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위해 법안처리 지연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

홈플러스가 SSM 관련법안 처리를 막기위해 영국정부에 로비한 의혹이 일자 지난달 서울 정동 주한영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단체와 중소상인들이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SSM(기업형슈퍼마켓)관련 법안이 통과 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복잡하다. 영국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가 대주주(지분 94.6%)로 있는 홈플러스(대표 이승환)가 영국정부 및 대사관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중소기업상생협력법(상생법)도 한-EU FTA 서명 및 비준에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반대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도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 내용에 대해 알아본다.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지난달 서민정책특위 전체회의에서 “한국에 진출해 있는 특정 대형마트 업체가 영국정부에 로비해 영국정부가 한-EU FTA를 걸며 시비를 걸고 있다”며 “국민들이 이 사실을 알면 해당 업체에 불매 운동을 벌일지도 모른다. 국내에 진출한 대형마트들은 이 법을 감수하겠다고 하는데 유독 이 업체가 로비를 한 나라만 시비를 걸고 있어 SSM 규제법안이 통과를 못하고 있다”고 홈플러스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야당인 조배숙 민주당 최고위원까지 “홍 최고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정부와 외교통상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출점 늘리기 위해 발 빠른 행보 펼쳐

조 최고위원은 “2007년 353개였던 SSM은 올 8월 806개로 두 배 이상 늘고 중소상인의 매출은 45%가 줄었으며 2만여 개의 동네슈퍼가 문을 닫았다”며 “영세 상인을 피눈물 흘리게하며 골목상권을 초토화 시킨 홈플러스와 영국 정부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외교적 대응을 촉구했다.

홈플러스의 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지난해 매출은 2006년 대비 300%가 넘는 5980억 원으로 늘었다.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법(상생법) 두 가지로 이뤄진 SSM 법안은 SSM 개점을 제한한다.

유통법은 재래시장 반경 500m내에 SSM의 입점을 제안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안을 만드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유통대기업에서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형태로 SSM을 개점하는 변수를 쓰기 시작했다. 그 뒤 추가로 상생법이 만들어 지게 됐다. 이 법안은 대기업 지분이 51%가 넘는 프랜차이즈 역시 입점 제한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SSM법안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치권의 여·야당은 ‘우선 유통법을 통과시키고, 정기 국회가 끝나는 시점인 12월 9일 내에 상생법을 통과 시키겠다’고 합의를 마쳤다.

하지만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자신의 블로그에 시간이 더 늦춰지는 분리통과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놨다. 이 대표는 “유통법과 상생법은 반드시 함께 처리되어야 한다”며 “양당이 상생법 처리를 늦추는 것은 중소상인들을 SSM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표현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3월부터 소상공인단체들한테 지침 개정을 거듭 약속해놓고 실행을 유보해왔다. 지난 4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두 법률 개정안을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하고도 후속처리를 늦췄다.


상도에 어긋나는 행동 하는 유통대기업

홈플러스를 비롯한 SSM들이 법통과 이전을 틈타 지역 상권을 잠식하면서 많은 이득을 보고 있는 가운데 중소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상인들은 “SSM이 아예 노골적으로 ‘골목상권 접수’를 선언했다”며 자신들이 설 자리를 유통대기업의 SSM이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같은 건물 안에 들어오는 상도에 어긋나는 행위도 서슴지 않게 한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 풍림아이원 아파트 상가 2, 3층에 할인마트와 슈퍼마켓이 버젓이 들어섰는데 1층에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입점하려 해 2층에 영업 중인 할인 마트 대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고 밝혔다.

마트 대표와 주변 중소상인들이 공사를 막기 위해 자재 반입을 막고 인부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등 피켓시위를 나서고 있어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공사는 일시 중단됐다.

홈플러스와 가맹 계약을 한 가맹점주 또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편의점과 운영방식이 비슷한 SSM 가맹사업에 관심이 가 점주가 됐다”며 “그간 SSM 갈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지금은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맹계약서까지 보여주며 우리 점포는 가맹점임을 기존 상인들에게 알려줬지만 그들은 사실을 믿지 않으며 업무방해를 해 나도 이자손해 및 많은 손실을 입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

정부와 국회가 관련법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는 사이 SSM 문제는 유통대기업 대 중소상인간의 대립에서 중소상인들간의 대립으로 확산돼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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