을 주관하는데 이 부분에 문제가 있으면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통증이 잦으며, 뼈와 관절이 약해지기 쉽고, 수족냉증으로 이어질 확률을 높인다. 여기에 자궁근종, 불임, 냉 대하, 생리통, 월경부조,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 요실금 등의 증상까지 동반할 확률이 높다.

또한 제복 이하(劑腹以下) 하복부를 소복(小腹)이라 하여 담음이나 어혈이 잘 생기는 부위로 만약 소복에 냉증이 심하면 기와 혈의 순환이 잘 되지 않기에 노폐물이 많이 쌓여 누르면 심한 압통을 느낄 것이다. 더불어 배꼽부위인 신궐혈(穴)은 심포경락의 모혈(募穴 : 장부의 기가 모인는 혈)로 신경을 많이 쓰거나 예민하여 자율신경이 불안정한 사람들인 경우 자주 기가 막히는 부위이다. 신궐혈(穴)의 경우 불면증, 스트레스, 우울 등의 신경정신질환과도 연관이 크다.

이처럼 하복부냉증은 여성질환뿐 아니라 전신적 건강에 절대적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여성 환자는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아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시켜 만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계절에 상관없이 짧은 치마, 핫팬츠 등의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경향이 늘어가고 있어 하체의 온기가 잘 보존되지 않고 심한 스트레스와 잘못된 식습관으로 하부의 열이 오히려 상체에 몰리는 ‘상열하한(上熱下寒)’의 상태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는 여성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하복부냉증을 치료하기 위해 어떤 치료를 하고 있을까.

하복부냉증을 치료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하복부의 막힌 기를 소통시키는 것이다. 이 때 필요한 대표적인 혈자리가 있다. 먼저 하복부의 순환을 도우며 배꼽 아래 신장, 방광, 자궁의 기운을 보하는 관원혈(關元穴; 배꼽 아래 3寸)이다. 관원혈은 앞서 설명한 단전(丹田)이 위치해 있으므로 이 부위에 침을 놓아 소통을 시키고 자극을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기의 바다’라고 칭하는 기해혈(氣海穴; 배꼽과 관원혈의 중간으로 배꼽 아래 1.5寸)이다. 기해혈은 문자 그대로 전신의 기가 굉장히 많이 모이는 곳인데 이 혈자리에 침을 놓거나 뜸을 떠서 순환을 시키면 온몸의 기혈 순환이 잘 이루어지며 말단냉증인 수족냉증까지도 치료가 될 수 있다. 즉, 기해혈은 종류 불문 냉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혈로서 관원혈과 더불어 냉증치료에 매우 중요한 혈자리이다. 수족냉증에 특화된 혈자리로는 양보혈(陽輔穴;복사뼈 가측 위)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양보혈을 ‘몸이 불처럼 뜨겁고 발이 얼음처럼 차가울 때 치료하는 혈'이라고 적고 있다.

또 다른 혈인 온류혈(溫溜穴; 손목 가측에서 위로 5寸)도 양보혈과 더불어 수족냉증에 자주 사용되는데 문자 그대로 따뜻한 것이 흐른다고 하여 이 부위에 침을 놓거나 뜸을 뜨면 팔과 손의 찬 기운이 사라지고 따뜻한 기운이 전달된다.

하복부냉증의 한방치료 두 번째 방법은 하복부의 체온을 따뜻하게 올려주는 것이다. 사람의 정상체온은 36.5도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36.5도의 체온에서 몸의 신진대사가 원활하고 자율신경이 안정되며 면역력이 활성화 된다. 그러나 하복부냉증 환자들의 경우 생명활동을 추진하는 단전의 온도가 정상체온에 비해 2~3도가 낮기에 자율신경계가 불안정하고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저체온 상태에서는 여성호르몬분비에도 문제가 생겨 자궁난소 관련 질환 및 갱년기증후군이 잘 발생하고, 임신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때 왕뜸요법 혹은 좌훈, 좌욕 등의 온열요법으로 하복부를 따뜻하게 하여 단전에 양기를 불어넣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면 자궁혈액순환이 좋아지고 면역력이 강화되고 마음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이를 한의학적 치료원리로 ‘수승화강(水昇火降; 물, 찬 기운은 올라가게 하고 불, 따뜻한 기운은 내린다)'을 시킨다고 한다. 쉽게 설명하면 우리의 몸은 머리가 차고 아래가 따뜻할 때 순환이 가장 잘 이루어진다는 원리이다. 수승화강을 시키기 위해 하복부를 강제적으로 따뜻하게 하면 ‘상열하한(上熱下寒)’상태의 상체 열이 아래로 몰려 내려오는데 이렇게 되면 스트레스나 화(火)로 인한 상부의 질환까지도 치료가 될 수 있다.

하복부냉증 치료를 위해 일상생활에서 개인의 노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하루 15분 이상 아랫배를 지압해 주고 핫 팩, 온돌 뜸 등을 구입해 아랫배를 주기적으로 아랫배를 따뜻하게 온 찜질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상체에서 열을 끌여들여 하복부의 온기를 위로 전이시키므로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불어 식생활에서 소화기가 예민하게 만드는 과식이나 맵고 짠 음식을 피하고 인스턴트 음식, 음주 등을 삼가야 한다.

심하게 마른 사람들이라면 체중을 조금 늘려 피하지방층을 두껍게 하면 냉증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으므로 과하지 않게 점진적으로 체중을 증량하는 것도 권장할 만한 방법이다.

실제로 하복부냉증은 한방과에서 호전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질환 중에 하나다. 따라서 독자 중에 냉증으로 심한 고생을 한다면 더 늦기 전에 한방치료를 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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