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

바이러스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는 간염은 체계적인 예방접종 시행 이후 대체적으로 줄어든 질병 중 하나다. 그러나 아직 우리 주변에는 간염과 간염으로 인한 간경변, 간암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많다. 더군다나 간염은 전염될 수도 있는 질병이라 많은 사람들이 조심하고 있는 질병이다. 간염의 종류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B형 간염이다. 

우리나라에서 HBV(Hepatits B Virus) 감염은 1980년대 초에 남자 8-9%, 여자 5-6%로 높은 감염률이 보고되었다. 1983년 국내에서 처음 백신이 사용된 이후 1991년 신생아 예방접종, 1995년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진행되면서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2012년 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아직도 전체 인구의 3.0% 정도가 감염되어 있다. 

주요 감염경로는 수직감염이며, 우리나라 만성 B형 간염환자에서 간경변증은 5년 누적 발생률이 23%, 간세포암종은 5년 누적 발생률이 3%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치료 및 관리가 중요하다. 
HBV에 감염된 후에는 완전 회복되지 못하고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비율은 감염경로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즉 출생 직후에 감염된 경우가 90% 이상인 반면 성인에서 감염된 경우에는 10% 미만에서만 만성화된다. 

이러한 간염경로 중 우리나라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주요 전파경로는 출생 전후에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상태인 어머니가 아기에게 옮기는 수직감염이므로 만성화 위험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출생 직후 B형 간염 바이러스 면역항체 및 백신접종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경우 대부분 수직감염을 차단할 수 있으므로 가임 여성의 경우 이러한 점에 유의 해야 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체액 중 감염력이 있다고 밝혀진 것은 혈액, 정액, 타액 등이다. 환자의 혈중 바이러스 농도가 높을수록 감염력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러한 체액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정상피부를 통하여 감염을 일으킬 수 없으며, 수혈이나 성관계, 기타 긴밀한 접촉 등을 통해서는 전염될 수 있다. 

즉, 일반적인 사회생활로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전염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전염에 대해 특히 신경을 써야하는 사람들은 주로 환자의 가족, 배우자, 의료인 혹은 검사실 종사자 등이다. 그러나 B형 간염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여 면역항체가 생성되었거나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자연면역항체를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따라서 백신접종과 칫솔이나 면도날을 따로 사용하는 등 일반적인 개인위생을 지킴으로써 B형 간염을 예방할 수 있다. 

급성간염의 정형적인 임상경과는 전황달기(preicteric), 황달기(icteric) 및 회복기 등 3기로 나눌수 있다. 전황달기는 황달이 나타나기 1-2주전에 미열, 관절통, 피로감, 무기력 등의 일반적인 감기증상과 식욕부진, 오심 또는 구토 등의 소화기계 증상을 나타내는 시기이다. 황달기는 황달이 나타나는 시기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전에 있던 감기 또는 소화기계 증상들은 대부분 없어지게 된다. 환자가 황달을 주소로 의사를 찾아올 때는 황달이 점점 심해질 때일 수도 있고, 감소되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황달이 가장 심한 시기는 황달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1-2주 후이다. 회복기는 황달이 사라지는 시기로서 약간의 피로감 이외에 다른 전신증상이 없다. 

만성간염은 대개 6개월 이상 경과하여도 임상적이나 생화학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간염을 말하며, 흔히 수년간 지속된다. 

B형 간염은 우리나라에서 급만성 간염, 간경변증 및 간세포암종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현재 제 2군 법정 전염병으로 분류되어 국가 예방접종 사업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80-1990년대부터 시작된 국내예방접종 사업 이후 Hepatitis B virus(HBV)감염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나 우리나라 만성간염 및 간경변증 환자의 약 70%, 간세포암종 환자의 약 65-75%에서 HBsAg이 검출되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도 만성 B형간염은 우리나라 국민 건강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만성 B형간염 환자는 대부분 간경변증 및 간세포암종으로의 진행이 빠르며, 인터페론 알파 치료 효과가 낮고 항바이러스제 치료 후 재발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B형 간염 환자에서 항바이러스 치료의 목표는 HBV 증식을 억제하여 염증을 완화시키고 섬유화를 방지하여 간기능 손상, 간경변증, 혹은 간세포암종의 발생을 예방함으로써 간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B형 간염에 있어 초기치료 약제로 권장되는 항바이러스제로는 엔테카비어(entecavir)와 테노포비어(tenofovir)가 있다. 라미부딘(lamivudine)을 포함한 다른 항바이러스제에 비해 항바이러스 효과가 높고 약제내성 발현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테카비어 복용 시 드물지만 일부에서 AST, ALT 상승, 두통, 피로 등의 부작용이, 테노포비어 복용 시 드물게 젖산혈증, 지방 재분포 증후군, 지방간, 저요산혈증, 저인산혈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 외 치료방법으로는 안정이 필요하고 식이요법은 균형 있는 고칼로리 음식이면 충분하다. 
이론적으로는 탄수화물은 1일 몸무게 1키로당 4g이 되도록 하고, 단백질은 1g이 되도록 한다. 설사나 지방 설사가 없는 경우에는 지방분의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지방분이 칼로리 섭취에 도움이 도는 경우도 있다. 

한의학에서 간질환은 간열(肝熱), 황달(黃疸), 적취(積聚), 창만(脹滿), 주상(酒傷), 피로(疲勞), 노권(勞倦), 협통(脇痛) 등의 증후에 속해 있고, 급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관련 내용은 황달증후에 많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생간탕가감(生肝湯加減)등의 처방은 급만성 간질환에 다용되는 처방으로 실험적으로 간기능 개선과 담즙분비의 증가작용이 나타난다. 따라서 간장 보호뿐만 아니라 일반면역효과와 미소환경 개선효과가 나타나기도 하며 급만성 간질환에 대한 효과가 규명되어 임상적으로도 다용되는 처방이다. 

최근 한약이 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이 급속도로 퍼지는 중이다. 얼마 전 한국한의학 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한약이 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수준은 음식, 양약이 끼치는 영향에 비해 아주 미미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일부 악의적인 의도로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여 간에 도움이 되는 한약이 잘못된 인식으로 사용되지 못한다면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로 간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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