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가치관’, ‘분별력’ 심어주자”

정소영 세인트폴 고전인문학교 교장
정소영 세인트폴 고전인문학교 교장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청소년을 비롯해 학부모, 직장인 등 사회 각계각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전(古典)’의 중요성을 알리는 인물이 있다. 바로 세인트폴 고전인문학교의 정소영 교장이다. 정 교장은 국내 청소년들에게 가치관분별력을 심어주겠다는 일념하나로 변호사를 그만 두고 교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요서울은 정소영 교장을 만나 열정이 담긴 목소리를 들어봤다.

- 다양한 고전 원전읽고 토론회 열어발표글쓰기 병행

- 동성애 관련 목소리 내는 까닭은?···유튜브 방송도 진행

인터뷰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세인트폴 고전인문학교에서 진행됐다. 정 교장은 국내 청소년들 두고 정신이 황폐해졌다면서 주입식 교육의 폐해 같은 것이다. 분별을 잘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그는 지난 2005년 테네시주 바시험(bar examination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한동대 로스쿨 대외협력실에서 3, 법무법인 강호에서 6, 미국에서 1년을 지낸 후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이후 정 교장은 청소년들에게 고전을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늘 스마트폰과 컴퓨터만 붙잡고 있어 가치관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원전(原典)을 읽히려는 구상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것. 이는 그가 교육 사업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 변호사를 하다가 교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 로펌에서 계약법, 영문계약서를 주로 검토하는 변호사로 있다가 미국 경험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아이들의 경험도 생각해서 아이 두 명을 데리고 1년 반 가량 미국을 다녀왔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출발했는데 다녀오니 중학교 1학년이 됐다. 큰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을 했는데 적응을 못하더라.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자기 바운더리(boundary영역)가 있는데 한국에는 그런 게 많이 없지 않느냐. 연필이나 지우개를 허락도 없이 가져다가 쓰고. 그런 게 큰 아이는 굉장히 싫었던 것이다. 또 미국에 다녀온 게 1년 반 정도밖에 안 됐는데도 국내 아이들이 굉장히 많이 변해있더라. 욕도 잘하고 무례하기도 하고. 내 아이를 통해 여러 가지 면을 보며 청소년들의 정신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청소년들의 정신이 황폐해진 것은 가치관과 분별력을 심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만약 변호사를 그만두게 되면 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때 당시에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변호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교육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지내던 중 지난해 5월경 내 친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교육의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기로 했으니 와보지 않겠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모인 사람들이 지금의 세인트폴 고전인문학교를 만들었다.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모두가 우리나라 교육이 심각하다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더라.

처음에는 교수 출신의 친구가 사람을 모았다. 그 친구는 한동대에서 새로운 학부도 만들어보고 여러 가지 교육 경험이 많은 친구다. 친구는 ‘(한동대에서) 여러 가지를 진행해 보니 고전교육이 (학생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더라. 그걸 성공시켜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그럼 우리가 고전교육을 해보자라고 입을 모았다.

- ‘우리나라 교육이 심각하다고 한 이유는?

분별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다, 어떤 행동이 옳고 어떤 행동이 그르다라는 것을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 같은 것이다. 들으면 다 맞는 줄 아는 것이다. 비판하고 판단해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 우리 아이도 그렇고 늘 웹툰과 유튜브 등 굉장히 짧은 시간에 방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들을 하고 있지 않느냐. 어렵고 읽기 싫은 책을 깊게 읽고 생각을 정리해서 남들에게 얘기도 해보고 이런 경험이 아이들에게 거의 없는 것이다.

- 세인트폴 고전인문학교는 어떤 곳인가.

당초 청년들이 많이 올 것이라 기대하고 반을 열었다. 근데 청년들은 별로 안 오고 어르신들이 많이 오셨다.

세인트폴 고전인문학교는 독서학교다. 성경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그리스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전을 두루 읽고 토론하면서 시대를 분별하는 지혜를 얻는 학교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예를 들어 플라톤이 뭐라고 했다라는 것을 두세 번에 걸쳐 인용한 것을 읽으며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는 2차 소스 말고 원전(原典)으로 저자를 만나보자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원전을 읽기 시작했다.

- 주로 어떤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가.

4학기로 구성돼 1학기 그리스 고전, 2학기 중세와 근세 고전, 3학기 정치사상, 4학기 경제사상에 관련된 역사적으로나 세계적으로 검증된 고전 서적을 읽고, 토론발표글 쓰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교육이다.

학교를 운영하면서 놀랐던 점이 있다. 현재 인문학교에는 많은 어르신들이 오셨는데 이분들이 살면서 여러 가지 삶의 경험 가운데 나름대로 가치관을 세우고 살았지만 혼란스러운 것들이 생겼을 때 고전을 보며 내 생각이 여기에서 비롯됐구나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하더라. 또 현재의 고민이 바른 방향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생각하게 되는 등 개인들의 삶이 많이 변한 것 같아서 놀랐다. 우리는 특별히 지식을 주지 않는다. 본인이 정말 열심히 읽고 고민하는 것이다.

현재 인문학교에서는 조별모임이 강하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6명정도 조를 짜면 일주일에 한 번씩 읽어야할 책을 다 정독하고 조별모임에 와서 조원과 함께 2시간 이상 생각들을 나눈다.

