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삼성·LIG‘각자 잇속 챙기기’비난

김학송(좌) - 안규백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4조3000억 원대 거대사업인 전술정보통신체계(이하 TICN ,Tactical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Network) 개발 사업이 표류 위기에 빠졌다. 방위사업청을 포함해, 경쟁업체들이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면서 소송에 소송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TICN 사업이 언제 재개될지 모를 위험에 빠진 것.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인 TICN 사업이 지연되자 일각에서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것을 의식한 듯,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TICN 관련 안건이 올라왔다. 이 자리에서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방위사업청의 ‘부실한 업무처리’와 국가안보에도 불구하고 자기 이익만 따지는 방위사업체들의 ‘부도덕성’을 질타했다. 자세한 내막을 알아본다.

한반도는 휴전 상태이다. 전쟁의 위협이 아직 남아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한의 관계에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이런 상황에서 4조3천억 원대 국방 관련 개발사업인 TICN사업이 방위사업청을 비롯해 삼성탈레스(이하 삼성), LIG넥스원(이하 LIG)의 수주 갈등 때문에 표류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제291회 국회 제3차 국방위원회시에서 TICN 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방위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불거진 것에 대해 방위사업청의 ‘매끄럽지 못한 평가 절차’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TICN 소송 진행을 보면 업체(삼성)가 소송을 해 1심에서 입찰금지 결정을 받았다”며 “방위사업청이 이의 신청을 해 다른 업체로 가면 해당업체에서 가만히 안 있어 계속 소송 이 이어질 것 같다. 때문에 9월 전까지 결론을 낼 것이라는 것은 소송 진행을 보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 변무근 청장은 “방위사업청의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고등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답변했다. 방위사업청으로서는 삼성이 제기한 ‘재평가 상의 오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제안서 평가 당시, 평가기준 중 하나인 국제체계 및 S/W 공학 품질보증(CMMI)에 대해 명확한 감점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삼성에선 재평가 상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방위사업청은 사업지연에 대한 예방책으로 “국방부/합착과 같이 소요조정해 6개 체계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등 사업집행 절차를 다 검토해 9월 전에 결론을 내 전력화에 지장이 없도록 여러 가지 방도를 강구·검토해 국회에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전문가들은 이런 방위사업청의 계획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소송 지연’이 예상되는 만큼 2010년, 2011년 TICN 예산(347억 원)은 불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사업지연에도 불구, 명확한 대안 없어

삼성은 사업지속을 위해 방위사업청에 제안을 했다. ‘문제되는 TMMR 체계 개발만 빼고 다른 5개 체계 사업을 먼저 진행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TICN 사업은 6개 체계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결국 한 가지의 사업이기 때문에 분리해 진행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TICN 사업은 삼성이 1차 응용부분을, LIG가 2차 탐색개발을, 그리고 이번 3차 체계개발을 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보통 2차 탐색개발한 회사가 체계개발을 해 왔다. 하지만 2008년 국방사업에 대한 관련 법규가 바뀌어 누구나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때문에 3차 개발사업에 삼성 등이 뛰어들 수 있게 됐다.

군사전문가 김모(55)씨는 “이제껏 진행해 온 6개 체계 개발을 다 없었던 것으로 하고 처음부터 새롭게 TICN 사업을 제안서를 다시 받아 사업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먼저 TICN 사업에 쏟아 부은 4조3000억 원은 ‘헛 돈’이 되어,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또 편법이기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금을 4조 원 이상 써놓고 양산이 안 된다면, 혈세를 낭비하는 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참여를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국회 국방위는 난색을 표했다. 안규백 의원(민주당)의 김명기 보좌관은 “제안서를 따로 제출하라고 이미 공지한 만큼, 이것도 편법이다”라며 “한 업체는 주도적인 사업체가 되고, 다른 업체는 협력업체가 된다면 후자의 불만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LIG, 제 잇속 챙기기 비난 쇄도

TICN 사업 지연 배경에 삼성과 LIG에 책임도 있다는 게 국방위원회의 입장이다. 잇속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다는 것이다.

김학송 의원(한나라당)은 “안보와 관련된 부분에서 관련 업체들의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위사업청도 국방위의 지적에 따라 문제를 일으킨 업체에 대해 제재 방법을 연구·검토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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