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 무단 점유해 불편 초래" 서울시 공문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서울시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를 추모하고자 설치한 분향소를 자진 철거해 달라고 요청, 시민대책위가 반발하고 있다.

청년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24일 서울시가 민주노총 앞으로 보낸 관련 공문을 공개하고 "서울시의 자진 철거 요청은 시장이 분향소에 조문을 와서 밝힌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이중적인 태도이며, 이를 규탄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대책위가 공개한 공문에서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은 시민의 자유로운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관리돼야 하고, 광장을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신청서를 60일 전부터 7일 전까지 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그러나 귀 단체는 광화문 광장을 무단 점유하고 시설물을 설치해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미관을 해치고 있다"며 "무단 설치 시설물의 자진 철거를 촉구하고 무단 점유에 따른 변상금은 17일부터 철거시까지 부과될 것이며, 행정대집행 등의 조치를 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책위는 입장문을 내 "서울시는 공문에 고인의 사망에 대한 애도와 추모는커녕 변상금과 행정대집행 운운하며 전국민적 추모 물결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박 시장이 18일 조문을 와 '구의역 사건처럼 관련해 협조할 게 있다면 협조하겠다'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진심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시장의 발언처럼 죽음의 외주화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당장 자진 철거 공문 발송을 철회하고 유족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또 약속대로 고인의 사망 관련 진상 규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 11일 오전 3시 20분께 협력업체인 한국발전기술 근로자로 석탄운송 관련 작업을 하던 중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채로 직장동료에게 발견됐다.

태안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숨진 김씨는 사고 전날인 지난 10일 오후 6시께 출근해 11일 오전 7시30분까지 트랜스타워 5층 내 컨베이어를 점검하기로 돼있었다.

하지만 10일 밤 10시 20분께 같은 회사 직원과 통화 이후 연락이 안 돼 같은 직원들이 김씨를 찾던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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