또 조에서는 전체모임에서 함께 나눠볼 토론 질문들도 몇 가지 뽑아온다. 각 조별로 어떤 토론을 했는지 듣고 나눈다. ‘수업이 재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수강생들 중에는 의사교사사업가에 심지어는 골프선수도 있다. 배경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똑같은 책을 읽어도 모두가 다른 각도로 이해하고 오더라. 이런 것들을 나누는 게 재밌다. 아이들은 이해를 하는 폭이 좁다면 이분들은 자기 삶의 경험치가 많이 때문에 적용이 다양하다. 받아들이는 바도 다르다. 논의할 게 많은 것이다.

- 동성애에 대한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까닭은?

처음에는 동성애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지난 2015년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 됐지 않느냐. 그때 당시에는 남의 나라 일이겠거니 했는데 (합법화) 케이스(case사례)가 결정되자마자 우리나라에서 김조광수 부부가 한국도 동성결혼을 합법화 시켜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상황을 국내에서도 보게 된 것이다.

김조광수 측에서는 미국이 합법화된 케이스를 우리나라 법원에 제출하면서 봐라 미국도 이렇게 하고 있다. 우리도 선진국이 돼야하지 않느냐라는 식의 주장을 한 것이다.

사실 그 케이스는 5:4 이다. 대법관 중에 가장 상위에 있는 치프(chief최고위자)는 반대 라인에 서있었다. 그래서 나는 해당 케이스를 다 읽어봤다. 잘못하다가는 (김조광수 측이) 본인들에게 유리한 것만 번역해서 (법원에) 보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5:4면 막상막하다. 동성결혼을 찬성한 측에서도 논리가 빈약한 것이 많았다. 동성결혼 반대의 내용도 우리 법원이 신중하게 봐야 공평하게 판단이 되는 것 아니냐. 이 때문에 이것을 번역해주면 좋겠다 싶어서 로스쿨 후배들이랑 같이 풀(full)번역을 해 법원에 제출했다.

판사님이 얼마나 보고 공부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페어(fair공정한)한 재판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번역을 해 제출한 것이다.

미국은 동성결혼 합법화가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50년이 걸렸다. 50년 동안 여러 가지 소송을 통해서 이 사람(합법화 주장인)들이 권리를 쟁취해 왔다. ‘그들이 어떻게 권리를 얻게 됐는지 정리하면 좋겠다라는 목소리를 주변에서 들어, 로펌을 그만두고 이에 대한 책도 냈다. 그때는 아이들 교육에 헌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시기라 시간이 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동성애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고 이것이 단순한 인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성애가 표면적으로는 사랑얘기 같지만 사상적인 배경이념 등을 살펴보면 굉장히 마크르스에서 나온 것들이 많다. 그런 것을 우리가 전혀 모르고 사람 둘이 좋아한다는데 그냥 (합법화) 해주지라는 식으로 감성적으로 대한다. 깊이 따져보지 않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가 공부한 바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인권은 사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고 존엄하게 살게 만들어야하는데 이거(동성애)는 인간을 동물에 가깝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인권이 아니다. 인권이 인간의 마음대로 하는 게 인권이 아니지 않느냐. 인간이라면 양심과 도덕이라는 기준안에서 윤리 기준전통 등을 생각하고 해서 될 것과 안 될 것을 구분해야 한다. 또 어떤 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됐다고 해도 우리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고민해보고 결정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과 젊은 세대들 사이에 동성애로 인한 여러 가지 질병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이들의 삶이 망가지고 있다.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이 사회 희생자라는 식으로 흘러간다. 서구에서 오랜 세월동안 고민을 했던 걸 우리나라에서는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또 서구 사회의 특수한 문화라는 것이 있지 않느냐. 우리는 우리대로 전통과 문화가 있듯이. 문화와 전통이 굉장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다고 느껴 바른 정보를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때문에 틈만 나면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잡고 동성애 친화적인 정책을 막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 유튜브 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어떤 내용을 다루는가.

‘VON 뉴스라는 유튜브 방송에서 정소영의 아젠다라는 고정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시즌 1에서는 가브리엘 쿠비라는 독일의 사회학자가 쓴 글로벌 성혁명이라는 책을 교재로 현재 서구사회를 강타하고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계적인 성별파괴혁명의 사상적 배경과 현실에 대한 강의를 했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시즌 2에는 데이비드 노에벨박사가 쓴 충돌하는 세계관(Understanding the Times)’라는 책을 교재로 현대인의 의식을 변혁시키고 있는 6가지 대표적인 세계관들의 특징과 영향력을 소개하고 있다.

- 반응은 어떤가.

VON이 사실 유명한 방송은 아니다 보니1000명 정도는 보는 것 같다. 우리 아이가 수박만 썰어도 10만 뷰는 나와라고 하던데 나는 많이 보는 게 중요한 점이 아니라 제대로 보는 한두 명의 리더를 원한다고 얘기를 한다.

- 세인트폴 고전인문학교의 향후 계획은?

2019110일부터 8주간 제2기 청소년 단기과정을 한글 독서반과 영어 독서반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지혜의 보고인 고전 독서를 통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내년에는 기존 4학기 정규 프로그램 이외에도 더 확장성을 가지고 다양한 대상들에게 적합한 독서 프로그램 개발보급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통일한국을 대비한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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