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바른미래당 중심 보수 재건 쉽지 않다고 봐”

이학재 의원과 나경원 의원 [뉴시스]
이학재 의원과 나경원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이학재 의원이 지난 12월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바른미래당 탈당과 함께 자유한국당 복당을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이날 정론관은 기자회견 후 퇴장하려는 이 의원을 향한 바른미래당 당직자와 당원 등의 집단 항의로 소란이 일었다. 이들이 이 의원에게 항의를 한 이유는 탈당 및 복당 문제가 아닌 정보위원장직을 내 놓으라는 것이었다.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은 이 의원과 인터뷰를 추진했고 지난 12월 27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민심을 외면할 수 없다”
“개혁·통합 보수가 함께 모이는 자리 만들어지고 있다”

12월 18일 이학재 의원 기자회견장은 바른미래당 당직자들 성토장이 됐다.

당직자들은 탈당을 선언 한 이 위원장에게 “위원장 자리 놓고 가라” “정보위원장 들고 먹튀하는 건가” “배신자 국회의원들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등을 외치며 거칠게 정보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이 의원은 자신을 향해 몰려드는 당직자들과 기자들을 피해 기자회견장 바로 옆에 있는 기자실로 20여 분간 피신한 뒤 국회를 빠져나가야 했다. 

당시 양건모 바른미래당 보건위생위원장은 “사퇴서를 받아야 한다. 창피하고 양심도 없는데 정보위원장 자리도 사퇴하지 않고 나가니까 먹튀”라며 “지도부는 (항의 사실을) 모르고 너무 화가 났다. 오늘 아침에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자발적으로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혁과 미래를 뒤로 하고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지만, 이 의원께서 가지고 계신 정보위원장 자리는 반납하는 게 도리”라며 “그(정보위원장) 자리는 원구성 협상을 통해 바른미래당이 교섭단체로서 확보했고 당이 이 의원에게 잠시 임무를 맡겨서 행사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앞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전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다. 그러나 절에서 덮으라고 준 ‘이부자리’까지 들고 가는 법은 없다”며 정보위원장직을 내려놓으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보수개혁 최선 다 했나”
“정체성 문제 컸다”

12월 27일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 촬영에 나선 이학재 의원은 기자회견 당시 바른미래당 당직자와 당원들의 항의를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며 난감했었다고 소회했다.

이 의원의 탈당은 급작스럽게 결정된 것이 아니다. 이 의원은 탈당 전 바른미래당 의원 한 명 한명을 만나 여러 의견을 나눈 뒤 고심 끝에 탈당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박종진 앵커는 이 의원에게 바른미래당에 아쉬웠던 것이 없었는지 물었다. 이 의원은 “보수를 개혁한다고 했다. 보수의 궤멸이 우려가 되는 상황에서 함께 했다. 최선을 다했는가, 역량이 부족하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있다”라며 “화학적 결합을 해서 동지들이 뭔가를 열심히 추진했는데 잘 안됐다. 정체성에 문제가 컸다”라고 말했다. 

박 앵커가 끝까지 바른미래당을 지켰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하자 이 의원은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라며 “지난 대선과정에서 대거 이탈을 했다. 국회의원들, 정치를 한다하는 사람들은 민심을 외면할 수 없다. 민심은 지지율로 나타나는데 국민은 우리 세력을 지지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을거다.) 그래서 일찍 떠났다”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이 의원은 “(만약) 우리가 국민의 지지를 어느 정도 견딜 만큼 받았다면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방송에서 “바른정당 출신 그 누구도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해서 보수재건을 할 수 있는 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라며 “그렇다면 자유한국당 중심의 보수개혁을 하되 그러면서 크게 보수를 통합하는 게 답이 아닌가(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결국은 자유한국당이 보수의 중심축이어야 한 다는 얘기다.

이 의원의 말에 박 앵커는 자유한국당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최근 들어 21명의 인적쇄신이 있었다. 한국 정당사에 선거 직전의 공천과정도 아닌데 이런 경우는 거의 없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런 엄청난 사건을 겪으면서 큰 잡음이 없었다. 누구는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런 부분을 외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는 것은 개혁을 몸부림 치는 거다”라며 “개혁을 바라는 개혁보수와 통합을 바라는 통합보수가 함께 모이는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학재 의원에게 정보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바른미래당 당직자 [뉴시스]
이학재 의원에게 정보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바른미래당 당직자 [뉴시스]

“친박이다”
“계파 모임 간적 없어”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도 불린다. 실제 2010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약 3년 동안 비서실장으로 활동했다. 그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비상대책위원장을 거쳐 대선 후보가 됐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이 의원이 자유한국당을 나가 바른미래당으로 갔다 왔으니 그를 향한 비판이 거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이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청와대행 제의를 받았을 만큼 신뢰를 얻었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인수위에 들어가지 않고 제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선언을 했다. 이 의원은 “그때는 대통령도 말리셨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2014년 김기춘 비서실장 시절 이 의원은 입각제의를 또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신의 말을 번복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선출직이 나한테 더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02년 만 37세에 인천 서구 구청장을 시작으로 정치활동에 입문했다.

방송에서 박 앵커는 과거 비서실장 경력을 거론하면서 이 의원에게 친박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대통령하고의 관계를 놓고 보면 친박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난 다음 친박의 계파 모임에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 의원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다음에 계파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라며 “친박의 대통령을 만들면 계파의 수장을 만드는 것이다. 어찌보면 지금의 이러한 불행한 사건들이 그런 일들 때문에 나타났다. 계파는 청산됐어야 했다. 앞으로도 그런 것들을 청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앵커는 이 의원에게 방송 단골 질문을 던졌다. 최순실을 봤냐고 물은 것이다. 이 의원은 “솔직히 못 봤다. 대통령 선거에서 봤다는 사람 한명도 못 봤다”라면서 “내가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나라를 뒤 흔든 건, 너무나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박 앵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형에 대해 거론하자 이 의원은 “법률전문가도 아니고 하기 때문에 형량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분명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또는) 개인적인 비리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일국의 대통령이 이렇게 오랫동안 수감생활을 하는 것이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좋으냐, 정치권에서 판단을 하고 법적으로 사면이라든지 고민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정치 보복으로 보냐는 박 앵커의 질문에 이 의원은 “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 이유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민간인 사찰 얘기를 꺼내며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감옥 가는 거 큰일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 문재인 대통령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정보위원장직 내려놔
“개혁은 만들어 가는 것”

지난 12월 27일 ‘주간 박종진’ 촬영을 마친 이학재 의원은 방송 직후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정보위원장직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돌이켜보니 국민 눈높이와 국회 관행과 국회법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라며 “탈당과 복당하는 과정에서 국회 관행과 국회법을 근거로 위원장직 유지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년 동안 국회에서 당적변경을 사유로 위원장직에서 물러난 사례가 없다”라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2건의 사례도 임기를 한두 달 남겨놓고 사퇴해 후임이 선출되지 않아 결국 임기를 다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법 어디에도 당적을 변경으로 사직한 규정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혁은 관행에 순응하는 것보다 만들어가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며 “제 위원장직 유지로 당 개혁과 보수통합을 추진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당에 누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조건 없이 자리를 내려놓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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