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이윤 행복으로 나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서민금융전도사로 나섰다. 미소금융사업 홍보를 위해 직접 나선 것. 정 회장은 17일, 까치산점을 직접 방문해 미소금융 사업 운용실태를 보고받았다. 또 대출 희망자와 미소금융에서 대출받아 새로 개업한 고객을 직접 만나 미소금융에 대해 홍보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행보에 대해 정 회장이 ‘스킨십’ 경영 기조를 몸소 실천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운 것이라 평하고 있다. 정 회장은 미소금융 확대를 위해 도시의 재래시장이거나 지방이거나를 가리지 않고 직접 발로 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정 회장을 직접 만나 미소금융지원 계획과 포스코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알아봤다.

대우인터내셔널을 성공적으로 M&A한 포스코 정준양 회장이 이번에는 금융 분야로 눈을 돌렸다.

직접 미소금융에 대한 현장 실태를 직접 점검하고 활성화에 나선 것.

정 회장은 지난 17일 오후 2시에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 시장 내 미소금융지점을 직접 방문했다.

2시 정각에 검은색 차량 한 대로 단촐한 입장을 한 정 회장은 연두색 셔츠에 분홍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수행원들도 적었다. 정 회장은 곧장 미소금융지점으로 들어섰다. 직원들을 둘러보고 곧장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서다.

재래시장 내 포스코 미소금융 1호점은 ‘금융의 본산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작은 점포였다.

정 회장과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은 지점장은 약 20분 동안 서민대출 기준과 약 5개월간 있었던 대출건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정 회장은 연이어 대출신청자와 직접 면담을 했다.

이 날 정 회장과 대출상담을 한 K씨는 음식조리 경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신월동에서 족발가게를 운영할 계획으로 1000만 원을 대출 신청했다.

K씨는 “미소금융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작해 볼 용기를 가졌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아이를 업은 K씨의 부인에게 “잘 되길 빈다. 고충거리나 미소금융에 대한 불만을 언제든지 이야기해 달라”고 주문했고, 이에 K씨의 부인은 “바람이 있다면 대출 기간을 늘리고, 대출요건을 대폭 완화했으면 좋겠다”며, “자본이 적은 소상인들은 아무리 적은 돈을 상환하더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K씨 부부에게 격려의 말을 건넨 정 회장은 그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까치산 시장 상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다시 종로 4가로 향했다.

지난 4월 포스코 미소금융재단으로부터 1000만 원을 대출받은 P씨의 꽃집 개업행사에 참석해 사업성공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P씨에게 “미소금융을 통해 이렇게 사업을 시작해서 너무 좋다”며 “앞으로 번창하길 빈다”고 덕담했다. 정 회장은 조만간 광양읍 읍내리 상설시장 내 미소금융지점도 방문해 상인들을 독려하고, 미소금융에 대한 홍보를 펼칠 계획이다.


미소금융 대출 요건 모르는 서민 위해 직접 발로 뛴다

이날 정 회장이 직접 미소금융지점을 방문한 것은 최근 소규모 가게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출자격과 구비조건을 정확히 몰라 대부분 부적격으로 헛걸음하는 경우가 많다고 판단, 미소금융에 대한 홍보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미소금융 사업은 제도권 금융 이용이 곤란한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창업자금, 운영자금 등을 무담보·무보증으로 지원하는 소액대출 사업을 말한다. 이는 금융사각 지대를 해소하고 금융소외계층이 사회·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오하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

10년간 500억 원을 출연하는 포스코 미소금융 사업은 개인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소득 저신용층 영세 사업자들에게 연 4.5%의 금리로 500만 원~5000만 원까지 무담보로 대출해 준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서울 화곡동 까치산 재래시장에 미소금융 1호점을 낸 이후, 올 1월 포항 죽도시장, 광양 상설시장에 미소금융지점을 개설했다. 이들 지점에서 저신용자 및 저소득자 등 39명에게 대출해준 비용은 총 3억5900만 원. 아직은 사업 첫 시행 단계여서 대출 규모가 미비하지만, 포스코는 앞으로 미소금융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3개뿐인 지점 수를 늘리고, 더불어 대출 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포스코 경영진들은 이달 중 포항 죽도시장의 포항지점을 직접 찾아가 미소금융에 대해 홍보하는 행사를 추가로 전개하고 수혜자들의 점포 광고를 포스코 신문에 무료로 게재하기로 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미소금융 중앙재단은 17일부터 2000만 원 이하 소액대출에 한해 자기자본비율 요건을 50%에서 30%로 낮추기로 했다. 기존에는 1000만 원이 소요되는 사업에서 500만 원의 자기 자본이 있어야 5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300만 원만 있으면 7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운영자금과 시설개선자금을 지원받을 때 2년 이상 영업하고 있어야 가능하던 대출 기준을 1년 이상으로 축소하는 등 영업기간 요건도 완화키로 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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