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지지부진

지난 10월 대검 중수부가 C&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압수품을 검찰로 옮기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영 속도를 못 내고 있다. C&그룹 수사가 해를 넘기는 장기 수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가 하면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검찰이 G20 정상회의가 끝난 후 관련자들을 소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벌집만 쑤셔 논 꼴이 되고 말았다. 해당기업들도 연일 억울함을 호소하더니 이제는 넋이 나간 모습이다. 더 이상 조사받을 힘도 없다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칼날 수사를 다짐하고 있어 향후 전망이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 11월 1일 임병석 C&그룹 회장의 구속 기한을 열흘 더 연장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는 6개월 전부터 C&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내사를 진행, 초기 수사에서 이례적인 신속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압수물 분석을 마무리하고 임 회장을 상대로 배임과 횡령 등 혐의를 추궁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임 회장 구속 불구 증거 확보 난항

더욱이 임 회장을 구속 수사하고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 속도라면 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고사하고 구속영장에 기재된 임 회장의 혐의 모두를 밝히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올해를 넘기는 장기적인 수사가 될 수도 있다.

C&그룹은 2000년 이후 인수·합병 과정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임 회장이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으며 자금난을 겪는 과정에서도 금융권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해왔다.

검찰은 임 회장이 불법 대출과 계열사 간 부당 지원을 일삼아 10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금액은 무려 1조3000여 억 원에 이른다.

임 회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는 계열사 자금 흐름까지 모두 꿰고 있어 검찰 수사에 반박을 하는 등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여준다고 전해졌다. 그만큼 검찰은 임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를 찾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비자금과 관련, 임 회장이 정·관·금융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수사 과정이 로비설로 전환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하지만 수사가 길어질 경우에는 임 회장 개인 비리를 처벌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도 있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뭐가 문제이며 누가 C&을 도와줬는지 파악 하려면 수사에 시간이 오래 걸릴듯하다”며 수사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화수사 인수 합병 비리로 옮아가나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는 인수ㆍ합병 비리 쪽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여 수사 방향이 원래 궤도를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2일 김승연 회장 가족이 주식을 보유한 운송ㆍ물류업체 한익스프레스와 한화그룹 계열사인 드림파마 제약사의 회계자료 등을 확보해 김 회장 측이 이들 회사의 지분을 인수한 과정에서 비리가 없는지 파헤치고 있다.

한익스프레스는 1989년 한화그룹에서 분리된 코스피 상장사다. 지난해 5월 김 회장의 누나 김영혜씨가 지분 50.77%를 사들여 인수한 회사다.

이후 이 회사는 올해 2월 웰로스(드람파마의 물류 사업부)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이 과정에서 주가도 1만3000원대에서 2만4000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한때 한화가 한익스프레스를 김 회장 가족에 큰 이익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키웠을 것이라는 소문이 증권가에 떠돌기도 했다.

인수를 통해 남긴 시세 차익이 비자금 조성과 연결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서부지검은 두 업체를 압수수색해 내부 자료를 분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서부지검이 오너의 비자금 실체를 캐는 데 어려움을 겪자 간접적으로 인수ㆍ합병 비리를 파헤치려는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이미 서부지검은 김 회장이 계열 증권사를 통해 600억 원대에 달하는 금액을 장기간 관리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이 돈의 조성과정과 흐름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의 상당수 액이 무기명채권을 통해 현금화된 흔적을 발견했다. 무기명채권은 채권자나 채무자의 실명을 기재하지 않아도 돼 일명 ‘묻지마 채권’으로 불린다.

그러나 ‘자금세탁’ 과정에 대한 물증을 확보하기 힘들어 수사가 장기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검찰 안팎의 우려를 염두에 두어 비자금 조성의 다른 루트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서부지검 측은 “비자금이 문어발식으로 퍼져있다”며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고자 차근차근 그 단계를 밟으며 찾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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