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국방부가 내년초에 발간될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이란 규정을 삭제하기로 알려져 재차 보수.우파와 진보.좌파간 공방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기존 북한은 우리의 적이다는 문구 대신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을 적으로 변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 화해.평화 분위기가 한몫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태극기 등 보수 세력의 반발이 예상된다. 여전히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존재하는 데 성급하게 주적개념을 삭제한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북한은 적이다문구 삭제 현실화’...보수.우파 부글부글
- .미사일 등 WMD(대량살상무기)관련 내용 처리도 불씨


국방부가 내년 1월 초중순 발간할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지칭하는 등의 기존 대북 적대시 표현을 대폭 완화키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225일 언론 및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2018 국방백서에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지칭하는 문구와 표현의 삭제가 될 것으로 전했다. 대신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은 적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국방백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발간하는 첫 국방백서다. 현 백서인 ‘2016 국방백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사이버 공격 등을 주요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이런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 문구는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한 2010년 말에 발간된 ‘2010 국방백서부터 포함됐다. 주적개념의 변화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한 4.27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보인다. 또한 달라진 남북관계로 인한 화해 평화 분위기를 고려한 셈이다. 무엇보다 내년 초 북-, 남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 운명을 가를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발간되는 백서이다 보니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주적 대신,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제 세력이 적

결국 북한군과 북한 정권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우리의 영토와 국민에게 위협이 되거나 그런 시도를 하는 집단 및 세력은 포괄적 개념에서 적으로 규정해 백서에 기술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됐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18 국방백서 초안을 최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제출해 검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백서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거쳐 국방부 홈페이지에 실리고, 책자 형태로 발간된다. 2년마다 발간되는 국방백서는 해당 연도 말이나 이듬해 초에 발간돼 왔다. 2018 국방백서에서 주적변경 논란은 지난 8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방부는 4월과 5월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6월 북미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열린 뒤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북한군은 적문구의 국방백서 삭제 여부를 연말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군을 적으로 보는 표현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지난 1995년 판부터 시작됐다. 당시는 북한을 '주적'으로 표현했다. 이양호 전 국방장관 시절 발간한 1995 국방백서부터다. 당시 남북 특사교환을 위해 19943월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실무접촉에서 북측 박영수(2003년 사망) 대표의 서울 불바다발언에 따른 것이다.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하면서라는 문구를 넣어 주적이란 용어를 썼다. 이는 김대중 정부 때인 98, 99, 2000년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2000615일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인 그해 10월 사전배포된 국방백서 2000년판을 놓고 북한이 주적표현이 있는 걸 문제삼아 그해 평양에서 열기로 한 제2차 국방장관 회담을 보이콧했다.

이 여파로 88년 이후 매년 출간하던 국방백서는 2004년까지 정간됐다. 이후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판에서는 북한을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규정했고, 2006년에는 "심각한 위협"으로 변경됐다.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에도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잇따르며 북한은 다시 ''으로 표현,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북한 위협 현존하는데...’ 한국당.바른당 반발

그러다 ‘2016 국방백서에서 1차적 안보위협으로 북한의 상시적인 군사적 위협과 도발을 들며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했다. =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그 앞에 북한의 상시적인 군사적 위협과 도발은(중략)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북한정권과 북한군이 군사적 도발과 위협을 포기하고 평화적인 대화에 나선다면 우리의 적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올해 발간 예정인 국방백서에서 이란 말을 빼는 것에 대해서 찬반 논쟁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장사정포와 핵·미사일 위협은 여전하고, 조선노동당 규약 등에 한반도 적화통일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군을 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입장이다. 국방부는 국방백서에 북한군과 관련한 표현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12월 발간 시 결정할 예정이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번 국방백서에 북한 군사력 평가와 관련, 기존의 수치나 계량적 방식의 정량 평가외에 군의 자질이나 전쟁지속 능력 같은 질적 평가를 추가하는 정성 평가를 함께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해 정무적 해석 가능성에 따른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국방백서에서 정성 평가를 추가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사항을 특별부록으로 편성, 정작 북한 군사력 평가의 핵심인 대량파괴무기(WMD)를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져 또 다른 불씨가 될 전망이다.

국방백서는 정부의 국방정책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발간한다. 1988년부터 2000년 판까지 매년 출간하다가 2004년까지 정간했다. 이후 지난 2004년부터는 2년에 한 번씩 짝수해에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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